세계 e-비즈니스 선두 주자로 나선 휴렛 팩커드
지난 60여년간 프린터·복사기로 세계 시장을 누벼온 휴렛 팩커드(Hewlett-Packard;HP)사. 이제는 작년 10월 취임한 신임 최고 경영자인 칼리 피오리나 회장을 중심으로 e-비즈니스의 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 수돗물처럼 쉽게 쓰는 인터넷 시대 열어
지난해 10월 휴렛 팩커드(HP)의 신임 최고경영자(CEO)인 칼리 피오리나 회장이 방한했다. 그녀는 세계 2위인 컴퓨터 업체로 발돋움한 HP의 최고경영자로 지난해 10월 20일 전격 발탁돼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뿌렸던 인물이다.
방한한 자리에서 그녀는 "지금까지 인터넷은 기업과 고객, 협력업체를 단순 연결하는 인터넷 1장(ChapterⅠ)의 단계였지만, 앞으론 고객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2장(ChapterⅡ)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곧 고객 중심의 사이버 세상이 열린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HP는 이런 시대를 예감했던 탓인지 사업 부문을 컴퓨터-디지틀 이미징 사업을 전담하는 HP와 계측기 사업을 담당할 애질런트 사업으로 분할했다. 서로 성격이 다른 사업 분야를 분리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애질런트 부문의 최고경영자를 젊은 나이(34세)의 임원으로 선정한 것도 매우 파격적인 개혁으로 꼽을 수 있다. 이처럼 HP는 '수돗물처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바로 e-비즈니스 사업을 위해 수 많은 기술 개발과 연구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다소 IBM이나 선마이크로시스템즈에 비해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뒤처지고 있기는 하나, HP는 15년전부터 컴퓨터가 물이나 전기처럼 광범위하게 쓰여질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또한 HTML 등 인터넷 핵심 기술의 개발과 인프라 공급에 공헌한 것도 크다.
이런 이유로 HP는 회사 연구비로 연간 수십억 달러를 투입한다. 매출액의 약 12% 정도인 천문학적 액수를 쏟아붓는 이유가 모두 21세기 e-비즈니스의 선두 주자로 나서기 위함이다.
☞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
칼리 피오리나 회장이 선임되기 이전인 지난 98년 11월 HP의 루이스 플랫 회장은 제품 라인, 마키팅 전략, 조직 및 기업 문화에 이르는 사업 전반에 걸쳐 평가를 실시한 적이 있다. 지난 93년 매출 증가율이 20%를 넘어섰으나 매년 감소세에 있다는 결과가 그를 자극한 것. 또한 주식 가격도 경쟁사인 선마이크로시스템즈나 IBM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무른 것도 한 이유였다. 지난해 10월 칼리 피오리나 회장이 선임된 이 후, HP는 더 많은 약진을 했다. 회사가 직원을 해고하지 않는다는 보수적인 전통과 외부 인사의 영입보다는 내부 인력의 승진을 선호한다는 문화를 서서히 바꿔나가고 있는 것이다.
피오리나 회장은 취임된 이후 4개월간 10여개국 20여개 사업장을 방문하면서 실태 파악과 함께 사보·비디오·이메일 등을 체크하며 "HP는 새출발해야 한다"고 메시지를 전파한 것도 HP가 도약하는 데 일조했다. 또한 지난 십수년간 사용해 왔던 회사 로고를 'HP : Invent'로 바꾸고 인터넷 사업 마케팅 비용으로 2억 달러를 추가 투입했다.
이런 결과로 HP는 지난해 3/4 분기에서 아시아 지역 매출액이 1년전보다 24% 증가한 17억 달러를 기록했다. 또 한국에서는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으며 중국에서도 IBM과 선두를 다투고 있는 상태다. HP는 지난해 11월 이러한 인터넷을 통한 전자서비스 제공이라는 목표를 구체화하기 위해 'e-services solutions' 그룹을 출범시켰다. 이 그룹은 사업 부문별로 분산돼 체계가 잡혀 있지 않았던 인터넷 서비스 업무를 총괄하면서 많은 인터넷 관련 계열사를 설립하는 것이 주목적으로, '이제 더 이상 품질만으로 경쟁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HP는 또 지난해 2월 일본의 Marubeni Corp. 및 Hitachi Software Engineering CO. Ltd.와 제휴해 'Hewlett-Packard Solutions Delivery, Ltd.'를 합작 설립할 것에 합의했다. 이 회사는 현재 HP의 인터넷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제품을 일본 시장에 보급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주로 전자 상거래 솔루션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는 상태다.
☞ 성차별에 앞장서는 HP
일본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업무 제휴가 줄을 이었다. 지난 3월 HP와 삼성SDS는 이메일을 비롯한 메시징 시스템을 공동 개발키로 계약했다. 윈도우나 리눅스 등 운영체계에 상관없이 최적의 통합 메시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사용자들이 쉽게 정보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이 밖에 라이거시스템즈와는 서버 및 솔루션 판매, 컨설팅 분야에서 합의하기로 지난 2월에 합의했으며, 핀란드의 대형 휴대폰 제조업체인 노키아와도 지난 2월 휴대폰을 이용한 전자상거래 관련 기술을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이와는 달리 국내 초고속 인터넷망 서비스 업체인 하나로통신은 지난 1월 HP로부터 1억달러의 자금을 유치해 업계에 부러움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HP의 활동은 e-비즈니스가 결코 혼자서 살아남는 것이 아님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한다. 피오리나 회장도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처럼 현재 HP의 e-비즈니스의 전략은 유수 업체와의 업무 제휴 및 기술 제휴인 것이다.
"현재의 차가운 인터넷을 버리고 따뜻한 인터넷으로 바꿔야 한다"라는 그녀의 말처럼 HP는 탁월한 e-비즈니스 사업과는 별도로 직원들의 배려에도 남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92년 루이스 플랫 회장이 CEO가 되면서 바뀌기 시작한 여권의 신장은 퇴직률 하락과 경영자 중 여성의 비율을 매우 높게 올려놓았다. 미국내 최고 수준인 25%의 여성 비율 경영자와 미국 기업 평균 17%의 퇴직률보다 낮은 5% 수준의 퇴직률이 바로 그것. 또 1주일에 10시간씩 3일만 일하면 정규 보수의 75%를 받을 수 있고 주 4일 재택 근무를 할 수도 있어 최근 HP에는 육아 및 출산 등으로 인해 떠났던 우수한 30대의 여직원들이 대거 재입사했다.
일찍이 아내가 암으로 죽은 뒤 여권주의자로 변신한 플랫은 그가 CEO가 되던 해부터 남녀차별제도를 철폐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피오리나 회장이 영입된 것도 여성이 대우받는 HP만의 기업 문화 때문에 가능했을 지도 모른다. 우수한 인재를 바탕으로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기업 문화를 바꾸며 e-비즈니스의 선두 주자로 나선 휴렛 팩커드. 세계 2위의 컴퓨터 업체라는 이름에 걸맞는 기업문화를 계속 이끌어 나가길 기대해 본다.
롯데그룹 사내보 게재(2000년 봄)
[e-비즈니스] - 휴렛 팩커드(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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