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흘러온 골목길... 서민 분위기 '물씬'
한국의 길은 외국의 경우처럼 블록화가 잘 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스며든 우리의 골목길 추억. 서울의 600년 역사만큼이나 곳곳에 자리잡은 서민들의 '먹자골목'은 이제 한국의 상징으로 대변되고 있다.
☞ 80년대 민주화의 상징 '피맛골'
서울의 중심지 종로는 조선시대 육의전이 열렸을 만큼 우리네 생활과 밀접한 공간이었다. 보신각·YMCA·피맛골과 3·1운동의 탑골 공원까지 역사 유적지가 같이 호흡하는 곳이다. 동대문에서부터 이어진 종로거리는 종로 5가의 약국골목과 종로4가의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들어선 전자상가 골목, 종로 2가의 피맛골이 그 중심이다.
종로와 청계천을 잇는 시장골목 50여m에 십자형으로 늘어선 1백여 개의 좌판들은 아직도 70년대 재래시장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한 그릇에 2,500원하는 '보리밥 뷔페'에서는 뭘 먹을지 고민스러운 손님에게 주인장이 직접 '컴비네이션 보리비빔밥'을 만들어준다. 조선시대에 육의전이 펼쳐져 전국 상인들의 집합소 역할을 하기도 했던 종로는 현재 젊은이들의 거리로 탈바꿈했다. 전통적인 인사동 전통차 골목을 곁에 두고 생겨난 많은 카페와 술집들은 하루 200만명이 움직이는 거대 '먹자골목'으로 자리잡았다.
그 중 값싼 술집이 빈틈없이 꽉 들어찬 '피맛골'은 종로의 명소. YMCA 뒤 건물에 들어선 피맛골은 80년대 민주화 항쟁에 맞섰던 대학생과 사회인들이 울분을 삭히며 김치에 막걸리를 건네던 곳이다. 아직도 간판도 걸려있지 않고 영업중인 '고갈비집'은 종로의 역사를 말해 주듯 옛 모습 그대로다. 종로의 거리를 두고 조경진 서울시립대 교수는 "종로의 골목은 현대와 전통의 조화에서 나오는 역동의 공간이다."고 정의한다. 그만큼 젊음의 거리로, 먹거리의 중심으로 꾸준히 자리매김 해오고 있는 것이다.
☞ 중국문화의 진입로 신촌골목과 북창동
종로와 마찬가지로 신촌은 대학가 중심의 문화가 지배적인 곳이다. 아현삼거리에서 신촌로터리를 지나 동교동 로터리에 이르는 노폭 30m, 연장거리 3,350m의 길인 신촌은 신촌동의 동명에서 유래 되었으나 실제로 보면 이 길은 신촌동을 지나지 않으며 신촌 로터리를 중심으로 인근 일대를 신촌이라 부른데서 유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삼국시대 흑요석과 옥수석기가 발견되었을만큼 그 역사가 깊은 신촌일대의 거리는 조선시대 중국과의 교류시 진입로 역할을 했었다. 연세대 앞에서 3대째 냉면집을 운영하고 있는 '고박사집'이나 이탈리안 스파게티 전문점인 '라 스피가'는 인근 대학생 뿐만 아니라 멀리서도 찾아오는 명소.
이와는 달리 서울 시청앞 프라자호텔 뒤편에 위치한 북창동 먹자골목은 서민적인 분위기로 세인의 발길을 끌고 있는 곳이다. 북창동은 소공로와 남대문로, 태평로에 둘러싸인 삼각형 모양의 지역으로, 북창길에서 남대문로까지 남북을 관통하는 길이 500m의 일방통행로 2개를 중심으로 여기저기 뚫린 골목을 따라 음식점 500여개가 들어서 있는 곳이다.
구한말 이래 오랫동안 화교지역으로 꼽혔던 이 곳에는 30∼40년전에는 중국 음식점이 40여개나 됐었다. 그러나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서 현재는 6∼7개만이 남은 상태. 이 곳은 인근 대형건물의 직장인과 남대문시장에 장을 보러온 사람들로 오후 6시부터 붐비기 시작한다. 좁은 골목과 오래된 집이 들어서 서민 분위기가 물씬 풍겨져 나오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전통분위기의 음식점과 신세대 레스토랑 등이 늘어서 있어 늘 생동감이 넘실거린다.
이 밖에 '마복림 할머니'의 신당동 떡볶기 골목과 '뒷구정동'이라 불리는 10대들의 천국인 신천 먹자골목, 200여 음식점들이 들어선 삼성동 먹자골목 등으로 서울은 온통 '먹자골목 천국'이다. 이렇듯 미로처럼 얽혀있는 서울의 먹자골목, 우리의 문화는 여기서부터 생성되어지는 것이다.
에스원 사외보 게재(2000년 봄)
[한국의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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