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전자상거래에 사활 건 한국 기업들
빠르게 발전해 나가는 정보화 시대. 무한한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 시대가 열리는가 하면 휴대폰으로 언제 어디서든지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불과 10여년전만 해도 상상 못했던 이런 현상들을 기업들은 이제 사활을 걸고 달려들고 있다.
☞ 오프라인의 업종을 온라인으로 그대로 옮긴다
현대그룹의 정몽헌 회장은 지난 3월 e-비즈니스로 그룹 이미지를 바꾼다고 공식 표명했다. "현대의 주가가 저평가 되고 있는 상황이 모두 인터넷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라고 운을 뗀 그의 지적은 현대그룹이 고객과 주주 중심의 이미지, 미래지향적 이미지로 탈바꿈하는 데 일조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그룹처럼 거대한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오프라인(Off-Line)에서 경쟁력 있는 업종들이 온라인(On-Line)상에서도 그대로 구현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만 해결된다면 각 업종별 성격에 맞춘 e-비즈니스 구현으로 기업의 매출이 상상을 초월하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현재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든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인터넷 사업. 즉 기존 사업 분야를 고스란히 인터넷으로 옮겨 심어 고객이 직접 다리품을 팔지 않아도 물품을 구입할 수 있게 만든다는 e-비즈니스(electronic-biz)는 현재 기업들간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렇다고 컴퓨터가 일반 대중에게 보급된 지 10여년도 안된 상황에서 벌어지는 현재의 e-비즈니스 사업 열풍이 대기업 위주로 불어닥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본금 몇백만원을 손에 쥐고 아이디어 하나로 해외에서 천문학적 액수를 유치하는가 하면 집에 컴퓨터 한 대만 놓고 사업을 펼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기업들 모두가 흥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대기업의 업무 문화를 변화시킬 정도의 '힘'이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즉 '벤처기업'이란 말을 탄생시키며 e-비즈니스의 메카로 떠오른 서울 '테헤란로'는 미국의 실리콘 밸리를 연상시키는 '한국판 실리콘 밸리'로 급부상했다. 수십업체가 빼곡이 들어서 있어 이 곳에서 사무실을 구하기란 하늘에 별따기라고. 사무실 임대료가 만만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달려드는 이유는 모두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수십개의 사무실이 밀집되어 있다보니 자연스레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e-비즈니스는 전통적 기업 문화까지 바꿔
그 동안 대기업들은 견고한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비교적 변화하지 않은 상태로 십수년간을 유지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에 이바지한 공로가 커 그 누구도 기업문화를 함부로 바꾸려 하지 않았다. 단순히 노조 활동을 통해 노동자의 목소리를 내놓았을 뿐, 다른 활동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누구나 쉽게 컴퓨터에 접속에 자사의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이버 그룹이 탄생했듯이 사이버 노조가 탄생한 것. 이런 상황을 보며 알 수 있듯이 대기업들이 변하고 있다. 최근 LG그룹은 주 1회 평상복 차림의 근무를 통해 자유로운 발상을 하도록 독려하고 있고 제일제당은 임원들과 사원들간의 회의석상에서도 격의없는 말투로 진행한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 컴퓨터 한 대가 세상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세계의 비즈니스맨들을 주고객으로 삼는 국내 특급 호텔들도 정보화 시대에 부응하기 위해 e-비즈니스를 시작했다. 힐튼·하얏트·신라 등 대부분의 특급호텔이 PC나 프린터·팩스 등의 사무기기를 완비한 것은 물론 인터넷이나 국내외 PC 통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을 마련한 것. 일찌감치 지난 95년 11월 198평 규모의 대형 비즈니스 센터를 개관한 신라호텔은 고속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외국인 투숙객들을 위한 화상회의실도 운영 중에 있다. 또 웨스틴 조선 호텔를 비롯한 리츠칼튼 호텔, 신라호텔 등은 객실 내에 인터넷 전용선을 설치해 각광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이들 호텔들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해 컴퓨터 안내대 등을 통해 각종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인터넷으로 호텔의 잔여 객실 수나 예약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시설의 활용도에 비해 설치 비용이 과중한 면도 없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익이 될 것"이라고 밝혀 e-비즈니스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 수 있다.
☞ e-비즈니스 구현 위한 문제점 파악 필수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한 세계 최고의 컴퓨터칩 메이커인 미국 인텔사의 크레이그 배럿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의 경제적 성장은 인터넷에 달려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본격적인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 앞으로 수년 내에 연간 전자상거래 규모가 1조달러가 넘을 것"이라며 "한국 경제는 기존의 사업 모델을 탈피, 조속히 e-비즈니스에 뛰어들어야 아시아 경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배럿 회장의 지적처럼 모든 기업들이 e-비즈니스를 쉽게 뛰어들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인터넷 전자상거래를 실현하기 위한 기반시설 마련이 필수적인데 그것은 안정된 표준 컴퓨팅 모델을 갖추기 이한 서버나 다양한 클라이언트 수용, 확장 가능한 네트워크가 마련되야 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e-비즈니스 사업을 펼친다면 그리 어렵지 않을 지도 모른다. 다행히 한국은 현재 도메인 주소 등록건수 세계 5위, PC 보급률도 수위를 달리고 있으며 SK텔레콤은 현재 가입자 수가 1천만명을 넘어서 세계 5위에 올라 있다. e-비즈니스를 위한 기본적인 바탕은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동북아시아에 자리잡은 작은 나라 대한민국. 풍부한 자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인구가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정보 시장에서 수위를 달릴 수 있는 힘은 과연 무엇인가. 이는 인재(人材)에 의지한 신선한 아이디어 창출과 무한한 노력으로 이루어낸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결과로 e-비즈니스의 구현은 수백년간 지속되어 왔던 오프라인 상에서의 고개들의 상거래를 온라인으로 옮겨놓고 있다. 휴렛 팩커드나 인텔도 현재 인터넷을 통한 자사 물품 판매율을 50%까지 끌어올리고 있는 것을 보면 이제 고객들은 더 이상 상점에서 물품을 구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인터넷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한 시대. 그 때에는 아마도 거리에서 사람을 보는 일이 신기하게 되진 않을까.
롯데그룹 사내보 게재(2000년 봄)
[e-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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