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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일반기사[1999~2002]

21세기 뉴트렌드... 고정관념을 깨라!

21세기 뉴트렌드... 고정관념을 깨라!
 
  세상을 살아가면서 고정관념처럼 무서운 것이 없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히게 되면 어떤 분야에서든지 발전을 꾀할 수 있다. 기존의 틀을 거부하는 21세기식 발상법에 대해 알아본다.

 

☞ 고정관념 탈피에 일조한 IMF 사태

 

  지난 97년 해태제과는 먹는 실크 껌을 내놨다. '에티켓 민트 실크'라는 이름의 이 껌은 실크가 옷으로만 이용된다는 고정관념을 허물었는데 피부미용에 관심이 많은 젊은 여성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LG전자의 '통돌이 세탁기'도 세탁기통은 고정시켜야 한다는 관념을 깨 세탁기 생산 28년만에 업계 돌풍을 일으킨 주역으로 꼽힌다. 기존의 세탁기는 세탁통을 고정시키고 세탁판만 회전시키는 방식을 사용했으나 통돌이 세탁기는 세탁통을 회전시키는 발상으로 그 동안 지적돼왔던 세탁물의 엉킴과 헹굼력을 일시에 개선한 것이다. 이런 개가로 LG전자는 지난 97년 상품이 개발된 이래 국내 세탁기 시장에서 42%를 점유, 업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또 삼성전자의 '따로따로 냉장고'는 기존의 냉장실은 아래, 냉동실은 위에 위치해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허물고 자주 쓰는 냉장실은 위로 올리고 냉동실을 아래로 내려 연 10만대 안팎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이런 고정관념의 탈피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산업의 발달로 기존의 관념과 틀이 허물어지기 시작할 무렵인 90년대부터 현재까지 무수히 많은 선입견들이 깨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특히 벤처 열풍이 불고 있는 벤처기업들에게 더욱 현저히 나타나고 있는데, 절대 망하지 않을 것 이라던 대기업들이 IMF 사태로 속수무책으로 허물어지면서 그 중요성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대우그룹은 국내 굴지의 재벌로 재계 순위 5위안에 랭크됐던 기업이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김우중의 신화를 내세우며 승승장구하던 대우는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세계 경영'의 피치가 부실경영이 드러나면서 그대로 무너졌다. 한보그룹을 시작으로 삼미·진로·기아 등 절대 망하지 않을 것 같았던 대기업들은 그렇게 하나둘씩 역사속으로 사라져 간 것이다. 어찌보면 IMF가 기존의 고정관념을 바꾸는데 일조한 셈.

 

  80년대와 90년대까지만 해도 결혼 배우자 1순위로 지목됐던 은행원과 공무원도 평생직장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시켰다. 동서증권·고려증권의 부도를 시작으로 종합금융 사와 은행·생명보험사들이 IMF 주범으로, 퇴출 대상 1호로 내몰리면서 이젠 평생 직장이 아닌 '평생 직업'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게 됐다.

 

☞ 대기업들도 앞다투어 고정관념 깬다

 

  이런 결과로 연공서열 순으로 입사 순위에 따라 승진과 봉급을 받던 시대가 사라져 가고 있다. 연봉과 보수체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 인터넷으로 홈페이지를 무료로 제작해주고 있는 '테크노빌'은 지난해말 미국 진출을 위해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회사의 사활이 걸린 이 프로젝트의 팀장은 다름아닌 교포출신 평사원 데이빗 김(27)씨. 신출내기 평사원이 기술개발이사와 마케팅 담당 이사와 같은 임원급들을 팀원으로 지휘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절대 말도 되지 않을 것 같았던 사실'들이 이젠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연공 서열과 새로운 직급체계는 벤처기업의 트레이드 마크로 여겨지고 있으며 현재는 '직장규율'이 엄격한 보수적인 대기업에까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인터넷 트레이드팀을 신설한 (주)쌍용은 입사 6년차인 유모(33)대리를 팀장으로 전격 발탁했다. 회사측은 "입사 20여년 이상된 부장급이 맡는 팀장 자리에 대리를 임명한 것은 신규 사업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는 젊은 사람이 오히려 더 적격일 것 같아서"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LG 텔레콤도 과장이 '리더'로 있는 팀에 부장이 팀원으로 배치되고 리더로부터 인사고과를 받는다. 이 회사는 대리·과장·부장 등 '호칭'은 연공서열(근무연한)에 따라 이뤄지지만 '연봉과 직책'은 '능력에 따른 승진'이라고 한다. 자신의 능력에 맞게 돈을 받고 일하는 직장문화가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것. 호칭 및 복장이나 출·퇴근 시간과 같은 '직장인 문화의 형식'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자율 출·퇴근제와 자율복장제를 도입한 제일제당도 올해부턴 회의실에서 '부장님', '상무님'이란 호칭을 근절시켰다. 상무든 사원이든 서로의 이름에 '님'자를 붙여 부르도록 하고 있다. 하급자는 존대를 하고 상급자는 반말을 하는 분위기에서 창의적인 사고가 나올 리 없다는 해석. 인터넷 벤처기업으로 유명한 다음커뮤니케이션도 평사원들의 호칭을 '마케팅 플래너', '인터넷비즈니스 플래너', '메일 컨설턴트' 등으로 바꿔 부른다. 사원이 자기 업무와 관련돼 전문성과 자부심을 갖도록 만들어 업무상 상급자와 대등하게 일하라는 취지다.

 

☞ 10명중 9명이 찬성하는 일은 하지 말라

 

  이런 의미에서 최근 <고정관념 끊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을 낸 세계적 광고 대행업체 BDDP의 공동 창업자이자 회장인 '장 마리 드루'는 고정관념의 탈피를 '단절(Disruption)'로 규정하고 3단계의 방법론을 제시했다. 관습의 힘을 파악해야 하며, 관습과 단절할 방법을 찾아야 하고, 비전을 조직화해야 한다는 것. 브랜드가 시간의 벽을 넘어 계속 판매호조를 띄려면 구태의연한 마케팅과 소비자의 선입견, 규범화된 광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이렇듯 고정관념의 탈피는 이제 21세기의 신경향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기존의 벽을 허무는 작업들이 이뤄지는 현실은 곧 세상이 발전해 나간다는 의미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보면 세상은 수 없이 많은 고정관념의 탈피로 발전해 오지 않았던가. 이제 우리는 영원히 현실에서 도태되거나 패배자가 되지 않으려면 '10명중 9명이 찬성하는 일은 하지 말라'는 것이나 '잘못 탄 커피가 맛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현대미포조선 사외보 게재(2000년 봄)
[고정관념 벗어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