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살아있음?
늘어나는 뱃살만큼
아이의 넉살도 늘어나고
메마르는 감성만큼
아내의 감정도 메마르는데...
이를 어쩌나.
10년 넘은 노래를 최신가요인 양 듣자니
내 놀란 표정이 살아있어 더 허탈하구나.
그래도 오늘,
KBS 라디오 '이금희의 사랑하기 좋은 날'에서 들은,
그래서 몇몇 저장했던 7080 음악으로나마!!
왕년에 자판 좀 두들겼다던 쌍문동 고굼씨 가슴이 촉촉해지누나. ㅜㅜ
특히 Paul Anka의 'I don't like to sleep alone'.
이 노래... 그냥 적셔주네.
먼지 풀풀 날리는 밀밭 가득한 미국 중남부 어디쯤의 농가에서
KFC 치킨 할아버지가 아들에게, 그리고 손주에게 불러줄 것 같은
그런 노래네.
지금이 신문 한 장, 책 한 권, 영화 한 편 보기 쉽지 않은 시절이라해도
감성이 최고조였던 1994년의 그 봄보다는 낫지 싶다.
'덜 살아있음'으로 인해 호탕한 웃음 못보냈다던 자책도 이젠 안녕이지.
술 먹고 들어와 잠든 준호의 표정을 보면,
세포들이 더 꿈틀대는 것이 '더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물론, 아내와 싸울 때는 '더더 살아있음'을 느낀다. -_-;;
더 사랑하고 더 살아있었다고 생각했던 때를 돌이켜보니,
덜 사랑하고 덜 살아있었다며 삭혔던 때와 별반... 다르지 않네.
지나고 나면 파장이나 미동도 없는 '거울 호수'같은 과거가 되는구나.
경쾌한 음악이 때론 슬픈 가삿말을 품고 있듯,
웃지만 슬픈, 그래서 '웃픈'이란 단어를 만들어낸 이 시대에 대고 외칠란다.
나는 '더 살아있다'고.
-술 안 먹은 고구마 씀-
# 아주 가끔이지만,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그리울 때가 있어. 크크. 뭔가 끈적이는 게 있었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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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탄 고 구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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