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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축학개론-감히 영화 <클래식>과 비교할 순 없다. 그러나,

 

 

 

 

 

감히 영화 <클래식>과 비교할 순 없다.


2003년 국내 영화계에 '첫 사랑 주의보'를 내렸던 영화 <클래식>을 기억하는가. 그 영화가 나온 지 10여 년 만에 비슷한 기류의 분위기가 감지됐다. 영화 <건축학개론>은 제목처럼 건축공학과 출신인 이용주 감독의 과거 이야기다.(실제 그의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첫 사랑은 과거다. 그것도 30~40대 청장년들의 이야기라면 불현듯 80~90년대로 시간은 거슬러 올라간다. 피비린내나는 칼부림이나, 액션씬 없이도 관객 100만명 이상 쉽게 기록하는 것은 분명 최근 트렌드인 '감성'과 맞닿아 있어서일게다. 그래서 관객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나도 그런 때가 있었지"라면서. 얼마전 영화 <써니>의 그것과도 닮았다.


이 감독은 "<건축학개론>이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시절'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집은 여러모로 좋은 소재"라고 모인터뷰에서 밝혔다. 이 영화에서 '집'은 매우 중요한 키포인트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다. 건축에 문외한이라면 어설픈 청춘드라마 될 뻔 했다. 다음 작품은 뭐가 될 지 모르지만, 이 영화에 그의 지식 모두를 쏟아부었으리라. 10여년간 고민했다고 하니까. 그 고민을 볼륨이 얼만한지 한 번 느껴보고 싶지 않은가?


그 시절, 015B와 전람회의 음악을 들으면서 청춘을 보낸 이들은 지고지순한 순정만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휩싸이게 된다. '기억의 습작'이 1994년 발표됐으니, 얼추 나의 인생도 흡수돼 있는 셈이다.


최근 이슈의 중심에 선 인물 4명이 등장해 흥행 1위를 기록하는 지도 모르겠다. 엄태웅, 한가인, 수지, 이제훈. 이 밖에도 뮤지컬로 얼굴을 알린 '납뜩이'역의 '조정석'도 눈에 띄는 조연이다. 최근 MBC <투킹>에서 한국군 대위역할로 분해 관객들에게 얼굴 알리기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는 중이다. 이 영화에서 그의 대사는 사실상 내가 들었던, 그리고 우리가 한 번쯤은 첫 사랑에 가슴 아파할 때 들었던 거친 조언들이었다.


승민이 사랑하는 '서연'이 선배 재욱과 함께 술에 취해 집으로 함께 들어간 후, 눈물 흘리는 승민에게 납뜩이가 내뱉는 조언들은 주옥같다. 다소 거친 욕설이 있지만, 무조건적인 우정 앞에 이성적 판단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첫 사랑에 한 번쯤 울어봤으니까.


난 그 부분이 이 영화에서 가장 가슴 아팠다. 그 만큼 감정이입이 극대화 된 장면인 듯 싶다. 그 나이 때 '사랑'이 어디 '우정'을 앞섰던가 말이다.


이 영화를 감히 <클래식>과 비교할 순 없다. 입체적 스토리 구조로 돼 있고 반전이 있었던 수작 <클래식>보다는 평면적 스토리라인이 다소 어이없기도 하다. 뻔한 스토리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만한 힘이 있다. 이 안에서 찾을 수 있었던 것은 호두아이스크림에서 호두를 찾아낸 기쁨이랄까. 그런 기분이다. 알알이 맺힌 눈물 방울이 곳곳에 배어들게 만든 건 분명 감독의 힘이다. 과거와 현재의 수준 높은 교차 편집이 몰입도를 배가 시켰다.


그가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을 좋아했는지 확인할 길 없지만, 분명 이 노래는 이 영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최대의 수확이 될 터이다. 벌써 다운로드 수위를 차지한단다.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을 들으면 비오는 봄날 캠퍼스를 쟈켓에 의지해 뛰던 조인성과 손예진의 그 모습이 떠오르는 것 처럼 말이다.


이 영화는 현재 흥행 1위다. 그럴 만 하다. 복고풍은 이번에도 무너지지 않음을 확인했다. 시절이 하수상할 수록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비단 나뿐이랴. 복잡한 일상을 벗고 그래도 사랑 하나에 목숨 걸만큼 여유로웠던(지금 현실과 비교해서 말이지)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이다.


미쓰에이 수지가 이렇게 예뻤던가. 미쓰에이의 음원 다운로드에 처음으로 클릭했다. 17살이란다. 마음 속으로만 좋아하자. -_-;;


★★★★☆
멜로/애정/로맨스 | 한국 | 118분 | 개봉 2012.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