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의 18번째 영화
<피에타>
그에게 돈을 쥐어주고 싶다.
네이버 전문가 평점 6.45점, 네티즌 평점 8.53점. 필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前 조선일보 영화전문기자 이동진씨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시리즈 중 두 번째 <다크나이트>에게 별 다섯개를 부여했다. 그렇다면 <피에타>는?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피에타는 독창적이고 강력한 흡입력을 가진 작품"이라면서 "감독의 목소리는 다양한 장치 속에서 거의 매순간 명확하게 전달되지만 상징들이 그다지 깊게 매설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단 한 줄로 평가할 만큼 명확한 주제를 가진 김기덕 감독의 역작들을 살펴보더라도, 이 영화의 아쉬움은 존재한다는 평이다. 그렇다면 나의 얘기를 해보자. 내가 본 <피에타>는 한 줄로 평가할 수 없다. 1차원적인 캐릭터 속에 극중 닭 내장처럼 얽힌 입체적 스토리를 파악한다면 그렇다.
김기덕 감독의 18번 째 영화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란 의미다. 성모 마리아가 죽은 지저스 크라이스트를 안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이나 조각상을 말하는데, 이 영화도 정확히 그 맥락이 닿아있어 놀랍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힐 때 옆에 있던 '강도'들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인지 유럽에서 큰 호응을 얻은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 입맛에 맞게 맞춤 제작한 것이 아닐진대, 제68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은 진정 대단한 업적이다.
1억 5천만원의 제작비로 이런 영화가 탄생할 수 있는 것은 지극히 김기덕의 천재성에 기인한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영화제를 위한 영화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게 할 수 있으면 해봐라"란 대답으로 자신감을 드러냈던 그다. 그 대답은 "그저 영화가 좋아 만들었을 뿐이다"로 해석하련다.
김기덕의 힘은 무엇일까. 학력은 중요치 않다. 제작 환경이 헐리우드에 비견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영화 제작 환경을 고려할 때, 탄탄한 시나리오 구성은 필연적이라 할 만 하다. 보통의 한국영화들이 그러했듯이, 해외 수상작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시나리오에 기가 찼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 비슷한 스토리라인일 수 있으나, <피에타>만의 징그러울 만큼 버릴 것 없는 장면장면은 소름이 끼칠 정도다. 머릿 속에서 온갖 구상을 했으리라. 고뇌의 흔적, 그것은 누구와 공유할 수 없다. 그 만의 것이기에 영광도 그 만의 것이길 바랄 뿐.
실타래에 꽂아놓은 바늘을 빼내는 심정으로 썼을까. 혼탁한 연못에서 비단 잉어를 찾는 기분이랄까. 그의 영화에는 질퍽함이 있다. 다만, 미선(조민수)과 강도(이정진)의 만남에서부터 몇몇 장면은 어색함이 묻어났지만, 이 또한 필름을 아껴야 하는 제작비의 탓일 것이라고 위로해 본다.
지극히 유럽 성향의 영화라 할 지라도, 총 2,000편 중 30편만 본선에 진출하는 세계 3대 영화제들의 특성 상 그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해외에 내로라하는 배우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국내에서 사랑받지 못해도 해외에선 평균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것을 보면, 아직 김기덕 감독의 주머니는 그렇게 공허하진 않을 것 같아 안심이다.
각본, 감독, 편집, 촬영까지 원맨밴드다. 과거 가수 김수철이 영화 <서편제> OST 제작 의뢰를 받고 단 5분만에 주제곡을 만들었다는 일화처럼 이 시나리오 완성도 길지 않았으리라.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몇 안 되는 영화감독이다.
마지막 장면이 궁금해 본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과연 어떤 내용과 장면을 담았기에 대상을 수상했을까라는 궁금증도 현재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게 만드는 이유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런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에 우리는 적어도 이 감독에게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많이 보진 않았다. 그의 영화 <나쁜 남자>, <해안선>, <영화는 영화다>(장훈 감독의 작품이다)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시니컬함과 따뜻함은 항상 공존했다. 우울함과 어둠은 기본 장치이고...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결국 이 영화의 주제는 '휴머니즘'이다. "돈이 뭐예요?"라는 강도의 대사가 키워드다. 미선의 대답에 해답이 있다. 직접 보고 해석하시라.
앞으로 김기덕 감독에게 부탁 하나 하자. 18번째까지 메시지가 비교적 동일했던 것으로 파악되니, 이제는 로맨틱 코미디류의 '밝은 영화'를 한 번 만들면 어떨까라는 것. 한국 사람으로서 욕심을 내본다. 어떤 로코가 나올 지 심히 궁금하다.
그래,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을 찡그리거나 감지 않아도 되는 영화를 하나 쯤은 만들어 그의 손에 3편 이상의 이런 영화를 만들만한 제작비를 쥐여주고 싶은 것이 나만의 새로운 욕심일지도.
★★★★★
드라마 2012 .09 .06 104분 한국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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