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okGGM/고구마의 추천 영화

[한국] 범죄와의 전쟁-시간적 배경이 '현재' 아닌, 살짝 '정치적 입장'을 비껴갔나

 

영화평

범죄와의 전쟁

 

 

 

 

 


시간적 배경이 '현재' 아닌, 살짝 '정치적 입장'을 비껴갔나


이 얼마나 마초적인 영화던가. 남자들만 우글댄다. 최동훈 감독의 2004년 작 <범죄의 재구성>을 떠올리는 듯 하지만, 재구성 아니고 실구성이다. <범죄의 재구성>에서는 사기꾼 최창현(박신양)의 혀를 찰 만한 사기 행각이 멋드러지게(?) 표현돼 소시민들에게는 다소 거리가 느껴진다만, 이 영화는 다르다. "이런 사기도 있을 수 있구나"가 아니라 "이런 사기도 있었구나"의 차이다.


영화는 감독의 산물이자, 예술이라 했던가.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있자면, 배우의 역할 범주가 어디까지인지 가늠하게 만든다. 조폭을 미화하는 것에 좋을 것 없지만, 이미 여성 관객들은 극장을 나설 때 배우 하정우가 '멋지다'라고 해버린다. 그 만큰 선이 악으로, 악이 선으로 표현되는 것처럼 보여질 만큼 절묘하게 연출했다.


최민식, 하정우, 조진웅은 이미 검증된 바, 곽도원과 김성균은 조선일보에서 단독인터뷰를 할 만큼 '떴다'. 연극판에 10여년 머물다 영화판에 뛰어든 데뷔작치고 대단하다. 그들의 얼굴을 이미 지난주 기준으로 300만 명이 보고 갔다. 평소 여리고 착하기만 하다는 하정우의 오른팔 '박창우'역할을 제대로 소화한 김성균, 그리고 고졸 출신(조선일보 헤드라인 뽑는 태도하고는...)이라고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한 '조범석 검사'역의 곽도원. 이 2명의 연기자를 건진 것 만으로도 한국 영화의 결실이다. 아니 윤종빈 감독의 노고다. 한 명을 더 보태자면 홍일점인 여사장역의 '김혜은'이다. 어디서 많이 봤다 했는데, MBC 기상캐스터였단다. 이젠 '쩍벌녀'란 별명까지 얻은 그녀,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


모두가 곽도원 캐스팅을 반대했단다. 그런데 윤종빈 감독의 고집으로 치켜세웠고, 결국 해냈다. 아마 청룡영화제나 대종상에서 그들에게 뭔가 '상'하나를 쥐어준다면 윤감독의 말 한 마디는 이제 더욱 힘을 얻을 것이다.


영화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필자 기억으로는 9시 뉴스데스크에서 봤던 노태우 前 대통령의 얼굴이 아련하게 떠오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범죄와의 전쟁>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데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지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다. 이제는 조폭들이 칼을 들고 활개치며 소위 그들만의 전쟁을 치르는 시대는 지났다고들 한다. 비즈니스가 대세인 시대에 그들은 이런 영화를 보며 씁쓸한 공허함만 커질 수도 있는 일. 지금과 다른 당시 상황이 교육 자료로 쓰일 수도 있겠다.


영화 속 이야기에 주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사회 부패다. 부정부패로 얼룩진 곳곳에서의 최익현(최민식) 활약상은 '금두꺼비'로 정점을 찍는다.(지금 시세로 따지면 얼마야 ㅋ) 그랬다. 과거는 그랬다. 그런데 지금도 그러하다. 이 영화의 키포인트가 여기 있는 게 아닐까. 시간적 배경이 '현재'가 아닌 것으로 살짝 '정치적 입장'을 비껴갔는 지도 모르겠다.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면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었을까? 최형배(하정우)의 중저음톤 간결한 말투에 이어진 소주 잔의 위력일까, 최익현(최민식)의 차오른 똥배만큼이나 덕지덕지붙은 현대인들의 욕심일까.


정말 살인마가 아닐까, 사이코패스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역할에 몰입해 관객에게 저주받았던 두 명배우가 만난 명작이다.


그냥 즐기기에도 좋다. 20대들에게는 생소한 사극 한편일 수도 있겠다. 그저 배우들의 소름돋는 명연기에 매료되어 2시간 10분이 휙 지나간다.


★★★★☆
범죄, 드라마 | 한국 | 133분 | 개봉 2012.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