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과연 대한민국이란 말인가.
도가니 [명사]
1 쇠붙이를 녹이는 그릇. 단단한 흙이나 흑연 따위로 우묵하게 만든다.
2 흥분이나 감격 따위로 들끓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제 '도가니'란 단어를 들으면, '도가니탕'보다는 영화 <도가니>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 만큼 최근 파괴력 1순위에 오른 단어다. 이것이 비단 나만의 착각이라면, 그렇다고 치자. 개봉 2주만에 250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으는 이 무거운 소재의 영화는 왜 이렇게 회자되고 있을까.
어렵사리 가끔 영화관에 들르는 어르신들도 무거운 영화를 선택하고 싶진 않을 게다. 정말 가끔 영화관에 들러 사진기자 렌즈에 담기는 MB도 이 영화를 보고 뭔가 한 소리 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바뀌었나. 최근 이 영화의 소재가 된 광주 인화학교는 폐교를 결정했단다. 그러나 잘됐다라는 생각보다 거기에 남을 고아 6명의 거주지 확보가 먼저 걱정된다. 그것이 바로 현실이다.
영화 <도가니>는 공지영 작가가 2005년 MBC <PD수첩>에서 보도된 '광주 인화학교'의 실태를 본 후 집필하던 작품을 놓고, 바로 이 작품에 올인했다고 한다. 그 만큼 애정이 깊을 터. 그 만큼 화가 끓었을 터. 보는 내내 편하지 않았다. 울분도 눈물도 그저 나 혼자 할 수 있는 행동에 불과하고, 뭔가 이 사회에 내지르면 안 되는 공통의 휴머니즘을 느꼈다. 그래서 현재 엄청난 후폭풍이 일고 있는 모양이다.
그 때 그 사건의 피의자들은 어떻게 다시 복직이 되고, 정년 퇴직까지 했으며, 심지어 현재까지 근무 중이란 말이냐. 이것이 진정 대한민국이라면 손 놓고 싶다. 여기가 과연 대한민국이란 말이냐.(교장 역의 성우 장광씨는 촬영 후 심리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영화 얘기로 돌아가자면, 감독 황동혁의 영상미가 뛰어나고, 편집도 솔솔찮다. 특히 인트로 부분이 인상깊다. 전라도 어딘가에 있을 '무진'이 배경이 된 이 영화의 시작부터 음침하다. 주인공 강인호(공유)와 서유진(정유미)의 만남만이 다소 유쾌할 뿐. 강인호는 말보다 행동, 그것보다는 눈빛으로 말을 하기에 더욱 이런 분위기는 2시간 내내 지속된다. 행동의 당위성을 꼽으라면 두 말 할 필요 없지만, 법정에서 아무 말 못하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영화 속 장형사의 대사였던 "자식 새끼 판검사라도 시켜야지원..."이란 대사가 깊이 남는다.
이미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고, 인간의 참혹한 이면을 보면서 자신에게 되묻기도 할 것이다. 자신의 악마성은 몇 점이나 될까? 과연 인간의 이중성은 어느 정도일까?최근 한나라당 주도로 이른바 '도가니법'도 제정한다고 하는데, 이는 과거 故 노무현 前 대통령이 이 사실을 접하고 법제정을 하려 했으나,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에서 반대를 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과연 몇이나 알까라는 사실에 더 울분이 난다.
인간의 이중성은 여의도에도 많다는 생각.
구성이 탄탄한 영화는 흥행에는 실패해도 입소문 등으로 인해 거의 망하지 않지만, 실화를 소재로 했다는 사실이 싫다. 공포감마저 든다. 실화여야만 시나리오가 탄탄해지는 것인지.
<살인의 추억>, <아이들>, <그 놈 목소리> 등 실화를 소재로한 영화들의 흥행은 왜 이어지는지 모르겠다.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모를 '현실'이다. 과연 이 복잡다단한 세상에 홀로 나와 앉아 있는 저 어린 아이들에게 우린 과연 무슨 짓을 한 것인가.
나는 그것이 알고 싶다.
★★★★☆
드라마 | 한국 | 125분 | 개봉 2011.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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