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주제가상 수상한 불후의 '음악영화'
영화 <원스>는 지난 2008년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받아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런닝타임 86분. 아일랜드 더블린을 주요 무대로 삼아 약 10만 달러로 17일간 촬영한 영화다. 비주류인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이 찾고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재료 선택부터 오랜 기간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낯설지만 나쁘지 않은 맛을 느꼈을 때의 기분이랄까. 그래서 더 매력적인, 처음 먹어보는 맛이지만 계속 끌리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는 것? 뭐 그 정도.
2008년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한 곡 'Falling Slowly'는 영화 도입부분과 말미 부분에 쫙 깔린다. 영국 음악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풍의 노래는 그 동안 여러 록그룹을 통해 익히 들어봤다. <라디오헤드>의 'Creep'도 그렇고.
로맨틱한 곡에 가사를 붙이는 일을 통해 남자와 여자는 하나가 된다. 물론 몸이 아닌 마음으로. 상징적인 장면이다. 대사가 아닌 노래로 의미를 전달하기에 더욱 돋보이는 명장면이 됐다.
이 장면에 대해 <씨네21> 편집장은 "이 장면은 노래가 아니라 대사라면 성립하기 힘들다. 대사라면 그녀의 말을 들어야 하는 이가 분명할 텐데 여기선 누구를 향한 말인지 불분명하다. 음악을 만든 남자를 향한 것인지 여자의 남편을 향한 것인지. 관객은 뒤늦게 이 노랫말이 자신의 남편을 향한 소원임을 알게 되지만 막상 노래가 나올 때는 그런 생각을 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남자는 "그를 사랑해?"(밀루 예쉬 호?)라고 묻고 그녀는 "밀루유 떼베"(체코어로 "당신을 사랑해"의 의미)로 답한다. 하지만 남자는 그 의미를 알지 못한다. 이런 장면은 오히려 국적이 다른 언어를 사용해 의미의 신장을 늘어뜨리는 효과를 발휘했다.
또한 이 영화는 중간중간에 홈비디오 같은 장면은 음악을 덧씌워 넣어 동대문표 옷을 돌체앤가바나 명품 럭셔리 의상으로 바꿔놓았다. 감독이 뮤지션 출신이라 그랬나 보다. 베이시스트 출신의 존 카니 감독과 영국 인대밴드 <더 프레임즈>의 리드 보컬인 글렌 한사드와 객원 보컬 마르게타 이글로바가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음악영화'로 봐야 하는 지, '영화음악'으로 느껴야 하는 지 불분명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음악'이 영화로 재탄생했다는 것이다. 최근 김C가 발표한 OST가 아닌 IST(Image Sound Track) 느낌의 앨범처럼 말이다.
당신이 현재 격한 소용돌이의 인생을 살고 있다면 가끔 잔잔한 호수의 석양에 몸을 맡기고 심호흡하고 싶은 날이 여러 날 될 것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런 '심호흡'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여실히 그 마음을 충족할 수 있을 듯 하다.
★★★★
드라마 | 아일랜드 | 86 분 | 개봉 2007.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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