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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GGM/고구마의 추천 영화

[외국] 첨밀밀

 

 

 

 


"어떻게 이 모양이지? 내일은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르겠어."


1986년 3월 1일. 무석이 고향인 여소군(여명)과 광주가 고향인 이교(장만옥)는 이미 열차 안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 장면을 마지막에 보여주긴 하지만 말이다. 처음과 끝을 서로 이어주는 영화.


영화 <첨밀밀>은 1996년 작품이다. 앳된 여명과 장만옥이 주연을 맡아 국내에서도 큰 흥행을 이뤘던 영화다. 사랑이야기 한 편 고르려다 손에 잡혔는데, 후회 없다. 14년 전 작품임에도 전혀 낯설지 않고 오히려 세련됐다. 그런 영상미를 진가신 감독은 그 후에도 줄줄이 쏟아냈으니까.


홍콩에서 만난 소군과 이교의 사랑은 어찌보면 쿨한 사랑이다. 그런 쿨함이 오히려 진정한 사랑을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 본다. 이 영화는 소군의 애인이 고향에 있음에도 둘은 사랑을 나누고 결국 역지사지의 논리로 이교는 소군과 헤어지고 먼 훗날 재회하게 된다는 해피엔딩의 사랑이야기다.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니, '인연'에 대해 다시금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이 모양이지? 내일은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르겠어."
이교가 헤어질 때 하는 말이지만 결국 이 말처럼 미래는 부정도 긍정도 가늠할 수 없는 것이었다. 부정이 긍정이 되고, 긍정이 부정이 됐다. 일상이 막막한 두 사람의 미래에 비빌 언덕은 결국 '사람'이었던 것. 고독한 두 사람을 이어준 것은 결국 질긴 인연이었다.


영화 <접속>의 유명한 대사 "언젠가 만날 사람은 꼭 만나게 된다"라는 말처럼 그들도 그리 됐다. 잠자리를 가져도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관계. 참 쿨한 관계다. 서로 놓아주어야 한다는 걸 머리는 알지만 가슴이 내려놓지 못했던 것. 영화 전반부를 보면 그저 쿨함으로 끝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리하면 재미 반감의 흥행 실패작이 될 것임을 알기에 감독은 운명을 장난의 실타래로 엮어놓았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이냐.


차 경적 소리에 돌아선 소군과 이교의 키스 장면. 서로 '인연'인지를 확인해보기도 하지만(이 장면은 국내 드라마에 많이 차용된 명장면이다)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그들의 운명은 결국 영화에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됐다.


누군가를 평생 그리워 하는 것. 행복일까, 불행일까. 이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영화. 사랑은 말을 없애고, 말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누군가 내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첨밀밀의 마지막 장면처럼. 운명이라면 꼭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마지막 등려군의 노래, 심금을 울린다.
"그대는 물었었지. 그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대 생각해보오. 그대 가서 보시오. 저 달이 내 마음을 대신하오."


# 명대사
어떻게 이 모양이지? 내일은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르겠어. -이교-


★★★★
멜로/애정/로맨스, 드라마 | 홍콩 | 118 분 | 개봉 1997.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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