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개의 시선.
얼핏 들으면 외국 영화 제목이다. 그러나 한국영화다. 한국인권위원회에서 제작한 이 영화 시리즈는 모두 6편으로 구성돼 있다. 6명의 감독이 참여해 만든 '인권 영화'인 셈이다.
먼저, 임순례 감독의 '그녀의 무게'는 외모 지상주의가 판치는 세태를 꼬집었다. 아주 제대로 꼬집었다. 여고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혀 모르는 본인으로써 매우 흥미롭게 봤다. 그러나 본인이 재밌는 장면이라 생각하는 것도 그녀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음을 뒤늦게 깨닫고, 곧 웃음을 멈췄다. 제대로 그려낸 임감독 작품이다.
두번째 정재은 감독의 '그 남자의 사정'편은 다소 모호하다. 주제가 무엇인지 쉽게 캐치하지 못하겠다. 머리가 나쁜 본인을 탓해야겠지. 동양메이저타운을 무대로 벌어진 이야기들인데, 솔직히 아파트 구조에 더 많은 관심이 기울여 졌다. 가운데가 뻥 뚫린 구조로 동서남북 모두 마주볼 수 있는 복도식 구조다. 오줌싸개 어린 아이를 통해 본 이웃 단절의 현대를 비판한 듯 하다.
세번째 여균동 감독의 '대륙횡단'은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실제 주인공이 출연한 것 같다. 이 또한 여감독 특유의 감각으로 그려냈다. 약간 비껴나간 듯 하면서도 비껴나가지 않는 비소. 실제 일상 생활을 그려낸 것이라 더욱 실감 영상이다. 대륙은 결국 광화문 네거리를 말하는 것이나, 그에게는 진정 대륙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네번째 박진표 감독의 '신비한 영어나라'. 한동안 고정된 카메라 때문에 무엇을 말하는 지 몰랐다. 병원인 듯한 곳에서 아이는 소리치고 울음을 터뜨린다. 엄마는 그 앞에서 걱정스런 눈동자로 아이를 응시하고... 결국 내용은 아이의 혀를 잘라 넓혀 영어 발음을 잘 하게 만들고자 성형수술을 완성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소름돋는다. 진정 일어나는 일인가?
박광수 감독의 '얼굴값'은 은연중에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지극히 일상적인 것에 대한 차별성. 그것을 그려냈다. 마지막 장면이 소름돋긴 하지만, 그래도 10여분 사이에 그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려 한 것에 큰 박수를 친다. 오랜 만에 보는 박광수 감독 작품이다.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는 박찬욱 감독 작품이다. 네팔인 찬드라는 정신병자로 몰려 6년 4개월 간 한국의 정신병원에 실제 갇혀 있었던 외국인 노동자다. 어느날 동료와 싸운 후 회사를 나온 찬드라가 겪은 일들은 실로 놀랍다. 한국 영사관에 네팔어를 하는 사람 하나 없다는 게 진정 사실일까? 하긴, 외교부에 이라크어 하는 사람이 1명 있다는 사실만 봐도 고개 끄덕여지긴 한다. 다소 충격적 내용이다. 별 것 아닐 수 있으나, 오해로 인해 한 사람을 6년 넘게 가뒀다는 것에 할 말을 잃게 만든다.
★★★★
2004년 과거 블로그에 올렸던 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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