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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GGM/고구마의 추천 영화

[한국] 효자동 이발사

효자동 이발사

효자동 이발사를 본 것은 꽤 됐다. 역시 시간이 없어 이제서야 그 서평을 써볼까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인지, 기억이 좀 가물가물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기억 끝에 붙은 밥알이라도 떼어내 먹어줘야지.

효자동은 청와대 바로 옆의 동네다. 얼마전 모 일간지에서 취재한 바에 의하면, 현재 효자동에는 이발소가 없다고 한다. 그러니 만약 있었다면 이 영화를 계기고 그 가게도 대박을 터뜨리지 않았을까 한다.

역시 송강호였다. 아들이 고문을 당한 후 두 발로 일어서지 못하는 것을 본 후, 그는 대로변에 나와 침을 흘리며 펑펑 운다. 아니 거의 곡소리에 가깝다. 길바닥에 드러눕기까지 한다. 누군들 그러지 아니할까. 난 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박통과 전통이 나오긴 했어도 별 감흥을 일으키지 못했다. 오히려 난 그런 장면이 퍽 좋다. 내가 휴머니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소리의 연기도 박수 받을 만 하다. 경상도 말씨는 어디서 그리 제대로 배웠는지... 아줌마 냄새(?)가 풀풀 풍긴다. 세상에 찌들었지만,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몸빼바지의 아줌마 연기를 또 해냈다. 다른 여배우가 했다면 조금 느낌이 다를 수도 있겠으나, 문소리였기에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배역도 크게 빛을 발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이야기인데, 별 실화 냄새가 나진 않는다. 어쩌면 조금 실망했다고 말하고 싶다. 송강호의 힘을 너무 믿었던 까닭인지, 그 동안 눈알 뒤집히는 장면에 익숙해져 그런지, 잔잔한 물결의 감동에 어깨 하나 들썩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그래도, 건진 것이 있다면 당시 처절했던 고문 후유증을 앓는 사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는 데 있다. 내가 무슨 국가유공자도 아닌데 뭐 이런 생각까지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 이유없이 죽어갔던 당대 선배들의 아픔이 줄줄이 베어나왔다. 누가누굴 의심하기만 했어도 잡혀갔던... 그리고 죽음으로 내몰렸던... 구한말 그것과 무엇이 다른건지.

볼 만 하다. 비디오로라도 볼 만 하다. 그러나 두 번 보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난 '태극기 휘날리며'를 선택할 것 같다.

★★★
 

 


 

 

2004년 과거 블로그에 올렸던 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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