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다. 또 사랑. 지극히도 단순히 보이는 이 남녀간의 사랑으로 장장 두 시간을 해치워냈다. 사랑...
'8월의 크리스마스'의 감독였던 허진호는 이 영화에서도 가느다란 붓으로 정밀화를 그려내는 듯한 영상을 선보였다. 내 생각에 아마도 허진호 감독은 무척이나 여자에게 쓰라린 경험이 있었던 게 아닐까 한다.
봄날은 간다. 작년에 이 영화가 나왔을 때 나는 시인 김억의 '봄은 간다'를 생각했다. 그런데, 봄날은 간다란 의미도 굳이 끼워넣자면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주내에 있는 것 같다.
절대적일 것 같았던 그 사랑!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봄이 가면 여름이 온다는 진리를 언젠가 들은 적이 있어 바로 전기 컨센트를 끼우듯 생각할 수 있었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온다는.
유지태와 이영애의 연기는 참.. 자연스러워 좋았다. '떡라면'을 조심스럽게 발톱깍다가 내뱉는 억양은 일전의 이영애가 아닐 것처럼 보일 만큼 연기가 천연덕스러워진 것 같다. 마네킹 같았던 대사처리는 온데간데 없다. 술 취한 연기도 그렇고.
"은수씨, 내가 라면으로 보여? 말 조심해!"
"내가 오니까 좋아? 보고 싶었어?"
"상우씨, 우리 한달만 떨어져 있어 보자."
우리헤어지자. 내가 잘할께. 헤어져. 너 나 사랑하니? 사랑이 변하니... 헤어지자. 그래.
이런 말 한두번쯤 사랑하면서 내뱉지 않은 이 있을까. 사랑하는 와중에, 사랑과 이별을 고할 때 울컥하는 심정으로 말했던 그 심정을 고스란히 이영애와 유지태는 뱉어냈다.
"내가 오니까 좋아? 보고 싶었어?"라는 은수의 말은 참으로 여자를 이해못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아니, 솔직히 이 영화를 보면서도 시종 여자를 이해못하겠단 생각을 했다. 내가 사랑을 하던 와중에 들었던 생각처럼. 왜 좋으면서 좋다는 표현을 못하고 싫어하면서 좋아하는 양 행동을 할까. 왜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저울질일까. 자존심은 거짓의 가면쯤 되는 것인가.
자신이 보고 싶어 온 것인데도... 자존심이겠지. "우리 한달만 떨어져 있어 보자"는 말은 이 영화로 이제 깊이 깨닫게 됐다. 그것은 곧 '헤어짐'이라는 것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에 물들어 살았던 마음만 불쌍할 뿐이다.
여자의 입장에서는 남자를 이해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감독이 남자이었기 때문일까. 남자의 시선으로 여자를 바라보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영화를 얘기하자면, 밤을 샐지도 모르겠다. 사랑이란 게 끝이 없는 이야기인지라...
한달간 떨어져있자고 먼저 말하고 다시 나타나 골목길에서 키스를 퍼붓는 여자, 그날밤 정사를 나눈 뒤 이제는 '헤어지자'고 말하는 여자. 남자는 그저 '내가 이제 잘할께'라는 말만 되풀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 남자와 여자 중 어느 쪽 사랑이 더 진실됐는가. 헤어짐이 진실인가, 만남이 진실인가. 만남이 거짓인가. 헤어짐이 거짓인가. 무엇이냔 말이다.
결론없이 끝맺는 영화엔딩은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답다.
'사랑이 변하니...' 이 대사처리, 참 잘 했다. 억양도 그렇고. 유지태. 음...
참... 고개 끄덕여지는 몇 안되는 영화다.
★★★☆
'8월의 크리스마스'의 감독였던 허진호는 이 영화에서도 가느다란 붓으로 정밀화를 그려내는 듯한 영상을 선보였다. 내 생각에 아마도 허진호 감독은 무척이나 여자에게 쓰라린 경험이 있었던 게 아닐까 한다.
봄날은 간다. 작년에 이 영화가 나왔을 때 나는 시인 김억의 '봄은 간다'를 생각했다. 그런데, 봄날은 간다란 의미도 굳이 끼워넣자면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주내에 있는 것 같다.
절대적일 것 같았던 그 사랑!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봄이 가면 여름이 온다는 진리를 언젠가 들은 적이 있어 바로 전기 컨센트를 끼우듯 생각할 수 있었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온다는.
유지태와 이영애의 연기는 참.. 자연스러워 좋았다. '떡라면'을 조심스럽게 발톱깍다가 내뱉는 억양은 일전의 이영애가 아닐 것처럼 보일 만큼 연기가 천연덕스러워진 것 같다. 마네킹 같았던 대사처리는 온데간데 없다. 술 취한 연기도 그렇고.
"은수씨, 내가 라면으로 보여? 말 조심해!"
"내가 오니까 좋아? 보고 싶었어?"
"상우씨, 우리 한달만 떨어져 있어 보자."
우리헤어지자. 내가 잘할께. 헤어져. 너 나 사랑하니? 사랑이 변하니... 헤어지자. 그래.
이런 말 한두번쯤 사랑하면서 내뱉지 않은 이 있을까. 사랑하는 와중에, 사랑과 이별을 고할 때 울컥하는 심정으로 말했던 그 심정을 고스란히 이영애와 유지태는 뱉어냈다.
"내가 오니까 좋아? 보고 싶었어?"라는 은수의 말은 참으로 여자를 이해못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아니, 솔직히 이 영화를 보면서도 시종 여자를 이해못하겠단 생각을 했다. 내가 사랑을 하던 와중에 들었던 생각처럼. 왜 좋으면서 좋다는 표현을 못하고 싫어하면서 좋아하는 양 행동을 할까. 왜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저울질일까. 자존심은 거짓의 가면쯤 되는 것인가.
자신이 보고 싶어 온 것인데도... 자존심이겠지. "우리 한달만 떨어져 있어 보자"는 말은 이 영화로 이제 깊이 깨닫게 됐다. 그것은 곧 '헤어짐'이라는 것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에 물들어 살았던 마음만 불쌍할 뿐이다.
여자의 입장에서는 남자를 이해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감독이 남자이었기 때문일까. 남자의 시선으로 여자를 바라보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영화를 얘기하자면, 밤을 샐지도 모르겠다. 사랑이란 게 끝이 없는 이야기인지라...
한달간 떨어져있자고 먼저 말하고 다시 나타나 골목길에서 키스를 퍼붓는 여자, 그날밤 정사를 나눈 뒤 이제는 '헤어지자'고 말하는 여자. 남자는 그저 '내가 이제 잘할께'라는 말만 되풀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 남자와 여자 중 어느 쪽 사랑이 더 진실됐는가. 헤어짐이 진실인가, 만남이 진실인가. 만남이 거짓인가. 헤어짐이 거짓인가. 무엇이냔 말이다.
결론없이 끝맺는 영화엔딩은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답다.
'사랑이 변하니...' 이 대사처리, 참 잘 했다. 억양도 그렇고. 유지태. 음...
참... 고개 끄덕여지는 몇 안되는 영화다.
★★★☆
2002년 과거 블로그에 올렸던 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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