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무료함을 덜기 위해 청춘을 봤다. 전부터 보고자 했던 것이었으나, 인터넷의 혜택도 받을 겸, 오늘에서야 장면에 눈을 떴다.
배두나와 김래원, 김정현이 주인공으로 분한 이 영화는 초반부터 배두나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영화 시작 후 40여분이 지나서야 얼굴을 비춘다. 간호사로. 다소 껄렁대는 듯한 간호사로 분한 배두나의 이미지는 여전히 어색하다.
어떤 의미로 배우가 됐는지, 아직도 미스테리하지만 온 몸을 노출시킨 연기는 때론 배우의 심호흡을 필요로 하기에 뇌는 가로저어도 머리는 숙여진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영화였다. 배두나의 파격 전라신이 등장한다고 해서 영화 개봉전부터 많은 화제가 된 바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많은 생각을 요하게 만들진 않는다. 다만, 우리네 젊은날의 초상을 둘러치기, 매치기로 보여주는 듯 해 입가에 자신을 인정하는 듯한 미소만 지으게 할 뿐이다.
이 영화가 18세이상 관람가로 설정된 것도 '섹스'란 단어가 많이 등장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섹스장면이 많이 나왔기 때문일까? 그건 심의위원회에 물어볼 일이다. 난 모른다. 하지만, 청춘의 상징을 섹스로 단정짓게 되면 그것보다 위험한 것은 없다.
이 영화는 누구나 홍역처럼 치렀을 첫경험에 대해 비교적 소상히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관객은 자신의 첫 상대였던 사람의 눈동자를 떠올리게 만드는데 꼭 10분정도 걸리게 한다.
"인간은 인간을 소유할 수 없어"라는 대사는 의외로 주인공들이 내뱉지 않는다. 김래원과 김정현의 학교 여선배가 김정현을 침대에 눕히고 속옷을 벗어제치며 내뱉는 말이다.
이 영화에는 자살자가 두명이나 나온다. 젊음이 상징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의 최후는 결국 '죽음'이란 것처럼 말이다. 젊은이 두 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모든 청소년 영화가 그랬듯이 죽음은 그들의 고통의 수위를 보여주기에 충분한 매갯거리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의 이미연이 아파트에서 떨어지기 직전, 방바닥에 흘렸던 다리를 타고 내리던 흥건한 오줌 줄기는 그래서 더욱 생생히 기억에 남아 있다.
젊음은 방황이란 명제를 수 없이 듣는다. 헤쳐나오면 환희와 희망에 가득한 햇살을 카메라 앵글은 허락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자에게는 여지없이 죽음이라는 대본을 넘겨준다.
청춘. 이 단어만으로 가슴 벅차다.
청춘이 고민해야 할 것들이 섹스뿐이겠는가마는, 결국 주인공들은 자아 발견 - 고딩때 국민윤리 시간에 수 없이 들었던 단어다- 때문에 고민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나의 삶은... 나는... 그래서... 내 친구가 죽었다... 내가 생각하는 삶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의 섹스는, 나의 사랑은... "
뭐... 이런식의 대사 끝맺음은 어찌보면 한국 청소년(이제 청소년이란 단어를 붙일 수 없는 청소년 영화들이 너무 많다)영화라 불리우는 장르의 18번 대사다. 기본 테마인 것 같다.
다른 주제는 없을까. 나이들어 보면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는데 말이다.
사랑없는 섹스에 길들여진 김래원에게 순수한 사랑으로 다가선 배두나의 연기가 어설퍼 순수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감점 10점이다. 김정현의 연기가 그나마 제일 낫다.
젊다면 사랑하라. 그리고 무엇 무엇을 해라.
★★☆
TIP
삽입곡
Don Mclean - Vincent
빈센트 반 고흐를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이 노래는 영화에서 딱 두번 삽입됐다. 배두나와 김래원이 CD가게에서 CD를 고르며 한 번 나오고, 영화 후반부 엔딩에 나온다.
보통 메인삽입곡을 영화 중간에 넣지 않는 것으로 미뤄볼 때, 이 영화의 감독은 이 노래에 대한 특별한 애착이 있는 것 같다.
영화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나, 이 음악을 들은 후에 특정한 어떤 노래를 들어야 한다는 식으로 이 노래에 대한 애착을 엿보게 만든다.
어쨌든 영화와 어울리는 곡이다. 한 때 꽤 히트했던 노래이며, 나도 줄곧 듣는 노래다.
'okGGM > 고구마의 추천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YMCA 야구단 (0) | 2009.12.21 |
---|---|
[외국] 레인오브파이어 (0) | 2009.12.21 |
[한국] 오아시스 (0) | 2009.12.21 |
[외국] 세렌디피티 (0) | 2009.12.21 |
[한국] 후아유 (0) | 2009.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