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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GGM/고구마의 추천 영화

[한국] 오아시스

사막 한가운데 샘이 솟는 곳. 휴식처. 우리의 오아시스.

이창동 감독이 심혈을 기울였다는 오아시스를 어제 봤다. 아니 그제. 밤 10시가 넘어 영화관에 들어갔기 때문에 다소 졸리운 감이 없지 않았다. 약간만 지루했어도 잠을 잘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잠은 오지 않았다. 이창동 감독 특유의 대사 처리와 화면 설정은 참... 박하사탕과 초록물고기에서 보던 것과 크게 다르진 않아 보였다. 경찰이 항상 등장하고, 오해와 편견으로 얼룩진 그들의 대사 한마디한마디는 이전 영화들 속에서 충분히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초록물고기'에서 장진영이 한석규와 함께 트럭을 타고 가는 초반씬에 경찰차가 등장하고, 거스름돈을 받아낼 요량으로 정진영은 이내 소리친다. "빽차 서!! 안서? 서!!"

설경구로 변신했을 뿐이다. 나무 자르는 모습을 형사들이 지켜보며 외친다. "내려와! 야임마! 안내려와? 내려와!"

스토리라인은 아주 단순 구도다. 사랑 이야기다. 누가누굴 사랑하느냐에 따라 이 영화의 깊이는 달라진다. 가족간의 사랑이냐, 남녀간의 사랑이냐.

"저는요... 미안한 얘기지만, 삼촌이 정말 싫어요. 삼촌 없을 땐 걱정이 없었거든요."

종두의 형수가 내뱉는 이 대사에 모든 의미가 함축돼 있다. 세상은 그를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그러나, 공주(문소리 분)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 것 같다. 그 둘의 사랑을 사랑으로 보지 않는 데서 비극은 시작된다. 그러나, 그런 오해를 풀 노력조차 하지 않는 종두. 쉽게 생각하면 답답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에 댓구하여 무엇하리. 0과 1만을 생각하는 듯해 보인다. 종두는.

전과 3범에 교통사고 피해자의 가족인 공주와의 사랑을 카메라 들이대고, 스토리로 쭉 읊어주지 않으면 그 누가 그 둘이 사랑한다고 알겠는가. 종두가 열쇠로 몰래 잠입해 공주와 알콩달콩 사랑을 나눠도 그것을 카메라로 조명했으니 관객이 알 뿐이지, 그 이웃과 그 가족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그런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했음에도 영화는 부단히 세상을 부정적으로 몰고가는 점이 눈에 띈다. 이창동만의 고집이겠지. 약간의 갈증해소 창구를 마련해 줬음하는 바램도 있다.

관객은 그들을 인정하지만, 영화속 인물들은 그들의 관계를 전혀 눈치챌 수 없었기 때문에 어찌보면 그 가족들의 울분은 당연한 지도 모른다.

어쨌든, 종두와 공주. 흔하지 않은 그들의 사랑이야기와 간혹 나타나는 공주의 상상속 날개는 두번 봐도 질리지 않을 만큼 아름답다. 서울시의 적극 협조로 이뤄졌다는 청계고가에서의 둘만의 춤사위도, 인도까지 세트를 들고 날랐다는 방안에서의 코끼리씬도 멋진 모습임엔 틀림없다.

문소리가 아니었으면 그 역할을 과연 누가 해냈을까... 하는 것으로 연일 왈가왈부한다고 한다. 오아시스의 백미는 바로 문소리의 역할에 있었으므로.

류승완 감독의 데뷔작이라던데... 종두의 동생으로 분했다. 류승범과 닮았다.

사랑! 해보셨습니까?

해봤다면 이 영화는 분명 감동이다.

★★★☆
 

 


 

2002년 과거 블로그에 올렸던 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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