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감 없는 가까움'
"단테가 지옥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지. '친밀감 없는 가까움'"
"에잇, 단테가 언제 그렇게 얘기했어요?"
가장 눈에 띄는 대사. '친밀감 없는 가까움'. 세상 살면서 여러 이유로 이런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다.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우리도 그렇고. 어찌보면 영화 '내 남자는 바람둥이'의 주된 내용도 이것이다. 진정한 자아와 사랑을 알아가는 과정이 인생이란 얘기.
자신의 나이보다 2배 많은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여자. 그를 사랑하지만 결국 떠날 수 밖에 없는 자신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 이 영화는 다른 영화와 달리 '여성의 주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더욱 거창하게 이야기하면 '여성의 자아 실현에 남자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이라고나 할까.
제목만 보면 B급 영화처럼 보이지만 왕녀에 한 가닥 했던 알렉 볼드윈의 브랜드가 그 나마 인지도를 높였다. 원제는 'Suburban girl'이다. 원제도 내용과 잘 매치되진 않지만, 우리나라에 수입되면서 남성우월주의에 빠진 편집자가 고쳐넣었는 지는 모르겠다. 그 덕에 흥행에 실패했을 지도.
개인적으로는 여주인공 브렌 아이젠버그(사라미셀 겔러) 출판사 부편집장으로 나온다. 낯설지 않은 직업 때문인지 내용이 고루하지 않아 좋았다. 남주인공 아치 녹스(알렉 볼드윈)도 전설적인 편집장으로 나오는데, 극중 나이가 50세다. 실제 1958년생이니 그의 나이는 올해 환갑인 셈이다.
환갑인 할아버지와 이제 갓 서른 즈음인 여성과의 사랑. 우리나라에서도 실제 이런 사랑이 일어날 수 있을까란 생각이 잠시 들지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 중후하고 멋지고 능력좋은 중년 남자의 여유로운 사랑 앞에 빡빡한 일상 쯤은 잠시 묻어둘 수도 있으니까. 그게 원나잇스탠드가 아닌 '사랑'으로 연결되려면 정말 무수히 많은 '찰나의 판단'이 영사기의 필름처럼 지나갈 것이다.
그러나 사랑은 모르는 것.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 휴대폰 문자를 보내며 청혼하는 그의 순수함은 '바람둥이'로 낙인찍힐만 하지 않다. 지난 과거는 과거일 뿐. 앨범을 빼곡히 채운 여자들의 사진과 리스트가 뭐 중요한가. 이건 남자의 생각일 뿐. 크크.
The begining. The end가 아닌 시작이란 뒷처리도 깔끔하다. 아버지뻘 되는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거나, 사랑에 빠졌거나, 직장 상사(유부남 혹은 이혼남)와 사랑에 빠져본 사람, 자신보다 15살 이상 어린 여자와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면 이 영화 한 번 보심이... ^^;;
★★★
미국 | 코미디, 로맨스/멜로 | 2009.07.23 | 15세이상관람가 | 9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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