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세상에 밝은 빛을 주소서
헬렌 켈러와 설리반 선생님. 불굴의 의지로 자아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 그 안에서의 시행 착오는 '일반인'이 경험하지 못할 거대한 감동의 소용돌이가 있다.
영화 '블랙'은 내용 면으로 보면 식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우리가 곁에서 두어 시간을 할애해 면밀히 관찰한 적 없다면 이 영화를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을 것이다. 데브라이 사하이 선생님 역할을 멋지게 해낸 '아미타브 밧찬'이나 미셸 역할의 '라니 무커르지' 연기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오를 만큼 멋지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에 이어 또 다시 수상의 영광을 누리진 않을까 싶기도.
앞을 못보고 들리지도 않는 세상, 그래서 '블랙'인 이 영화의 핵심은 미셸의 '졸업장'에 있다. 상징적이긴 하지만 그것을 결국 이뤄낸다. 기억이 사라지는 알츠하이머병 앞에 무너진 선생님과 해후하는 미셸의 감정은 어땠을까.
"알츠하이머병에는 치료법이 없어요. 기억을 되찾는 건 불가능해요."라고 말하는 의사. 그 대사를 보면서 기억이 지워진다는 건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란 생각이 들었다. 나를 사랑했던, 내가 사랑한 많은 이들을 알아볼 수 없다니! 깊은 상처로 얼룩진 기억은 지우고야 싶겠지만, 선택적 삭제가 되지 않으니 이를 어쩌랴. 크크.
연말연시 사랑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는 이 때, 굳이 노력 봉사로 '재활원'을 다니지 않아도 이런 영화로 간접 체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사랑하는 마음으로 18년 여간 미셸을 '완성된 자아'로 만든 사하이 선생님이 없다고 해도 말이다.
40세가 되도록 빛이란 것을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그녀에게 '빛'이란 무엇일까. 나는 지금 행복한 것이다.
★★★★☆
드라마 | 인도 | 124 분 | 개봉 2009.08.27
# 명대사
▶"언니! 언니! 선생님이 오셨어요!"
▶"알츠하이머병에는 치료법이 없어요. 기억을 되찾는 건 불가능해요."
▶"알파벳은 원래 A.B.C.D.E로 시작되지만 너에겐 B.L.A.C.K로 시작한다."
고구마DVD영화관 찾아오시는 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4번 출구 대학로 CGV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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