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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sibility/수필

[달에게 쓰는 편지] 사랑의 블랙홀(2003)

영화 '사랑의 블랙홀'을 아시나요?

빌 머레이 주연의 사랑의 블랙홀을 아시나요?

남자는 아침에 눈을 떠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하루 일과를 마치면, 다음날이 되어야 함에도 다시 전날 아침과 똑같은 상황이 펼쳐집니다.

그 영화처럼... 그 영화처럼 매일 아침이 반복됩니다. 오후, 저녁에는 왠만큼 지울 수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아! 그래! 이 정도면 이제 잊고 살 수 있겠구나!

그런데, 아침. 아침이 되어 눈을 뜨면 평소보다 이미 1시간 먼저 눈을 뜨고 있는 나를 봅니다. 왜 그리 일찍 일어났을까. 잊을 만도 한데, 그런 상처를 줬으면 잊을 만도 한데... 왜 그리 못잊고 잠을 설치냐고 묻습니다. 내 자신에게.

아침 1시간은 정말 길고 긴 시간입니다. 그 시간에 잠을 못자고 그냥 일어납니다. 다시 눕고 잠을 청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합니다. 아 바보스럽습니다. 내 자신이.

일어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그녀의 얼굴입니다. 아 제발 그만하자고 속으로 외쳐도... 어쩔 수 없습니다. 일어나자마자 담배 한개피를 입에 뭅니다. 건강 생각해서 담배를 반갑으로 줄였었는데... 줄인지 1주일도 안돼 지금 하루 2갑으로 버팁니다. 이러면 나만 손해란 걸 알면서도 바보스럽게도 이겨내질 못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반복됩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휴대폰이 울려야 잠에서 겨우 일어났던 예전의 내 모습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돌아오지 않습니다. 애써 자위합니다. 돌아오지 않는다고 다짐합니다. 그런데도... 그런데도 가슴은... 벌써 뜨거워져 뜨겁게 눈물만 나옵니다.

만난지 몇달 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것 정말 처음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벌써 다른 여잘 만났을 텐데... 아니 만나서도 즐겁게 희희낙낙 했을 지도 모른느데, 나이 서른하나에... 정말이지 많이 사랑했나 봅니다.

어젠 제 동생 생일이었습니다. 오랜 만에 모두 모였습니다. 원래 잘 웃는 집안 분위기상, 나도 신나게 웃었습니다.

목련꽃 같은 웃음이 기억납니다. 식당에서 밥 먹다가 웃던 그 모습.

실연 동호회에 가입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야기를 보고 듣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왜 그리 아픈 사람들이 이 세상에 많은지... 그리고, 왜 그리 잊지 못하고 몇개월, 몇년간 폐인처럼 사는지... 하긴 나도 그러하니까.

몇년이 지나고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요? 왜 지금은 안될까요? 눈 앞에 아른거리고 웃으며 달려올 것 같은데, 왜 지금은 안될까요? 서로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아서? 그럴 상황이 아니어서?

다 맞습니다. 다시 만나는 사랑은 드뭅니다.

...

미친 것 같지만, 이렇게 라도 할랍니다.

현실. 그 현실 인식을 빨리 해야하는데... 환상적 감상주의에서 벗어나, 현실로 가야 하는데. 현실을 다시 바라보고 있습니다.
 
2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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