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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sibility/수필

가지처럼 뻗어나간 인연의 사슬들.(2002)

익스플로러 즐겨찾기 중 어느 특정 사이트를 눌르려다가 잘못눌러 다른 사이트로 들어갔다. 아이러브스쿨. 몇 개월간 들어가 본 적 없는 사이트. 이런 곳도 있었지... 하면서 금새 지나쳐갈 법도 한데, 그렇지 못하고 한참을 배회한다.

뭔가 이 길로 가야하는 데 그렇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찾아온 기회때문에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는 때가 있다. 아니, 누구나 한번쯤은 그런 일을 겪었을 것이다.

'내가 가야할 길은 분명히 저 길인데... 왜 나는 이 길로 가고 있을까'라는 생각부터 시작해서, 지금 난 잘못가고 있다는 식의 생각은 언제어느때고 우리의 머리채를 휘어감을만한 무게를 가졌다. 그것이 바로 미래가 갖고 있는 현재에 대한 책임감이 아닐까.

영화 '백투더퓨처2'에서는 이러한 정황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여러 갈래의 미래 줄기를 보여주고 그 속에 내가 있음을 자각하는 일. 현재에 살면서 미래를 논한다는 게 우습지만, 어찌보면 현재의 판단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라 생각하니 쉽게 넘길 것이 하나도 없지 싶다.

클릭한번 잘못한 댓가로 오히려 정겨웠던 추억을 생각하게 해 주는 건 오히려 실수에 대한 보상일까. 인생지사. 뭐 어려울 거 있나.

수십갈래로 뻗어나갈 법한 미래의 통로 중에 우리가 택하는 통로는 오로지 한개 뿐이다. 두개로 들어갈 수 없다. 어떤 길로 들어서는 가에 따라 미래가 결정되고 내 인생이 판가름 나는 것일 테다.

잘못 짚어진 인연이라도 숨죽여 곱씹어보면 정겨운 모양새도 많았던 것 같다. 과거를 회상하자면 말이지.

두려운 미래가 찾아온다 해도 내 유일한 무기인 자신감은 벗겨내지 못할 것이다. 내 유일한 희망도 이겨내진 못할 것이다. 이러한 것도 자신감에서 기인되게지만.

잘못된 결정. 한순간의 실수. 잘된 결정. 한순간의 기회.

더 이상 숨을 곳도 숨 쉴 곳도 없어질 때, 나는 비로소 하나가 되겠지. 수만가지의 자아가 존재하는 듯한 혼란 속에 내가 쉴 곳은 어딜런지.

조금씩 숨을 곳이 없어진다. 어쩌면 산다는 건,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 숨을 곳이 점점 없어진다는 말일지도...
 
20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