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분 갔을까. 도착하고 나니 12시가 넘어있었다. 난 주머니에 만원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집에 갈 걱정은 되지 않았다. 택시타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그녀가 문제였다. 이미 늦어버린 시간. 아무도 걷지 않는 거릴 내 허리에 손을 두르고 걷는 그녀와 나. 아직까지도 그때 얼굴에 와 닿았던 바람만큼 시원한 바람은 맞아보지 못했다. 가로등만이 빨갛게 피어오르는 아파트 상가의 계단에 둘이 앉아 말없이 그렇게 우린 서롤 기대고 있었다. 얼마나 행복했을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시간을 잊을 수 있다는 것을 그 때서야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의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특별하지도 않았고, 색다르지도 않았다. 소설이나 드라마에 나오는 그런 만남 같지만, 우린 굳이 그렇게 말을 만들지는 않았다. 그저 그렇게 평범하게 시작되었다. 시작이란 단어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며...
우린 얼마 남지 않은 나의 입대로 하루가 멀다하고 만났고, 사랑은 더 깊어져만 갔다.
사랑. 그런 단어가 세상에 있었을까? 언제부터 있었을까. 있었다면 아마 지금부터였으리라. 그렇다. 우린 사랑이란 그 고귀한 단얼 느끼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동안 보아왔던 사람들도 더 좋아 보였고, 영화, 음악, 모두 지나칠 것이 없었고, 친구와 좋아 보이는 카페라도 가면 꼭 기억을 해 놓는 습관이 생겼고, 혜화동, 강남역, 신촌, 신천, 종로. 젊음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되는 거리는 모두 우리의 사랑이 그 곳에 같이 있었다. 우린 사랑으로 하나가 됨을 알았다. 사랑. 세상에 태어나 하나의 단어를 인식하는 그런 순간들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나의 입대전날이 왔다. 짧은 시간만을 원망하며, 내 자신의 바보스러움을 원망하며 우린 함께 했다. 입대일의 아침은 쏟아지는 빗줄기로 더더욱 마음을 슬프게 해 줬다. 그러나, 울지 않았다. 어머니껜 나오시지 말라고 말씀 드렸다. 우셨다. 뒤돌아 오면서 쏟아지는 눈물을 어찌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막막한 심정을 다시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못 느끼리라. 그랬다. 누구나 다 하는 것이었지만, 슬펐다. 비는 왜 오는지. 어머니의 얼굴과 그녀의 얼굴이 수 없이 교차했다. 빗속에서 눈물을 훔치며 걷는 것이란 너무나 힘이 든다.
의정부 306보충대. 빡빡 깍은 머리가 더욱 맘을 애초롭게 만들었고, 친구와 헤어지며 난 슬픔을 참을 수가 없었다. '건강해야 해' 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었고, 보충대까지 날 따라와준 그녀가 내 곁에 있었다. 그녀가 아직은 내 곁에 있다. 비는 그쳤다. 언제 그쳤는지도 모르겠다. 모자를 벗어보라는 그녀의 말에 머뭇거렸지만, 이내 보여줬다. 눈가에 미소를 머금고는 어울린다는 말로 우린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뭐라 말을 하겠는가! 슬픔이란 슬픔은 모조리 내 가슴으로 가져 왔다. 가져와서 소리도 내지 못하며 가슴을 움켜쥐며 삭혀야 했다.
'이렇게 헤어지다니... 이제 사랑을 하려고 했는데... 처음인데...' 헤어질 수 없었다. 그러나, 난 기다려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보충대 강당에서 '잘 다녀올게' 라고 말하곤 난 그렇게 돌아섰다. 그 순간, 난 보았다. 그녀의 눈가의 눈물을 보았다.
4일 후. 귀대.
어렸을 때 무릎을 다쳤던 것이 화근이었나, 행운이었나. 정밀 치료를 받아보라는 명을 받고 난 다시 사회의 빛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녀와의 만남도 가질 수 있었다. 시간은 약3개월 정도. 무릎의 이상을 염려하기보다는 그녀를 볼 수 있다는 기대에 더 기뻤다. 이를 데 없는 기쁨을 우린 느꼈고, 우린 더욱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매일 만났다. 정말 말이 매일이지, 매일 만난다는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르겠다. 난 휴학을 한 상태였지만, 그녀는 학교를 다니고 있는 상태라 저녁이 되면 으레 우린 통화를 했고, 만남을 가졌다. 매일 세 네번의 통화로도 모자라 꼭 보아야만 했던 우리. 너와 내가 아닌 우리.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여름이 오기전 우린 여행을 갔다. 우린 사랑의 깊이를 재러 바다로 갔다. 소금인형처럼. 싸우면 정이 든다고 했나. 왜 그렇게 여행가서 싸웠을까. 사랑하면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지 않는다. 사랑이 너무 깊었을까. 우린 그 여행이 문제가 되어 조금 냉담해졌다. 너무나 답답한 날들이 계속되었다. 그대로 앉아있을 수도 없을 만큼 답답한 날들이었다. 무조건 기다리기로 했다. 그녀의 집 앞에서.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 찬 밤공기를 맞으며 밤을 샜을까한다. 하지만, 그 땐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무슨 영화에나 나오는 장면처럼 오돌오돌 떨며 늦봄의 찬 기운을 몸으로 느끼며 그녀의 집 앞에서 난 밤을 새웠다. 그녀의 아파트는 7층이어서 대로변 공중전화박스가 그녀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바로 보인다. 새벽 6시 30분. 어떻게 버텼는지도 모르게 난 전화를 하고 있었다.
"나야..."
"..."
"나...지금...어딘줄 알어?"
"어딘데?"
자다가 일어나서 그런지 목소리가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네가 보고 싶어서 어쩔 수 없었어."
"어딘데..."
그 때까지도 눈치를 못 챘는지 계속 되물음이다.
"베란다로 나와봐. 보일 꺼야."
"!!"
잘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틀림없으리라는 나의 생각은 어김없이 내 손을 들어주었다.
"기다려! 가지말구!... 이런 바보!"
웃음이 나왔다. 계속 웃었다. 그렇게 우린 화해 할 수 있었다. 사랑은 그런 건가...
...4편에 계속
우린 얼마 남지 않은 나의 입대로 하루가 멀다하고 만났고, 사랑은 더 깊어져만 갔다.
사랑. 그런 단어가 세상에 있었을까? 언제부터 있었을까. 있었다면 아마 지금부터였으리라. 그렇다. 우린 사랑이란 그 고귀한 단얼 느끼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동안 보아왔던 사람들도 더 좋아 보였고, 영화, 음악, 모두 지나칠 것이 없었고, 친구와 좋아 보이는 카페라도 가면 꼭 기억을 해 놓는 습관이 생겼고, 혜화동, 강남역, 신촌, 신천, 종로. 젊음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되는 거리는 모두 우리의 사랑이 그 곳에 같이 있었다. 우린 사랑으로 하나가 됨을 알았다. 사랑. 세상에 태어나 하나의 단어를 인식하는 그런 순간들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나의 입대전날이 왔다. 짧은 시간만을 원망하며, 내 자신의 바보스러움을 원망하며 우린 함께 했다. 입대일의 아침은 쏟아지는 빗줄기로 더더욱 마음을 슬프게 해 줬다. 그러나, 울지 않았다. 어머니껜 나오시지 말라고 말씀 드렸다. 우셨다. 뒤돌아 오면서 쏟아지는 눈물을 어찌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막막한 심정을 다시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못 느끼리라. 그랬다. 누구나 다 하는 것이었지만, 슬펐다. 비는 왜 오는지. 어머니의 얼굴과 그녀의 얼굴이 수 없이 교차했다. 빗속에서 눈물을 훔치며 걷는 것이란 너무나 힘이 든다.
의정부 306보충대. 빡빡 깍은 머리가 더욱 맘을 애초롭게 만들었고, 친구와 헤어지며 난 슬픔을 참을 수가 없었다. '건강해야 해' 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었고, 보충대까지 날 따라와준 그녀가 내 곁에 있었다. 그녀가 아직은 내 곁에 있다. 비는 그쳤다. 언제 그쳤는지도 모르겠다. 모자를 벗어보라는 그녀의 말에 머뭇거렸지만, 이내 보여줬다. 눈가에 미소를 머금고는 어울린다는 말로 우린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뭐라 말을 하겠는가! 슬픔이란 슬픔은 모조리 내 가슴으로 가져 왔다. 가져와서 소리도 내지 못하며 가슴을 움켜쥐며 삭혀야 했다.
'이렇게 헤어지다니... 이제 사랑을 하려고 했는데... 처음인데...' 헤어질 수 없었다. 그러나, 난 기다려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보충대 강당에서 '잘 다녀올게' 라고 말하곤 난 그렇게 돌아섰다. 그 순간, 난 보았다. 그녀의 눈가의 눈물을 보았다.
4일 후. 귀대.
어렸을 때 무릎을 다쳤던 것이 화근이었나, 행운이었나. 정밀 치료를 받아보라는 명을 받고 난 다시 사회의 빛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녀와의 만남도 가질 수 있었다. 시간은 약3개월 정도. 무릎의 이상을 염려하기보다는 그녀를 볼 수 있다는 기대에 더 기뻤다. 이를 데 없는 기쁨을 우린 느꼈고, 우린 더욱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매일 만났다. 정말 말이 매일이지, 매일 만난다는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르겠다. 난 휴학을 한 상태였지만, 그녀는 학교를 다니고 있는 상태라 저녁이 되면 으레 우린 통화를 했고, 만남을 가졌다. 매일 세 네번의 통화로도 모자라 꼭 보아야만 했던 우리. 너와 내가 아닌 우리.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여름이 오기전 우린 여행을 갔다. 우린 사랑의 깊이를 재러 바다로 갔다. 소금인형처럼. 싸우면 정이 든다고 했나. 왜 그렇게 여행가서 싸웠을까. 사랑하면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지 않는다. 사랑이 너무 깊었을까. 우린 그 여행이 문제가 되어 조금 냉담해졌다. 너무나 답답한 날들이 계속되었다. 그대로 앉아있을 수도 없을 만큼 답답한 날들이었다. 무조건 기다리기로 했다. 그녀의 집 앞에서.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 찬 밤공기를 맞으며 밤을 샜을까한다. 하지만, 그 땐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무슨 영화에나 나오는 장면처럼 오돌오돌 떨며 늦봄의 찬 기운을 몸으로 느끼며 그녀의 집 앞에서 난 밤을 새웠다. 그녀의 아파트는 7층이어서 대로변 공중전화박스가 그녀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바로 보인다. 새벽 6시 30분. 어떻게 버텼는지도 모르게 난 전화를 하고 있었다.
"나야..."
"..."
"나...지금...어딘줄 알어?"
"어딘데?"
자다가 일어나서 그런지 목소리가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네가 보고 싶어서 어쩔 수 없었어."
"어딘데..."
그 때까지도 눈치를 못 챘는지 계속 되물음이다.
"베란다로 나와봐. 보일 꺼야."
"!!"
잘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틀림없으리라는 나의 생각은 어김없이 내 손을 들어주었다.
"기다려! 가지말구!... 이런 바보!"
웃음이 나왔다. 계속 웃었다. 그렇게 우린 화해 할 수 있었다. 사랑은 그런 건가...
...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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