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1997
아직 한기가 사라지지 않은 19xx년 3월 초. 새내기 시절. 첫 등교길.
학교로 향하는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서 주머니에 손을 꽂고 기다렸다. 주위의 사람들을 둘러봐도 모두들 좋아 보였다. 대학이란 곳에 대한 내 자신이 많은 설렘과 기대에 부풀은 심정 때문이었으리라. 입김을 후후 내쉬며, 바라본 사람들의 입김에서 난 뭔가 가슴 벅찬 삶에의 의지가 느껴졌다.
버스는 곧 왔고, 올라탔다. 그 때였다. 토큰을 넣고 눈을 위로 치켜드는 순간! 정말 짧은 시간이었다. 그렇게 한눈에 들어온 여자는 내 일생에 없었다.
난 고등학교 때까지 아무것도 몰랐다. 재수 할 때도 마찬가지였고. 오로지 바보처럼 -그것이 정말 바보인지는 모르겠다- 서울이 얼마나 큰지, 경상도와 전라도는 그저 지도에서만 볼 줄 알았고, 술을 왜 먹는지 담배를 왜 피우는지 조차도 모르는 아이였다. 그저 학교에서 집으로 집에서 도서실로. 다른 평범한 아이들처럼 웃을 때 웃고, 울 때 우는 그런 아이였다. 다를 것도 없었고, 사람 많은 곳에서 쉽게 찾지도 못할 만큼 지극히도 평범한 아이였다. 그런 내게 여성이란 말이 쉽게 다가올 리 없었고, 내 주위의 친구들을 통해서 가끔 여성이란 것에 대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뿐이었다. 그런 내게 여성은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여성에 대한 어떤 환상을 가지게 만들었다. 난 그 당시에 이성친구를 가져 본 적도 없고, 이성에게 말 한마디 건네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여성 앞에 서면 얼굴부터 빨개지는 그런 아이였다. 항상 여성 앞에선 떨렸기 때문에, 내게 떨리는 가슴을 안겨준 여성이 나타났다 하여 실로 대단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 당시까지 살아오면서 내 자신이 그토록 한눈에 들어 온 여성은 없었다.
그녀의 첫인상은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에겐 크나 큰 감정으로 밀려왔다. 그녀의 옆을 지나치면서 -그렇게 짧은 순간인데도- 숨이 멎을 것 같다라는 것을 처음 느꼈으니 말이다. 기사아저씨의 거울을 통해 난 그녀를 좀더 자세히 보려고 눈을 빼꼼히 늘어뜨렸다. 약간 염색을 한 듯한 긴 생머리, 크지 않은 키지만 원피스가 너무나도 잘 어울렸고 그것은 검은 색이었다. 또한, 가지런히 놓여있는 손가락과 팔목이 유난히도 가늘어 보였다. 나이가 얼마일까. 어디에 살까.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 등등... 그 짧은 순간에 나의 머리를 감싼 것은 바로 그런 것들이었다.
얼마나 갔을까. 나의 머리는 온통 그 생각에 다른 어떤 생각도 허용하지 않았다. 제발 내가 가는 같은 길이길.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 때부터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아마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라는 말이 이런데서 비롯됐으리라. 제발... 이 말을 연달아 맘속으로 외치고 있던 중, 다행히도 그녀는 내가 가는 곳으로 가고 있는 듯 했다. 아직 내리지 않았다. 앞으로 두세 정거장만 더 가면 난 내린다. 같이 내리길. 그렇다면 정말...
신은 계셨다. 나의 원을 받아 주셨다. 같은 학교 였다. 뒤를 쫓아갔지만, 그때까지 여자란 환상이 너무나도 깊게 자리잡은 나였기에 말을 건다라는 것은 그저 희망에 불과했다. 같은 학교니깐 지나다니다가 만날 수 있겠지. 그 생각 뿐,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할 수 있는 용기가 없었다. 바보같이.
신입생 환영회가 시작되고, 새내기들의 자기소개 시간이 시작되었다. 나의 소개가 끝나고, 들어와 앉는 순간, 그때였다. 아! 이럴 수가. 같은 학교일 뿐만 아니라, 그녀는 내가 간 그 길을 끝까지 같이 와 주었던 것이다. 같은 과 였던 것이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가!
그녀가 뭐라 했는지. 자길 소개하는 그 시간은 눈을 한두번 깜빡였다고 생각되는데, 벌써 자리를 잡고 앉아 버렸다. 그녀는 내가 바라보는 지 모르고 있다. 창 밖을 그저 내다 볼 뿐이다. 나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게 난 자연스럽게 손을 턱으로 올리고 눈은 그녀로 향했다. 고개는 돌리지 않고. 그런 그녀를 처음 만난 날은 어떤 꿈도 꾼 날이 아니었으며, 왠지 운이 좋은 그런 날도 아니었으며, 그저 날씨가 쌀쌀하고 햇살은 눈이 부신 그런 평범한 날이었다. 그런 지극히도 평범한 날에 그때까지 사랑을 모르던 내게 다가오기 시작한 그녀. 그렇게 평범한 날에 사랑을 맞이하리라 곤 생각지도 못했던 나였기 때문에 더더욱 현실을 바로 볼 수가 없었다.
그 날, 집으로 오면서 앞으로 일어 날 일들에 대한 기대와 설렘에 가슴이 뛰고,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2편에 계속
아직 한기가 사라지지 않은 19xx년 3월 초. 새내기 시절. 첫 등교길.
학교로 향하는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서 주머니에 손을 꽂고 기다렸다. 주위의 사람들을 둘러봐도 모두들 좋아 보였다. 대학이란 곳에 대한 내 자신이 많은 설렘과 기대에 부풀은 심정 때문이었으리라. 입김을 후후 내쉬며, 바라본 사람들의 입김에서 난 뭔가 가슴 벅찬 삶에의 의지가 느껴졌다.
버스는 곧 왔고, 올라탔다. 그 때였다. 토큰을 넣고 눈을 위로 치켜드는 순간! 정말 짧은 시간이었다. 그렇게 한눈에 들어온 여자는 내 일생에 없었다.
난 고등학교 때까지 아무것도 몰랐다. 재수 할 때도 마찬가지였고. 오로지 바보처럼 -그것이 정말 바보인지는 모르겠다- 서울이 얼마나 큰지, 경상도와 전라도는 그저 지도에서만 볼 줄 알았고, 술을 왜 먹는지 담배를 왜 피우는지 조차도 모르는 아이였다. 그저 학교에서 집으로 집에서 도서실로. 다른 평범한 아이들처럼 웃을 때 웃고, 울 때 우는 그런 아이였다. 다를 것도 없었고, 사람 많은 곳에서 쉽게 찾지도 못할 만큼 지극히도 평범한 아이였다. 그런 내게 여성이란 말이 쉽게 다가올 리 없었고, 내 주위의 친구들을 통해서 가끔 여성이란 것에 대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뿐이었다. 그런 내게 여성은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여성에 대한 어떤 환상을 가지게 만들었다. 난 그 당시에 이성친구를 가져 본 적도 없고, 이성에게 말 한마디 건네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여성 앞에 서면 얼굴부터 빨개지는 그런 아이였다. 항상 여성 앞에선 떨렸기 때문에, 내게 떨리는 가슴을 안겨준 여성이 나타났다 하여 실로 대단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 당시까지 살아오면서 내 자신이 그토록 한눈에 들어 온 여성은 없었다.
그녀의 첫인상은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에겐 크나 큰 감정으로 밀려왔다. 그녀의 옆을 지나치면서 -그렇게 짧은 순간인데도- 숨이 멎을 것 같다라는 것을 처음 느꼈으니 말이다. 기사아저씨의 거울을 통해 난 그녀를 좀더 자세히 보려고 눈을 빼꼼히 늘어뜨렸다. 약간 염색을 한 듯한 긴 생머리, 크지 않은 키지만 원피스가 너무나도 잘 어울렸고 그것은 검은 색이었다. 또한, 가지런히 놓여있는 손가락과 팔목이 유난히도 가늘어 보였다. 나이가 얼마일까. 어디에 살까.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 등등... 그 짧은 순간에 나의 머리를 감싼 것은 바로 그런 것들이었다.
얼마나 갔을까. 나의 머리는 온통 그 생각에 다른 어떤 생각도 허용하지 않았다. 제발 내가 가는 같은 길이길.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 때부터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아마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라는 말이 이런데서 비롯됐으리라. 제발... 이 말을 연달아 맘속으로 외치고 있던 중, 다행히도 그녀는 내가 가는 곳으로 가고 있는 듯 했다. 아직 내리지 않았다. 앞으로 두세 정거장만 더 가면 난 내린다. 같이 내리길. 그렇다면 정말...
신은 계셨다. 나의 원을 받아 주셨다. 같은 학교 였다. 뒤를 쫓아갔지만, 그때까지 여자란 환상이 너무나도 깊게 자리잡은 나였기에 말을 건다라는 것은 그저 희망에 불과했다. 같은 학교니깐 지나다니다가 만날 수 있겠지. 그 생각 뿐,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할 수 있는 용기가 없었다. 바보같이.
신입생 환영회가 시작되고, 새내기들의 자기소개 시간이 시작되었다. 나의 소개가 끝나고, 들어와 앉는 순간, 그때였다. 아! 이럴 수가. 같은 학교일 뿐만 아니라, 그녀는 내가 간 그 길을 끝까지 같이 와 주었던 것이다. 같은 과 였던 것이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가!
그녀가 뭐라 했는지. 자길 소개하는 그 시간은 눈을 한두번 깜빡였다고 생각되는데, 벌써 자리를 잡고 앉아 버렸다. 그녀는 내가 바라보는 지 모르고 있다. 창 밖을 그저 내다 볼 뿐이다. 나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게 난 자연스럽게 손을 턱으로 올리고 눈은 그녀로 향했다. 고개는 돌리지 않고. 그런 그녀를 처음 만난 날은 어떤 꿈도 꾼 날이 아니었으며, 왠지 운이 좋은 그런 날도 아니었으며, 그저 날씨가 쌀쌀하고 햇살은 눈이 부신 그런 평범한 날이었다. 그런 지극히도 평범한 날에 그때까지 사랑을 모르던 내게 다가오기 시작한 그녀. 그렇게 평범한 날에 사랑을 맞이하리라 곤 생각지도 못했던 나였기 때문에 더더욱 현실을 바로 볼 수가 없었다.
그 날, 집으로 오면서 앞으로 일어 날 일들에 대한 기대와 설렘에 가슴이 뛰고,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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