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래도 행복하다. '그래도'란 단어를 붙일 수 있는 이유는, 이 영화를 보아야 한다.
사랑을 줘 본 적도, 사랑을 받아 본 적도 없는 사람에게도 '사랑'은 있었다. 그 새싹이 굳게 얼어버린 땅을 뚫고 올라왔을 때, 가만히 놔둘 리 없다. 아쉽다. 아쉽고 아쉬워서 영화를 쉼없이 보았다.
양익준은 이 영화 하나로 수 많은 영화제에 초청받았고 수상도 했다. 그럴 만 하다. 실제 경험없이 나올 수 없을 듯 한 연기다.
줄거리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고, 누구나 봤음직한 21세기와는 다소 진부한 소재지만, 그것을 엮어내는 연출 역량이 대단하다. 숱한 욕설이 이어지지만, 오히려 그것은 '순수'의 상징으로 결말을 맺는 것 같아 가슴 한 켠이 무겁다.
독립영화의 무기는 역시 시나리오다. 한국 영화의 무기도 그것이다. 개인적으로 구성 탄탄한 영화를 좋아하는 관계로 이런 영화에 매번 주목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한 번쯤 봐둘 만 하다고 추천해 본다.
중간중간에 스타카토처럼 끊어지는 영상도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좋다. 스토리의 빠른 전개이기도 하지만 관객은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쉼표를 제공해 숨이 가쁘지 않다.
단순히 따뜻한 밥이 있고 잠자리에 있는 것 만으로도 우린 행복할 수 있다고 강변하는 양익준 감독. 아니 배우. 지금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거나, 삶이 진부하거나 심심하거나 지루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꼭 보기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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