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okGGM/고구마의 추천 영화

[영화평] 낮술

 

 

 

 
간만에 좋은 영화였다.
영화 '낮술'.

 
낮에 술 먹으면 애미애비도 못알아본다고 했거늘, 주인공은 그 진리를 생각지 못했나 보다.
저예산 영화들의 강점인 탄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저예산의 또 다른 신화였던 영화 '워낭소리'와 함께 큰 호응을 얻었다.

 
좀 답답할 정도로 막막한 여행길에 오른 주인공 혁진은 내 친구 이름이기도 하다. 그 녀석과 어찌 저리 비슷할꼬. 크크.
아마도 그에게는 강원도 정선은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곳일 지도 모르겠다. 다시는 그 곳을 지나치지도, 그 근처를 가지도 않을 듯 하다.

 
마지막 엔딩 장면이 매우 좋았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노영석 감독의 관록이 만만찮아 보인다.

 
위 장면은 이 영화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장면으로 꼽고 싶다. 혼자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 저런 로망은 누구나 꿈꾸기 마련이다. 그러나 현실은 가혹했다. 실제 저런 경험을 한다면 평생 두고두고 술자리에서 회자되는 안주감이 된다.

 
영화가 관객에게 가혹함을 안겨줄 때, 관객은 현실 속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새삼 느끼게 되는데, 보통 일상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기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영화는 조금 다르다. 일상 이지만, 일상 이고 싶지 않은 장면이 줄줄이 이어진다.

 
특히 인간은 인간이다라는 명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마지막 엔징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실수를 반복하기에 인간이고, 희망을 갖고 살기에 인간이다"라는 말을 하는 듯 하다. 의미를 부풀리면 한 없을 이 영화는 한 번쯤 볼 만 하다.
 

홍상수 류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추천.

 
★★★★
 

'okGGM > 고구마의 추천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차우  (0) 2009.11.10
[한국] 키친  (0) 2009.11.07
[일본] 지금 만나러 갑니다.  (0) 2009.11.05
[영화평] 똥파리  (0) 2009.06.23
[영화평]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0) 2009.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