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선 외로움.
팔락거리는 낙엽 하나가 눈덩이로 하락한다.
뜨거움을 삼켜 낸 식은 몸뚱아리지만,
식도 끝에 걸린 고등어 가시처럼
허리에 힘을 주고 버텼다.
하지만 주름진 노엽(老葉)의 생은
사소한 실수로 1.5초 사이 끝을 맺었다.
스스로 낙법을 배웠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터,
차디 찬 얼음밭에서 찾아낸 다 지워진 사용설명서처럼
너덜너덜해진 자존심만 남았다.
이제 낙엽은 뜨거웠던 빨간빛을 내색할 수도 없다.
대략 12시간 지나면 한 낮의 온기를 머금고
금세 그림자를 토해내겠지만,
바싹 마른 황토빛 껍질은
그 누구의 온정도 얻을 수 없음을 안다.
그래서일까.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를
친구 삼아 "태워 없어질 육신", "자학만이 살 길"
이라고 외친다.
이제 돌아가자.
그러나 하늘로 올라갈 수 없음을 안 낙엽은
거울 앞에선 모델의 웃음처럼
흐뭇함을 느낄 수 없다.
늦었다. 이미.
그저 따뜻할 줄만 알았던 땅 위의 온기에게
동사(冬死)하지 않는 방법만 물어볼 뿐.
세상의 모든 것,
뒤돌아서면 외로운 가 보다.
2006.12.17
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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