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물을 마십니다.
물을 매일 마시고 있지만 그것이 물인지 모릅니다.
가끔 물이 아닌 물을 마시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나는 자주 물을 마시고 싶습니다.
말갛고 투명한 물을 마시고 싶어 떠나기도 합니다.
내 그림자와 달빛은 그런 빈 자리를 탐합니다.
나는 가끔 물을 마시며 살았습니다.
내가 가는 곳에 물이 있던 없던
나는 물을 찾아 떠났습니다.
물이 아닌 물을 마시더라도 행복했습니다.
말갛고 투명한 물을 마셨을 때 마다,
나는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바라던 물을 마셨던 적 있었는가 라는 질문에는,
나의 녹슬은 머리 속이 제대로 대답을 못합니다.
나는 앞으로도 물을 마실 것입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물을 찾아 어디로든 떠나지는 않습니다.
떠나지 않은 자리에
내가 마실 물이 남지 않았더라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나는 이제 물이 아닌 것에 목마름을 느꼈으니까요.
그리고,
이제 스스로 물을 마실 수 있으니까요.
2003.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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