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니 눈이 오지
여름인데 눈이 오간디
니는 왜 생각하는 게 그 모양인겨
주둥아리 나불대듯이
하늘에서 내리는 눈발에 그리 서러운겨
뭐가 그리 서러운겨
울긴 왜 우는겨
설움 복받쳐 보지 않은 인간 있간디
어디 있음 나와 보라구랴
막걸리 손가락으로 휘휘저어 쭉 들이켜
쉬이 잠이 올텡께
한숨 자고 나면 길게 숨쉬지 않아도 편안할껴
젓가락으로 고등어 꼬랑지 깨작대지 말고
싸게싸게 막걸리나 들이키랑께
쉽지 않겄제
어디 세상 쉬운 일 있간디
그려 눈물 쏙 뺄 만큼 힘들믄
여기 자 어깨에 한번 기대보더라고
내께 머 크진 않더라고 폭신 할텡께
울고 싶음 울더라고
그래야 시원하니께
나도 겪어봐서 아는디 다 그런거여
지나간 버스는 쳐다도 보지 말라했응께
뭘 바라보고 있는겨
걍 눈 콱 감고 푹 자더라고
콜록대지 말고 껌뻑이지 말고
길게 한숨 푹 늘어지게 자더라고
그게 인생이니께.
잘하고 있구만
그려 그렇게 사는겨
인생 뭐 있간디 그런게 다 그런거여
그리 사는 게 잘 사는 거 같지만
어디 정내미 붙어있지 않은게
착착 감기는 맛없이 어찌 산데
끈적거리는 맛이 있어야 그게 사람 사는 냄새지
종아리 푹신거린다고 등딱지 뜨시다고
좋은 냄새 풍기고 사는게 어디 사람 사는 거여
그려
좋은 세상 올것이구먼
푹 자고 내일이면 또 니를 위한 태양이 뜰텡께
걱정 붙들어매고 자더라고
잠시여. 잠시.
모든 건 순간에 이뤄지는 것이구먼.
그걸 알아야 혀.
아니?
정말로...
2002.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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