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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sibility/詩

7년

7년

두 사람은,
돌덩이가 되더라도 까마귀의 울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샘물처럼 맑고
새털같은 날들에 아롱이 심장을 새겨
돌리지 않은 머리로 겹겹히 쌓인 산야의 공기를
폐속에 깊이 보관했다
7년후 머리에 분꽃 꽂아
이 날의 그리움을 가슴에 새기고 멀리 떠난
철새의 아쉬움은 남겨놓자던
아침 창가를 두드린 길조의 희망은
이제 하얗게 변한 얼굴로 멍울져 버렸다

돌이켜보면 참새의 한숨보다 깊지 않고
천년학의 날개짓보다 크지 않은데
호흡조차 어려운 지경에 이르다 보니
비로서 금가락지의 소중함을 자각한 것일까
양털구름같은 네 삶을 감당해내야만
내 삶을 씻어 낸다고 허공에 굵은 편도선을 울렸지만
밥상앞에서 일곱개의 젓가락만 보아도
일곱번의 겨울만을 생각해내기엔
낮과 밤 섞인 시간이 너무 길다고 짧게 외친다

길지도 않은 길을 들고 서 있는 두 사람
오늘이 지나면 어제가 온다고 믿을 뿐이다

2002.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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