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엽기가 뭔지 아심까" -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
딴지가 뭔가. 씨×. 사전에도 나와있지 않다. 뭔가. 도대체 뭐길래 독자들이 이렇게 늘어만 가는가. 않되겠다. 찾아가서 만나봐야 겠다. 그래서 그를 만나러 먼길을 나섰다. 문래동 ××창고에 그들의 사무실이 있었다.
총수 김어준의 모습을 본 적 있는가? 그를 만나보시라~ 동영상이다! 여길 눌러!
☞ 98년 7월 창간... '똥침' 정신 계승
그들을 만나러 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문래역 4번 출구로 나가면 바로다. 그러나 거기까지만 밝히겠다. 그들을 음해하는 세력들이 오밤중에 그들의 사무실을 습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기사를 읽어봤는가? 그들의 기사를 읽으니 나또한 그들의 말투를 닮아간다. 하지만 그들의 제국에 잠시라도 발을 디뎠던 예의로 잠시나마 그들의 말투를 배워본다.
길게 여러소리 해 봐야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테고... 일단 딴지일보의 총수 김어준(33)을 만나 이것저것 요목조목 물어보았다. 비교적 친절하게 대답해 주는 그의 차림새는 총수라기 보다는 과일가게 아저씨같은 수더분한 모습이었다. 무척 졸린 듯 연신 하품을 해대는 그에게 마이크를 꽂아달라고 부탁하며 말을 건넸다.
다음 인터뷰 내용은 동영상으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Q창간은 언제 됐는가?
(아함) 하품... 98년 10월 4일. 2년∼3년 조금 못슴다.
Q현재 식구들은?
30여명.
콘텐츠 제작 인원이 10여명 남짓이다. 기획, 행정, 출판 부문 인원이 나머지고 대부분의 인원은 사이버 기자다.
Q기자 선발은?
내 맘대로다.(웃음) 음... 중요한 건 자기 생각을 얼만큼 표현할 수 있는가에 가장 큰 비중을 뒀다. 그 다음으로는 딴지의 정신과 매치할 수 있는가에 대해 기준을 뒀다. 욕설·표현·패러디는 중요한 잣대가 아니다.
(이때 알바를 부른다. 알바가 누군가? 직원이다. -_-; 음료수 두 개를 가져왔는데 냉동실에 보관했는지 얼었다. 그래서 다시 녹여 가져왔다)
Q사이버 기자는?
200여명이다. 전세계에 포진돼 있다.
☞ "실험으로서는 성공했다고 본다"
Q창간 동기는?
인터넷에서는 개인·소수가 자신의 생각을 담아 표현하는 게 가능하게 됐다. 소위 개인매체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실험이었다.
Q성공했다고 보는가?
실험으로서는 성공했다고 본다. 그러나 실험이 실험으로서 끝나는 것과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내느냐는 별도의 문제다.
Q가장 힘들었던 때는?
체력적으로 힘들죠뭐. 그 외에는 뭐... 원래 낙천적인 성격이다.
Q외압은 없었는가? 특히 조모신문이나...
없었다.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없었다. 아마 맞상대 하기가 쪽팔려서 그런게 아닌가 생각된다.
Q'스페셜 딴지'의 새책에 대해 소개 부탁!
1권부터 4권까지는 특정출판사에서 출판된거고 이번거는 우리들이 직접 만들어 냈다. 출판 이유는 2년여간의 딴지 콘텐츠 정리와 '미디어로서의 딴지' 영역을 넓히고자 시작했다. 디지틀에서 아날로그로의 '역 확장'이 될 것이다.
(책을 보여주기 위해 알바를 또 부른다. 책 소개가 끝난 후 9,800원짜리 책을 그냥 줬다. 정확히는 '만원짜린데'하며 준다. 기자의 눈에 눈물이 쏟아진다)
Q지금까지 '딴지' 단행본을 몇 권 팔았는가?
출판사 부도 이후 집계가 되지 않았지만 꽤 많이 나갔다.
☞ '애들 장난' 아닌 똥침 철학
Q똥침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딴지에 다 나와있다. 똥침의 과거 역사 고증에서부터 똥침의 정신 계승에 관한 모든 것들이 정리돼 있다. 자세히 보시라~(참고로 똥침은 고구려 시대의 '수렵도'에 나타나 있을 정도로 오래됐다) 똥침이 딴지일보의 창간정신이 됐는지는 딴지를 보면 알 수 있다.
Q똥침을 놓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니셜로 말할 거면 뭐하러 말하나. 음... 특정 개인은 언뜻 떠오르지 않고, 집단은 많이 있다. 정치권을 놓고 볼 때 여야가 모두 비판받아야 될 소지가 많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정치가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며 '똥침'을 놓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음... 그러니까.... (말을 늘어뜨리다가) 졸라 재미없다. 넘어가자.
Q과거의 직업은?
이것저것 다해봤다. 이벤트, 홈페이지 제작, 프로그래밍, 홍보대행 등 다해 봤다. 재미있을꺼 같으면 다 해봤다.
Q도전정신은 아닌가?
특별히 그런 건 아니고 재미있는 게 자꾸 눈에 들어온다. 새로운 걸 하다가 찾기 보단 가만히 앉아 있다가 찾게 됐다.
Q법인 등록은?
올 3월에 됐다. 도메인 주소로 원래 ddanji를 썼었는데, 남들이 다 가져가서 바꿨다. ddazi로.
Q아류사이트들에 대해 한마디?
어떤 형식을 띠던 그것이 미디어로써 보여준다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러나 일반적인 패러디사이트는 아쉬운 점도 사실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무척 반갑다.
Q여러명과 혼자 할 때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음...모두 장단점이 있다. 솔직히 홀로 할 때 보다 여러명이 하게 되면 가끔 방해되는 일도 있다. 그러나 장점도 많다. 아이디어의 한계나 새로운 기획력 등등은 매우 이롭다.
Q사내 분위기는 좋은가?
사내 분위기는 좋다. 항상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재미있게 된다.
Q집안에서의 김어준은? 무뚝뚝하다.
Q자녀는? 아직 없다.
☞ "종합 미디어 그룹으로 다시 태어날 것"
Q신문은 하루에 몇 개나 구독하는지?
하나는 '조모신문'이고, 하나는 '한겨레신문'이다.
Q포기하고 싶은 때는?
없었다. 피곤할 때가 있긴 한데 피곤할 때마다 관두진 않잖은가?
Q향후 계획
단계적으로 정기간행물과 인터넷 방송 등 온라인의 디지틀 미디어를, 오프라인의 오디오, 아날로그 미디어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종합미디어그룹'이다. 5∼10년 정도 계획.
Q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다.
(절라 무안해서 취미를 물어봤다)
여행을 좋아한다. 이집트나 제주도가 인상적이다.
☞ 딴지의 창간 정신... '똥침'이여 영원하라!
매일같이 '엽기'들이 난립하는 넓은 인터넷 세상. 엽기의 창시자인 만큼 딴지는 타 엽기 사이트들과는 다른 어떤 룰이 있는 듯 하다. 무작정 사진으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런 사이트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얘기다. 오프라인에서 책까지 펴낸 것을 보면 알만하지 않은가.
비교적 짧은 인터뷰 였는데도 전날 새벽 3시까지 일해서인지 그는 무척 피곤해 했다. 그래도 인터뷰 요청에 비교적 친절로 대한 그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딴지일보의 사옥은 높은 천장으로 탁트인 것이 한눈에 가슴이 시원해졌다. 그러나 창고를 개조해 만든 사무실 덕분이었을까. 엽기적인 똥침정신의 시발은 그들답게 음침한 그곳에서 재탄생되고 있었다. (여기에서 말하는 시발은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그 '씨×'이 아니다)
☞ 엽기란 무엇인가?
'발상의 전환, 주류의 전복, 왜곡된 상식의 회복, 발랄한 일탈'. 이렇게 4가지로 의미로 딴지일보는 엽기를 정의해 놓았다.
좀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끊임없는 금밟기를 통해 부딪히고 섞이며 확장되어 가야 마땅한 우리네 생각의 틀이, 주류가 아니라는 이유로 뒤틀린 채 감금되어 질식당하고 있는 이 비상식의 세상에 발랄하게 일탈하며 작은 똥침 한 방 놓는 것. 그래서, 억압됐던 성을 쾌활하게 발현시켜 낭심빈혈을 치유하고, 좆선일보를 1등 하게 하는 유치짬뽕의 극우 멘털리티를 갈아엎으며, 박통이 심어 놓은 천민 자본주의에 힘찬 야유를 퍼부어 명랑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 그게 엽기였다."
-딴지일보 중에서-
천리안 웹진 천리안월드 게재(2000년 9월)
[인터뷰] - 딴지일보(www.ddanzi.com) 총수 김어준(chongsu@ddanzi.com)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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