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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인터뷰

"항상 가족이라고 생각하며 운전해야 합니다" - 방송인 서유석

몇 십년간 한 곳에서 한우물만 파온 사람들은 그들만의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가수로 데뷔해 20여년을 넘게 교통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한 '가는 세월'의 방송인 서유석. 그도 오랫동안 진행한 프로그램 덕분에 '교통전문가'가 다 됐다.


☞ 교통 관련 프로 진행 22년… '국민의 목소리'


1974년 3월 TBC(동양방송) <밤을 잊은 그대에게>라는 심야 라디오 프로에서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처음으로 전국에 방송했다. 지금이야 특유의 억양을 바탕으로 감칠맛 나는 그의 목소리를 금새 알아차릴 수 있지만, 그 당시 그의 목소리가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은 없었다.


그런 방송 생활이 벌써 27년째. 노래 부르는 가수에서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로 변신한 것도 20여년이 넘었다. 지금도 아침에 눈을 떠 라디오를 켜면 항상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17년 6개월간 MBC 라디오 <푸른 신호등>을 진행한 경험과 현재 TBS(교통방송)에서 4년째 을 방송한 경험이 그를 '교통전문가'로 만들어 놓았다. 그가 특허 내놓은 것만도 여러 개. 그는 지난해부터 고속도로 분리대나 교차로 분리대 등의 콘크리트를 벗겨내고 '폴리에틸렌' 재질의 특수 물질의 충격 흡수대를 설치 중에 있다. 교통관련 프로를 진행하다보니 교통 문제에 더욱 세심하게 관찰할 수 있었던 것.


그러나 그가 처음 방송을 시작할 무렵부터 '교통'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75년도였을 겁니다. 한국에서 엔진이 자체 개발되던 시기였죠. 전 그 때 예측했어요. 분명히 마이카시대가 온다고 말예요. 그러던 중에 아침 교통관련 라디오 프로를 맡게 됐고, 여기까지 온거죠." 77년부터 시작된 교통관련 프로그램 진행자로 우리에게 알려진 그는 신세대들에겐 그저 '성대모사의 전형'쯤으로 여기고 있을 지도 모른다. 수많은 연예인들과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그의 목소리는 항상 '성대모사의 기본'으로 통했다. 이렇듯 그의 목소리는 '국민의 목소리'였던 것이다.


"처음 제 목소리를 흉내낸 것은 가수 전영록씨였어요. 77년도였던가? 대한극장을 지나가는 데 제 목소리가 들리더라구요. 다음날 바로 아침 방송에 출연시켜 첫 멘트를 음악으로 시작했지요. 그 당시엔 '파격'이 아닐 수 없었던 시도였어요."


☞ '교통 전문가' 다 된 '양보 운전자'


  20여년간 교통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느낀 서울의 교통 상황을 그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해결책은 인구 분산 밖에 없습니다. 아직 지자체 자립도도 낮고 교육기관이나 문화 시설 등이 모두 서울에 몰려있으니 교통이 막힐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사용해서 정책을 펴야 하는데 현재 그렇지 않아 교통 지옥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이러한 '교통지옥' 시간대에 들려주는 그의 목소리는 '지옥'처럼 어둡지 않다. 20여년간을 한결같이 특유의 억양으로 이끌어나간 방송인답게 이젠 원고가 없어도 술술 넘어가는 배짱과 말솜씨가 붙었다. '무슨 말을 어떻게 매일 해야 할까' 라는 고민을 떨친 지 오래됐다는 얘기. "4계절이 있잖아요? 항상 반복아닙니까? 인생이 반복이듯이 계절이나 기후에 중점을 두고 기압과 자동차 엔진의 관계, 신호등과의 관계 등으로 이야기를 풀면 금새 두 시간이 지나가지요. 주로 30∼40대 분들이 청취하시니까 그 분들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별 어려움 없습니다."


요즘은 한창 유행인 '주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그의 방송은 아침에 가족과의 대화 후 첫 대화자로 여겨진다. 집을 떠나 처음으로 듣게 되는 목소리가 바로 자신이라는 것.


그런 맑은 정신으로도 교통 지옥에 나오면 다시 혼탁해지기는 누구나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해결책은 있다. 그가 내놓은 합리적인 운전법인 '병목 지점에서 두 대정도 양보하기', '강변도로에서 강가를 보며 여유롭게 운전하기' 등은 그에게서 묻어나오는 삶의 여유다. 바로 이런 작은 차이가 서울의 교통 대란을 풀 수 있는 해결책이 아닐까.


☞ 작은 사랑을 모아 '큰 노래' 만들고파


   그는 요즘도 4시 30분이면 어김없이 눈을 뜬다. 새벽에 헬스 클럽에 나갔다가 방송을 하고 곧바로 각종 사업장으로 바쁘게 뛰어다닌다. 쉰을 넘긴 나이에도 단단한 몸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10여년전 술을 끊은게 매우 보탬이 됐다.


또 최근엔 각종 특허권 사업말고 새로운 음반 취입을 준비 중에 있다. 사천만의 애창곡인 '가는 세월'이 출반된 지 벌써 25년. 지난 88년에 '홀로 아리랑'이라는 민족 가요도 부르고 '가는 세월' 같은 대중 가요도 불러봤으니 이젠 예전부터 불러보고 싶었던 '사랑'을 주제로 한 곡을 만들 계획이다.


"사랑의 범위는 너무 넓어요. 가족, 친구, 부부, 상하관계 등도 있고 더 나아가면 민족과 전 인류의 사랑도 있잖아요? '사랑'만 있으면 모든 전쟁이나 환경 문제도 없을 것 아닙니까? 그런데 성경에 나오는 그 '사랑'을 쉽사리 표현하기 어려워 고민입니다.(웃음)"


그가 말하는 사랑은 매우 작다. "작은 사랑이 더 보람이 크다"고 말하는 그의 사랑은 현재 분당 지역 지체장애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봉사하는 것과 매주 교회에서 7시간을 넘게 주차장 차량 봉사자로 일하는 것이다. 최근 늦게 배운 컴퓨터로나마 자녀와의 시간을 늘리려고 노력한다는 그는 "가정에선 서로 양보하면서 왜 밖에만 나오면 양보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며 "항상 '가족'이라고 생각하며 운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70년대 초반 통기타 하나만 들고 대학가를 떠돌며 사회에 저항했던 통기타 가수 서유석. 그러나 20여년이 넘은 지금, 그의 목소리는 한국의 지독한 교통 문제와 관련되어 매일 아침 라디오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제 그의 목소리는 저항이 아닌 편안함으로 사회에 향기를 뿌리고 있는 것이다.


현대미포조선 사외보 게재(2000년 4월)
[인터뷰] - 방송인 서유석

- 끝 -
  


남산 자락 TBS 교통방송국 로비에서 그를 만났던 때가 벌써 10여 년 흘렀다니...

세월이 참 빠르다.

 

그 후 서유석씨는 TBS를 그만두고 사업에 손을 댔다. 

그가 말했던 것이 도로 가드레일에 관한 사업 아이템이었던 것 같다.

언론에서도 몇 번 이야기 됐던 것 같다.

 

그러나 사업은 망한 듯 하다.

지금 그는 뭘 할까.

 

국민 성대모사의 대표주자인 서유석씨.

그는 교통방송사로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