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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일반기사[2008~2009]

[피플1] 캠핑의 달인을 찾아서 - 캠핑 1세대 우순규씨

“제게 캠핑은 생활 그 자체입니다”
20년 간 캠핑장 누비며 만든 자작 장비만 30여 개


글 원창연 기자   사진 현진(AZA Studio)


지난 1988년부터 캠핑 장비를 차에 싣고 전국을 누빈 ‘캠핑 1세대’ 우순규(53)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캠핑마니아다. 변변한 캠핑장비 하나 없던 그 시절부터 최첨단 캠핑장비가 거래되는 지금까지 초년의 그 변함없는 모습으로 캠핑을 떠난다. 스스로 고쳐 쓰며 개발해낸 장비만 30여개. 그의 손때 묻은 장비를 펼쳐놓으면 웬만한 캠핑업체 풀세트 라인이 부럽지 않다.


“만드는 것 자체가 즐거움”


 

우순규 씨는 어린 시절 학교 문방구에서 100원짜리 플라모델을 만들던 그 마음처럼 캠핑 장비도 만드는 재미로 시작했다. 그가 만들어낸 자작 캠핑 장비는 버너, 텐트, 랜턴, 화로대, 랜턴걸이, 가스충전어답터, LED랜턴, 난로 등 줄잡아 30개가 넘는다. 80년대부터 캠핑을 했기 때문에 1년에 1개 이상 만들어냈다는 얘기다. 그는 현재 무선통신기기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어 그의 작업장은 소규모 캠핑장비 공장인 셈이다.

 

지난 20여 년 간 수백 번의 캠핑을 다니면서 부족하거나 불편한 장비를 직접 개발하고 만들어 냈다.


그의 첫 작품은 랜턴걸이다. 일본 캠핑브랜드 스노우픽 제품이 워낙 고가여서 새롭게 만들어본 것을 계기로 자작의 길에 들어섰다. 손재주가 워낙 좋아 첫 작품부터 캠핑장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시중에서 40여 만 원을 호가하는 화로대도 동호회에서 원하는 회원 몇 명에게 선물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자작 장비는 타프와 가스버너다. 버너는 가스를 사용해야 하는 만큼 안전관리 부분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오랜 세월 설계 및 부품 제조에 임하다 보니 기본 지식 해박하고 라이선스도 있어 크게 문제시 되지 않는다고. 그리고 이런 물건들은 딱 1개만 만든다. 누군가를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과정 자체를 즐기기 때문이다. 약 4년 전 제작한 타프(4.5m*9m)는 지금까지도 계속 사용하는 장비로 약 30명도 너끈히 수용할 수 있는 크기를 자랑한다.


설계도를 직접 그려 넣어 재단한 리빙쉘을 겸비한 텐트, 버너에 올려놓으면 4초 만에 뜨거운 물이 나오는 순간온수기, 효율적으로 바비큐를 할 수 있는 그릴, 랜턴걸이에 가스통을 연결해 일체형으로 만든 랜턴과 랜턴걸이, 추운 겨울철 아이들을 위해 만든 전기장판, 가스마개 등도 우순규표 캠핑장비다.


“캠핑장 술자리 자제하고 뒤처리 확실히 해야”


우 사장은 이미 오랫동안 캠핑을 경험한 터라, 전국의 캠핑 요지를 훤하게 꿰차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곳은 포천 국망봉으로 사유지지만 인맥을 통해 몇 년 간 이 곳을 방문하고 있다. 오지인 이곳은 TV는 물론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데, 한 번은 손님맞이를 위해 위성 안테나를 몰래(?) 만들어 방송을 보기도 했다.


이런 곳을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레 오프로드 지프차를 구입할 수밖에 없고, 음식도 초간단이지만 영양식으로 준비해 먹는다. 닭 4~5마리를 쪄 먹을 수 있는 압력솥과 돼지 바비큐를 위한 그릴, 김치, 소금만 있으면 다음날까지 식사는 끝이다. 그래서인지 실제 국내 모 캠핑업체는 장비가 새로 출시되기 전 그에게 테스트를 요청하기도 한다. 그만큼 그의 경험과 장비 제작 기술은 돈 주고도 못사는 노하우가 되어 철학으로 발전했다.


“캠핑은 안방에서 건넌방 가듯이 가야합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장비 구입은 결국 캠핑을 오래하지 못하게 만들어요. 필수적인 것만 구입하고 집에서 쓰는 숟가락과 냄비만 들고도 어디든 떠날 수 있는 겁니다. 제게 캠핑은 생활입니다. 내가 만족하면 되는 것이죠. 비싼 장비를 사거나 직접 만들더라도 내가 만족하면 그만이죠.”


그가 캠핑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덕목은 ‘가족사랑’이다. 최근 어른들의 술자리가 캠핑에 기정화 되면서 아이들과 아내는 뒤로 물러난 경향이 없지 않다. 술자리는 1시간을 넘기지 말고, 서로 인사를 하더라도 가벼운 티타임으로 대신하라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그래야만 가족 모두가 행복하게 오랫동안 캠핑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캠핑을 다니면서 만든 자작 장비는 그의 차에 고스란히 실려 있다. 언제 어디든 떠날 수 있도록 ‘스탠바이(Standby)’하는 셈이다.

 

 


# 본 기사는 매거진 <오토캠핑> 5+6월호에 게재 됨

http://www.autocamp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