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가 아닌 안내자이고 싶습니다"
- 경제평론가 겸 방송인 김방희
'경제생활'은 모든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말이다. 하지만 '경제상식'을 제대로 갖춘 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아 보인다. 어려운 경제 용어도 많고 신종경제상식도 속속 생겨나고 있으니 무리도 아니다. 경제평론가 김방희는 이 난해한 경제상식을 아주 쉽게 걸러주는 '경제전도사'다. 부드러운 음성으로 경제이야기를 풀어내는 그를 탐구해봤다.
☞ 10년 경력의 경제부 기자 출신
방송인이자 경제평론가인 김방희. 그의 목소리는 아침 8시 35분이면 어김없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 MBC 라디오(95.9㎒) 아침프로인 '손에 잡히는 경제, 김방희입니다'에서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는 경제문제를 보다 쉽게 풀어주는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89년 서울대를 졸업할 당시 '서울경제신문'에 입사하여 99년 6월 '시사저널'에서 퇴사할 때까지 만 10년을 경제부 기자로 발에 땀나도록 뛰었다. 경제에 관한 한 도통한 인물이 된 셈이다. 그런 그가 한국 경제에 대해 문제점을 짚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었던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지난 98년 방송을 시작하게 되면서 그의 생각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고 한다.
"라디오 방송은 무척 매력적입니다. 나만의 공간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매료됐지요. 자기만의 컬러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그는 방송 후에 즉각 일반인들의 반응이 나타나 즐겁다고 한다. "가끔 비평도 하지만 한 애청자가 방송을 듣고 얼마를 주식에 투자해서 얼마를 벌었다는 말을 전해올 땐 다시금 방송의 힘을 느끼지요."
현재 붐처럼 일고 있는 주식투자가 비판의 대상만 될 것이 아니라는 그는 현재의 증시가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좋은 바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자신도 주식투자를 하고는 있으나 누구에게나 주식투자를 권하지는 않는다고.
"국가대표 축구 스타들을 보면 국민들의 질책이 끊이지 않으면서도 많은 애정을 갖고 있거든요. 그것은 모두 관심이 있다는 증거예요. 주식도 마찬가지로 비교적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이라고 해도 분명 먼 훗날 한국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바탕이 될 겁니다."
☞ 난독(亂讀)을 즐기는 제주도 태생
그는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인터뷰 도중 걸려온 전화를 받으면서 그는 연신 제주도 사투리를 쓰고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상경하여 현재까지 서울에 살고 있는 그는 매우 소탈한 이미지의 소유자다. 심플한 디자인을 좋아하고 취미는 독서다. 난독(亂讀)을 즐기는 그에겐 두 아들이 재산이다. 부인은 같은 학과 캠퍼스 커플이었는데 현재 삼성화재 재무기획실에 근무한다. 결혼 만 10년째인 올해 뭔가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집에 있으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합니다. 또 고고학이나 고대문명의 비밀에 대한 호기심을 풀거나 술을 좋아해 술과 관련한 서적을 탐독합니다."
술 얘기만 나오면 눈이 반짝인다는 그는 기자 시절 폭탄주를 하루종일 36잔이나 먹었던 경험을 되살리며 환하게 웃었다. "예전에 세계 주류 원산지 탐방 기사 의뢰가 주류회사로부터 온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당시에는 제 자신이 왜 그리 삶에 집착했는지, 1년 정도 시간 내기가 쉽지 않았어요. 큰 경험이었을텐데 힘들어도 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가끔씩 듭니다."
그가 술 못지 않게 좋아하는 것은 바로 사람이다. 기자 시절부터 모아온 명함만 수백여장. 그는 매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버리기 작업'을 한다. 술집 명함은 어김없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살아남은 명함'들은 따로 모았다가 토요일에 짬을 내어 카드를 보낸다. 별 내용 없이 건네는 안부지만 받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법. 그 사람과의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그의 한 단면인 셈이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크게 두 가지를 얻었습니다. 하나는 경제에 대한 지식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이라는 거죠. 지식이야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얻을 수 있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죠."
☞ 어려운 경제에 환한 길을 보여줄 터
일본의 오마이 겐이치는 경제평론가로서 일본의 경제 문제를 정확하게 꼬집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에도 그런 평론가가 있었으면 한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이제 '평론가'가 아닌 '평론가'가 되고자 더 넓은 세상으로 달려가려 한다.
"단순한 경제 용어를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이 아니라 어려운 한국 경제에 알맞은 길을 환하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평론가이기 보다 안내자라고 하면 더 어울리겠지요?"
기자 초년병 시절 불타는 사명감에 젖어 발이 붓도록 뛰어다녔지만 이상은 현실과 거리가 있었다. 1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언론계의 마인드가 상당수 변화된 것도 사실이지만, 그에게 찾아온 강한 회의감은 「시사저널」의 경제부장 자리를 박차게 만들었던 것이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특정 기업의 CF에 출연할 수 없었던 그는 지난해 6월 기자직을 그만둔 뒤 11월 모회사 노트북 CF에 출연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출연료를 낙도 어린이 돕기 등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는 것을 조건으로 승낙했다고 한다. 앞으로도 불우이웃을 돕는 일에 쓰여진다면 기꺼이 응하겠다는 경제평론가 김방희. 그에겐 사람냄새가 났다. 흔히 맡을 수 있는 그런 엘리트의 차갑고 냉소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선술집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해장국을 안주로 소주잔을 건넬 수 있는 그런 서민적인 이미지가 흘러나온다. 그의 바램처럼, 어두운 한국 경제가 긴 장막을 떨칠 수 있게 되길 바라며 그의 비상도 기대해 본다.
☞ 프로필
1963년 제주 출생
1989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89년∼ 「서울경제신문」 경제부기자
「한신경제연구소(현 동원증권경제연구소)」 연구원,「시사저널」경제부장 역임
1999년 MBC 방송대상 라디오 부문 우수상 수상
현재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김방희입니다」진행
현대미포조선 사보 게재(2000년 3월)
[향기나는 사람] - 경제평론가 겸 방송인 김방희
- 끝 -
김방희씨를 만났던 당시에 그는 필자를 자신의 아파트로 불렀다.
맛있는 차를 대접하며 담백 솔직한 대화를 2시간 여 나눴던 것 같다.
당시 손에 잡히는 경제라는 프로그램으로 적지 않은 인기를 누리던 그.
그 후 그의 삶은 참 파란만장했다.
지금은 어디서 뭘 하는지 모르지만... 국내 몇 안 되는 경제전문가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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