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읽어주는 여자'
그림을 읽는다?
다소 어리둥절하게 들리겠지만 난해한 미술작품을 보다 쉽게 생활 속으로 스며들게 하기 위해 지난해 책 한권을 펴낸 여자가 있다. 한젬마. 화가 겸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그림처럼 예쁜 천주교 세례명을 가졌다. 이런 그녀가 '그림 읽어주는 여자'를 자처하게 된 이유는 유년시절부터 접해 온 현대미술의 난해함을 대중들이 보다 쉽게 이해했으면 하는 바램에서.
"도시속에 현대인의 휴식처가 화랑이 되었으면 해요.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거죠. 그러나 화랑에서 미술작품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게 현실입니다. 그게 제일 안타깝죠."
그녀의 말대로 화랑을 한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무엇을 표현했는지 무슨 의도가 숨겨있는지 등 한참을 생각해도 모르는 게 현대 미술 작품이다. "음악을 들으면 작사가와 작곡가의 의도를 대략은 이해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미술은 그렇지 않아요. 있는 그대로 보기 힘들죠." 그림을 어렵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그녀는 이렇게 조언한다.
첫째, 화랑에서 화가를 최대한 활용하여 조언을 구하라는 것. 그 작품에 대해 화가만큼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둘째, 빠른 걸음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만 보라. 많은 작품을 단시간에 소화하기 힘들기 때문에 보고 싶은 것만 골라서 빨리 보라는 얘기다.
셋째, 화랑을 나만의 공간으로 삼아라. 삭막하고 복잡한 도시속에서 조용한 공간은 그리 흔치 않다. 그런 점에서 화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 그녀의 작품 주제는 '관계'
그녀는 현재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다.
결혼 8개월째. 아직 아이는 없지만 곧 갖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의 신혼집은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해 있다. 미술을 전공한 화가답게 실내 장식을 모두 손수 꾸몄다. 그린 톤으로 벽지를 발랐고 거실 벽엔 그녀의 작품 두 점이 전시되어 있다. 마치 화랑에 온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 무척 깔끔한 인상을 준다. 천주교 세례명인 그녀의 이름과 깔끔한 집이 멋진 앙상블을 이루는 듯 하다.
그녀의 집 거실 벽에 걸린 작품 '전선'이 이어져 있는 것을 보고 '어떤 의도인가'라고 묻자, 그녀는 세상의 모든 이치는 '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 주제는 항상 '관계'로 시작해서 '관계'로 끝난다. 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하여 한국교원대에서 강의도 했었던 그녀의 작품은 모두 어떤 사슬로 맺어져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이어져 있는 듯 해요. 제 작품 중 '가위, 바위, 보'란 게 있는데 가위는 바위에 지고 바위는 보에 져요. 또 보는 가위에 지고.(웃음) 세상은 어쩌면 돌고 도는 관계에 있지 않을까요?"
그녀는 자신이 평론가가 아니기 때문에 책을 냈다는 사실에 매우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그녀가 바라는 대중들 속에 미술을 심어주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었다. 현재 그녀는 잡지사 4곳에 한젬마의 이름을 걸고 기고하고 있으며 KBS '문화탐험, 오늘'과 EBS '청소년 미술감상'에 미술전문 MC로 활약하고 있다.
"아이를 갖게되면 모든 활동을 중단할 거예요.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관계 중의 하나가 바로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니까요."
당찬 그녀의 새 천년 바램이다.
시선 게재(2000년 2월)
[인터뷰] - 화가방송인 한젬마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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