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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일반기사[2003~2007]

[기획]세계의 허브이야기-원주민들의 주술성 + 천연 의약품 ‘허브’

기획 - 세계의 허브이야기
원주민들의 주술성 + 천연 의약품 ‘허브’ = 최고의 치료법
북미 등 동식물로부터 얻은 지혜, 인간에 적용해

전승되는 허브이야기들은 역사와 주변 환경의 영향으로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해 옴으로써 개방적이고도 역동적인 체계를 갖고 있다. 이러한 체계를 갖게 된 요인 중의 하나는 세계 각처의 약초들이 계속 교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대 유럽에 기원을 두고 있는 식물들을 오늘날에는 안데스 산맥의 목동들과 태평양의 섬나라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유럽인 들도 동양에서 건너왔거나 아니면 다른 외국에서 들여온 알로에, 은행, 인삼과 같은 식물들을 애용하고 있다. 식물을 조제하는 방법을 살펴보면, 여러 가지 다양한 전통들이 어떻게 연결됐고 어떤 차이점을 갖는 지 알 수 있다.
아프리카인들은 말리거나 가루를 내어 쓰는 반면 폴리네이사인들은 식물의 생즙을 짜서 쓰는 것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종기와 농포를 치료할 때는 아프리카인들과 북아메리카 원주민들 모두 옥수수 가루로 만든 따뜻한 습포를 사용한다.
북아메리카의 체로키족이 적합한 치료방법을 구하기 위해 식물의 신에게 물어보는 것은 아마존의 치료사들이 식물의 신을 접하는 방법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모든 허브 치료사들은 치료를 하면서 신에 대해 경건한 마음을 갖는데, 이것은 가장 경이로운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 아프리카
아프리카는 문화적 인종적 식물학적 분포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치료법을 일반화해서 언급하는 거의 불가능하다.
아프리카에는 많은 질병 치료제가 될 만한 풍부한 약초가 있으나 이들의 식물군은 약리학적으로 아직 완전히 파악되지 못한 상태다. 발암물질을 억제하는 성분인 빈카를 포함한 몇몇 식물만을 현대의학이 받아들여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서아프리카의 칼라바르 콩에서 추출되는 시죄법에 쓰이는 독극물인 피소스티지민은 녹내장, 신경섬유에 영향을 미치는 안티콜린 독성을 완화하고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하기 위한 물질로 국제적으로 사용된다.

★ 아프리카 의사의 역할
아프리카 원주민 의사의 진료와 역할은 대단히 다양하고 가변적이다. 약초로 치료만 하는 의사가 있는가 하면, 약초치료와 함께 수술, 제물 봉헌, 접골, 채혈 그리고 주술적인 행위도 진단의 한 방법이 된다.
만약 병이 가볍거나 자연적인 원인에서 발생했다고 생각되면 가정 치료를 권하거나 지역 내 약초 전문가를 추천해 주는 정도로 돌려보낸다. 그러나 병이 낫지 않으면 환자를 정화시키고 제물을 봉헌하는 복잡한 방법을 알고 있고 더욱 정확한 진단과 치료능력을 가진 점술가에게 환자를 보낸다.
바풀레로족처럼 처음부터 환자가 점술가와 상담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점술가는 개인면담과 점을 쳐 환자가 약초 전문가, 외과의사, 산파, 의료원 가운데 누구에게 가야 할지를 일러준다.

★ 흉터와 고약
아프리카의 약초 중에는 입으로 섭취하지 않는 것이 많다. 감기, 열병, 가슴앓이, 정신장애 등을 치료하는 경우에 환자의 머리를 담요로 덮고 끓고 있는 약초 혼합물의 증기를 흡입하게 된다. 복통과 월경통 치료에는 관장법도 널리 쓰이고 있다.
가루 상태의 꽃들은 재채기를 유도하기 위해 쓰이며, 두통을 치료하려면 코로 약제를 들이마시거나 물 없이 혀로 핥아먹는다. 말린 뿌리는 태워서 재를 만들어 기름과 섞은 다음, 염좌 부위 또는 통증이 있는 곳에 가느다란 칼집들을 내고 거기에 문지른다.
몸의 아픈 부위를 잘 모르는 통증을 치료하려면, 나뭇잎들을 물에 담갔다가 환자의 몸에 덮어준다. 몸에 열을 보충해 주기 위해 끓인 나뭇잎들을 신체 각 부위에 올려놓는다. 열이 식으면 다시 끓인다. 이 치료법은 3주일간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30분씩 계속 한다.
데운 약초 반죽은 노출된 상처 및 궤양의 치료에 쓰이고, 류머티즘으로 인한 통증과 아픈 발의 통증을 덜어주는 데 쓴다.
뜨거운 옥수수 죽은 종기가 생겼을 때 고름을 만들도록 도와주고, 뜨거운 후추는 접골하는 데 사용한다. 연고를 만들 때에는 뿌리를 가루로 만들어 나무진에 넣어 섞은 후 약간의 물에 넣고 끓인다. 이 기름진 연고를 바르면 피부가 부드러워진다.

■ 남태평양
폴리네시아의 여러 섬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독특한 의학이론과 진료방법을 발전시켜 왔다. 이들은 약 400종의 약용식물을 사용한다. 20세기에는 많은 약용식물들을 새로 개발했고, 폴리네시아의 의약사전에는 사라진 것들과 새로 추가된 것들이 많다.
약초 전문가들은 일반의 일 수도 있고 한두 종류의 병만 치료하는 전문의일 수도 있는데 폴리네시아의 약초 학은 어린아이의 질병과 출산에 집중돼 있어서 대부분의 약초전문가들은 여자들이다.
약초 처방은 각기 특정한 가족의 소유물로 돼 있다. 만약 그 가족의 허락을 받지 않고 다른 사람이 함부로 쓰면 약초가 효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믿는다. 폴리네시아의 약초 전문가들은 병을 고쳐 준 다음에 돈을 받지 않는다. 돈을 받으면 병을 고치는 자신의 능력이 없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약간의 선물은 받지만 대개 남을 도울 능력을 갖고 주위의 신망을 얻는다는 점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폴리네시아인들이 약초치료를 할 때는 반드시 식사를 제한하며, 주변을 청결하게 하고 목욕을 자주할 것을 강조한다. 만약 약초로 치료해도 효과를 보지 못할 때는 환자를 병원으로 데리고 가거나, 조상의 망령으로 인한 풍토병 등 서양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는 병을 전문으로 다루는 사람에게 보낸다.

★ 태평양 지역의 약
카바는 후추과 식물인 피페르메티스티쿰의 뿌리를 우려낸 즙인데, 카바를 마시는 것은 폴리네시아인들의 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카바를 마시면 마음이 차분하고 편안해지며, 꿈을 꾸지 않고 깊은 잠을 자게 돼 다음날 잠에서 깨어났을 때 머리가 개운해진다. 폴리네시아에서는 정치적 모임이나 결혼식, 장례식은 물론 비종교적인 축제와 파티 등 모든 행사에 카바가 제공된다.
카바는 어린 소년소녀들이 만드는데, 피페로메티스티쿰의 땅 속 줄기와 뿌리를 씹어서 펄프로 만들어 그릇에 뱉어 저은 다음 체로 거른다. 씹으면 식물의 세포조직에 있는 진이 밖으로 나와서 우윳빛이 되며 더욱 강한 맛이 우러나온다.
카바의 화학적 성분은 진통, 진경, 근육이완의 성질을 갖고 있으며 다양한 피부질환을 치료하는데 효과적이다. 태평양의 섬사람들은 열병, 피부감염, 비뇨기 염증, 임질, 지네에 물렸을 때, 그 밖의 다른 질병에 오래 전부터 이 식물을 사용해왔다.
요즘은 도시의 바에서도 카바가 판매되고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 사이에서는 마약처럼 남용되기도 하는데, 이들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카바에 가솔린과 알코올을 섞어 마시기도 한다.

■ 북아메리카
1535년 탐험가 자크 카르티에의 배에 탔던 선원들이 괴혈병에 걸렸을 때,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북아메리카산 솔송나무인 헴록의 가시를 다려서 만든 약으로 치료해 준 뒤부터 유럽인 들은 북아메리카의 약용식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북아메리카에 흔한 등골나물류 식물인 조폐 풀은 모히칸족 조섭 폐의 이름을 딴 식물인데, 조섭 폐는 1787년 유럽에서 건너온 정착민들에게 이 식물로 장티푸스를 치료하는 법을 가르쳐 줬다. 또한 체로키족은 요도나 골절된 사지 또는 신체의 다름 감염 부위에 약을 뿌릴 때 천연 파이프처럼 생긴 이 식물의 줄기를 사용했다.
초기의 정착민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약에 관심을 기울였으며 메이애플뿌리, 사사프라스, 옻나무류, 인삼, 조밥나물 뿌리, 핑크루트와 같은 식물들이 대량 유럽으로 건너가게 됐다. 체로키족은 쥐방울덩굴류 식물인 아리스톨로키아 세르펜타리아를 대단히 귀하게 여겨 이 식물의 수출을 금지했고, 그들의 영토에서 이 식물의 뿌리를 들고 나가는 사람은 누구든지 사형에 처했다.
예를 들어 페노브스컷족을 비롯한 일부 부족들은 약용식물에 관한 지식을 개인의 소유가 아닌 공유재산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살리시족과 대부분의 부족들은 일반적으로 여자와 노인 등 특정 개인들만이 약용식물의 사용법에 대해 알고 있었다.

★ 동물의 지혜
약초에 대한 지식은 종종 꿈속에서 동물로부터 얻었다. 동물들 중에 곰이 약초에 대해 가장 많이 안다고 여겼는데, 그 이유는 곰이 약초의 뿌리를 파내기도 하고 사람들이 약으로 사용하는 견과류와 작은 열매들을 먹기 때문이다.
어느 전설에 의하면 결핵을 앓고 있던 블랙풋족 여인이 비버의 흔적을 발견하고는 음식을 남겨줬더니 그 보답으로 비버가 여인의 꿈에 나타나 결핵을 치료할 수 있는 비방을 알려줬다고 한다. 그녀는 특별한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비버가 처방해 준 대로 로지풀 소나무의 진을 우려낸 즙을 먹었다. 그러자 많은 것을 토해낸 후 그녀의 병은 깨끗하게 나았다.
소나무는 북아메리카의 여러 부족들이 결핵, 류머티즘, 상처, 궤양 등을 치료하는 데 사용한다. 원주민들은 꿈에서 얻은 약초에 관한 지식을 생각 없이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효과에 대해 실제로 실험을 해본 후 그 결과에 따라 판단했다.

★ 평원의 약
보라색 콘플라워와 그 비슷한 종류의 식물들은 평원에 사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던 약용식물이었다. 로키 산맥 동부의 대평원 사람들은 이 식물의 뿌리를 진통제로 썼고 감기나 기침, 목이 아플 때, 뱀에 물린 상처 등 수 많은 질병의 치료에 사용했다.
최근 유럽에서 진행된 과학적 연구조사에서 이 식물에 들어 있는 화학적 성분이 발암물질을 억제하고 항생 및 소염제 역할을 하여 상처를 낫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게다가 콘플라워는 면역체계를 강화해 주는 분자를 갖고 있다.
이 식물에서 추출해 낸 성분들은 단기적으로 면역기능이 떨어져 걸리는 모든 급만성 감염증들을 치료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는 콘플라워를 원료로 하여 제조된 감기약과 독감약이 잘 팔리고 있다.

200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