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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일반기사[2003~2007]

[기획]부모님이 보는 페이지-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의 교육 방법

[기획] 부모님이 보는 페이지
“나무가 자라나듯이, 청소년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의 교육 방법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은 매번 자녀들과 부딪힐 때 마다 머리를 싸맨다. “내 나이 때는 안 그랬는데…….”라는 본전 생각을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에 본지에서는 아동전문가의 칼럼을 통해 해결 방법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 아버지에 대한 불만이 문제아를 낳는다.

청소년들을 대하다 보면 아버지에 대한 인상을 좋게 갖고 있는 청소년들이 의외로 적다는 사실에 놀랄 때가 많다. 이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너무 완고해서 마주치고 싶지 않다’, ‘거북하다’, ‘나와는 맞는 것이 별로 없다’는 등의 표현을 거침없이 사용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들은 대체로 마음속에 아버지에 대해 일종의 적개심과 불만을 갖고 있으며, 아버지에 대한 이상이 전반적으로 몹시 침울한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아버지에 대한 인상을 긍정적으로 갖고 있는 학생들은 대개 자신의 가정을 화목하고 즐거운 가정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그들의 성격 또한 명랑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돼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현대 가정은 ‘아버지의 부재 시대’이다. 가정은 당연히 어머니가 지키는 것으로 돼 있다. 여성의 사회 참여 증가로 어머니마저 가정을 지켜줄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아이들은 기댈 곳이 없다. 스위트 홈이 아니라, 쓸쓸하고 적막한 가정이 돼가고 있다.
비록 어머니가 따뜻한 사랑을 갖고 그 역할을 다한다 하더라도 어머니와는 다른 아버지로서 담당해야 할 역할은 엄연히 따로 있다. 아버지가 그 역할을 소홀히 할 경우, 어머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녀에게는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좋은 모범을 보여주지 못하고 자녀들의 정신적인 지주가 돼주지 못할 때, 자녀들은 아버지를 외면하고 거부하게 된다.
아버지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자녀들에게 무관심하지 말아야 하며 자녀들에게 지나치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아버지는 무섭고 두려운 존재로서보다는 부드럽고 인자하면서도 권위를 가진 존재로 부각돼야 한다. 또한 아버지들은 다른 아버지들과 대화하는 기회를 많이 갖도록 하여 아버지로서의 자신을 가끔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해야 한다.
선진국 아버지들과 비교해보면 한국 아버지들이 가정 밖의 생활이 지나치다. 아버지가 가정에 있는 시간이 적을수록 자녀 교육의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자녀와 대화를 하는 데 있어서도 학교 성적이나 일상사 등 사소한 것에 관심사를 국한시키지 말고 다른 사람으로서는 주기 힘든 교훈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인생관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인생 선배로서, 친구로서, 아버지로서 개방된 마음을 갖고 대화에 임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 사생활은 청소년의 일급비밀

청소년들은 자기만의 공간과 생활을 갖고 싶어 한다. 부모로부터의 간섭과 감독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기를 원하며 자기만의 비밀을 간직하고자 한다.
청소년들은 글을 쓰면서도 부모나 다른 형제들이 보게 될 것을 우려해서 약자로 쓴다든지 자기만이 알아볼 수 있는 암호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 만큼 그들은 철저히 생활의 비밀을 보장받기를 원한다.
부모들과 청소년 자녀들 간에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흔한 마찰 가운데 한 가지는 부모가 자녀에게 온 편지를 뜯어보았을 때의 일일 것이다. 자녀들의 생활에 최대한의 관심을 쏟고 있는 부모들은 자녀에게 온 편지를 몰래 읽어보기를 좋아한다. 이런 부모들의 행동에 대해 자녀들은 몹시 화를 내며 울분을 토하고 심지어는 예의가 없는 사람이라며 경멸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대부분 부모들은 자녀들의 비밀을 알아내고 싶어 한다. 자녀들의 방을 치우면서 노트를 뒤적거리거나, 서랍을 열거나 한다. 그러다가 일기장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사실을 청소년 자녀들이 알게 되면 그들은 부모들의 그런 행동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으로 여긴다. 자기의 인격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하고 결코 부모의 행동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가끔씩 자녀들의 전화내용을 엿듣는 부모들 역시 자녀들에게 배척당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전화가 걸려오면 일방적으로 선별해서 바꿔주지 않거나, 바꿔주더라도 누가 전화했느냐,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 왜 전화했느냐 등의 간섭을 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자녀들은 짜증을 내고 자신의 생활에 너무 사사건건 간섭을 한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한다.
자녀에 대한 부모들의 태도가 이럴수록 자녀들은 더 속임수를 쓰면서까지 비밀을 보장받으려 한다. 세대차이라는 둥, 자기들의 심정을 조금도 이해해주지 않는다는 둥 하며 대화의 문을 굳게 닫는다.
부모와 자녀의 사이가 아무리 친밀하다 하더라도 서로에게는 일정한 간격이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로를 존중하며 개성을 인정해주는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 대화는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한 만병통치약

가족 구성원들 각자의 생활이 분리되고, 개인주의에 빠져들면서, 오늘날의 가정들은 점점 대화를 잃어가고 있다. 가족이 모두 함께 모일 수 있는 유일한 때인 저녁 시간에조차 TV와 컴퓨터 등이 우리의 대화를 빼앗아 버리고 있으며 식사가 끝나면 제각기 자기 할 일을 찾아 각자의 방으로 뿔뿔이 흩어져 버린다. 대화의 양이 확실히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대화의 양을 늘리는 문제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대화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해나갈 것인가 하는 질적인 문제이다. 아무리 많은 이야기가 오간다 하더라도 그것이 바람직하게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가족 내의 인간관계는 점점 나빠지고 가족들 사이에는 벽이 생기게 된다.
청소년들은 부모에게 의존하려는 마음과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싶은 마음, 순종과 반항 사이를 오간다. 아이로 취급되면 화를 내다가도 어른 취급을 받으면 불안해하는 과도기적 특성을 지닌다. 자아 정체감을 발견하고 발달시켜 나가는 시기에 있어서 부모와 나누는 대화는 청소년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 교육은 부모의 모범으로부터

부모들이 자녀들의 면전에서 선생님들을 무시하거나 적개심을 드러낼 때 자녀들이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과 사랑을 갖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녀들의 감정을 이해해주고, 받아들여주는 것은 좋지만, 선생님에 대한 그들의 태도나 언어를 고쳐주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부모가 앞장서서 거친 말과 상스러운 말로 사람을, 특히 선생님을 무시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자녀들을 올바르게 이끌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하며, 자녀들의 생각이 잘못되었을 때는 객관적으로 자신들을 성찰해 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옳은 태도이다. 자녀들의 태도가 지나치게 무례할 때에는 따끔하게 타일러 선생님들이 권위를 세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선생님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곧 자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며, 이러한 가정 학교의 학습 풍토 속에서 자녀들의 성적은 쑥쑥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서 자녀들은 부모의 언행을 가감 없이 가장 많이 모방한다. 너는 누굴 닮아서가 아니라 부모를 닮는다.

■ 개인의 적성 능력 소질에 따른 진로 지도

교육은 반쪽 교육을 해서는 안 된다. 신체적, 정서적, 도덕적, 사회적 교육을 무시하고 개인의 적성, 능력, 소질, 개성을 무시한 채 오직 획일적이고 구태의연한 교과서 중심의 교육을 할 때 자녀 교육은 십중팔구 실패하고 만다.
현행 학교 교육을 관찰해보면 소수의 성적 우수학생을 제외하고는 많은 수의 학생들이 성적의 격차와 수업 결손의 누적으로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고 선생님,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으며 별 볼 일 없는 존재, 문제아, 공부 못하는 학생으로 낙인찍힌 채 단지 시계추처럼 학교와 가정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이러한 십대 청소년들은 가정 학교 사회 그 어느 곳에서도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하고 불안과 좌절감을 이기지 못해 불량 집단, 서클 등에 가담하기도 하여 반사회적 비정상적 일탈 행동을 한다.
만일 한 가정의 십대 청소년이 이러한 경우에 처했다고 하면 한 마디로 부모의 잘못된 진로 지도로 그 가정의 자식 농사는 실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올바른 진로 지도는 상급 학교의 진학이나 나아가야 할 인생의 방향을 개개인의 개성과 자질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원조해주는 것이다.
학교이든, 직업이든 모든 선택에는 자유가 있어야 한다. 본인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없고, 부모의 뜻대로, 부모의 욕심대로 부모가 원하는 학교, 직업을 갖도록 지도하는 것은 지도가 아니고 일방적인 지시나 강요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십대 청소년의 진로 지도에 있어서 부모가 주의해야 할 사항은 자녀들의 능력을 잘 헤아려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주어 스스로 판단케 하는 것이다. 진로의 선택은 자기가 어떤 사람이고, 어느 정도 능력이 있는 지, 하는 개인에 대한 분석과 자기 집의 형편이 자기가 선택한 진로를 뒷바라지할 수 있는 가정인가 하는 가정환경에 대한 분석, 그리고 사회 정세에 대한 분석이 종합된 가운데 이상과 현실을 잘 고려해 결정돼야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충족되어야 할 욕구 중에서 교육적 욕구가 충족되지 못할 때 그 욕구는 다른 어느 욕구로도 보충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본인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가정환경 때문에 진학을 포기하는 경우는 더욱더 그러하다.
그러나 국내외를 보면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한층 분발해 일찍 자수성가하고 성공한 사례가 대단히 많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나라에도 정규 학교 과정이 아니라도 검정고시, 산업체 학교, 산업체 근로학교, 야간학교, 방송통신고등학교 등 혼자 공부해 대학을 나오고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길이 있고, 정부에서도 이 분야에 대해 다른 정규 학교 교육 제도 못지않게 관심을 갖고 정책을 펴나가고 있으므로 본인의 공부하려는 굳은 의지만 있으면 그 어느 때보다도 공부할 수 있는 길은 많다고 할 수 있다.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미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부모 때문에 희생되는 십대 청소년들이 생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부모의 지나친 성화와 기대는 오히려 자녀를 위축시키며 욕구 좌절을 초래해 결국 바람직하지 못한 변칙적인 행동을 나타내게 만든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무가 자연스럽게 자라는 것처럼 자녀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면서 그들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적극 지원해주는 진로 지도를 해야 하며, 자녀를 과대평가 하거나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 이것이 가장 바람직한 진로 지도라 할 수 있다.

(자료발췌: 부모는 우리를 너무 몰라요/ 한국교원대 권이종 교수/ 한국학술정보 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