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스민향+바로크음악+오렌지주스+껌 = 기억력↑
외국어 공부에 효과적인 ‘알파파 기억법’
인생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과거의 기억이 없는 현재는 살아있다고 볼 수 없다. 언제나 인간과 기억은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와 같은 존재들이다. 인생은 기억의 연속이라고 했던가. 기억력이 뛰어나든 그렇지 않든 간에 누구에게나 추억의 아련함은 가슴 속에 묻고 살아가는 듯 하다. 2006년 병술년을 맞아 새로운 계획과 도전의 발판으로 삼을만한 주제로 ‘기억’를 선정, 이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놓고자 한다.<편집자 주>
■ 고대인들의 기억력
기억력은 인간의 가장 오래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고대인들의 기억력은 생존을 위한 유용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필수적인 요소였다. 인쇄기가 없는 시대에 기억력은 역사를 기록하는 도구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호메로스(기원전 8~9세기경 활동한 고대 그리스의 시인)는 기록되지 않은 오래 전의 작품들을 기억할 수 있었다. 또한 정치가나 신학자, 철학자들은 효과적이고 확신에 찬 연설로 청중들을 설득했는데, 그 바탕에는 다채롭게 시각화된 기억의 단서들이 작용하고 있었다.
개인적인 서류철을 발명하기 전이나 일기를 쓴다든지 심지어 기록하는 법을 알지 못했을 때, ‘구전’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기억이 전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유익하지 않은 내용은 구전되지 않았으며, 집단의식 속에서 사라져 영원히 잊혀지고 말았다. 그러므로 고대인들에게 기억력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고 볼 수 있다. 기억과 과거에 대한 회상 없이는 문화적 유산은 소실될 수밖에 없었던 것.
고대 인도의 베다(옛 인도의 성전) 역시 구전으로 전해졌는데, 고대 인도인들은 리그베다(베다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시편)의 신성한 찬가를 부를 때 일말의 착오라도 일으키면 인간에 대한 무서운 결과를 초래함과 동시에 엄청난 우주의 불균형을 가져온다고 믿었다. 그러한 재난을 피하기 위해 사제들은 절대로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기억력을 연마했다. 그로인해 구술로 전해진 경전은 거의 원래 내용에 가깝게 유지됐으며, 이는 매우 희귀한 현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Tip. 길리오 카밀리오의 기억 극장
16세기에 이탈리아의 철학자인 길리오 카밀리오는 기억 극장으로 인해 엄청난 명성을 얻었다. 기억 극장의 목적은 정신을 일깨워 기억의 잃어버린 신성을 되찾는 것이었다. 단순히 상상적인 극장을 설명하는 대신 그는 고심 끝에 실제로 나무로 된 극장을 지었고 이탈리아와 프랑스 전역에 전시해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모든 극장은 두 사람이 중앙 무대에 설 수 있을 정도로 컸으며, 객석은 화려하게 꾸민 기둥과 신들의 상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것은 정신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범위와 영혼 속에 감춰진 모든 대상을 상징했다.
카밀리오는 로마의 위대한 웅변가인 키케로의 훌륭한 연설은 중요 요점들을 극장 안에 있는 상들과 기둥에 정신적으로 배치함으로써 기억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기억법의 종류
△ 알파파 기억법
뇌에는 방대한 양의 기억이 보존돼 있지만, 보통 그 기억을 떠올리는 일은 쉽지 않다. 캐나다의 신경외과 전문의 와일더 펜필드는 측두엽에 전기 자극을 주면 잊혀졌던 기억이 선명하게 되살아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전기 자극을 쓰지 않더라도 잠재의식을 컨트롤 하여 기억력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잠재의식을 컨트롤하려면 일상적으로 나타난 현재 의식과 무의식에 감춰진 잠재의식을 연결해야 한다. 뇌파가 알파파일 때, 현재 의식과 잠재의식 사이의 막이 열린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에 검증된 사실이다.
뇌파를 알파파 상태로 만들면 잠재기억을 떠올리기가 훨씬 쉬워진다. 또한 암시력이 높아져, 잠재의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플러스 사고를 하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이너스 사고를 제거할 수 있다.
‘알파파 기억법’은 알파파 분비를 촉진시켜 잠재의식에 기억회로를 만드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습득해 마음이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면, 기억을 자유자재로 떠올리는 건 물론이고, 좋지 않은 기억을 머리에서 깨끗이 지울 수도 있다.
△ 연상 기억법
장기 시냅스 강화 현상, 즉 LTP(Long Term Potential)를 일으키려면 최소 자극 값인 역치(?値) 이상의 자극이 필요하다. 하지만 특정한 조건에서는 그 이하의 자극에서도 LTP가 일어난다.
특정한 조건이란, 첫째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일을 할 때이다. 흥미를 느끼면 의욕이 생겨 특별히 자극하지 않아도 LTP가 일어난다. 이것은 주로 경험 속에서 생긴 반응이라 할 수 있다.
둘째, ‘희로애락의 감정’ 역시 LTP를 쉽게 일으킨다. 해마 바로 옆에 감정을 주관하는 편도체가 있는데, 그것이 활동을 하면서 해마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셋째, 이미 알고 있는 사실에 새로운 내용을 연관시키면 된다. 이것은 ‘연합’이라고 한다.
LTP가 일어나기 쉽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동물은 기억력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지만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고도 흥미와 감정, 연합을 이용하면 쉽게 LTP를 일으킬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연상 기억법’이다.
연상 기억법은 흥미를 느끼는 이미지나 감정과 관련된 이미지를 새로운 정보와 연관짓는 방법이다. 이것을 ‘연상결합’이라고 한다.
△ 속독반복 기억법
장기기억을 만들기 위해서는 해마의 신경세포를 반복적으로 자극할 필요가 있다. 같은 정보가 반복해서 자극되지 않으면, 해마가 그것을 불필요한 정보라 판단하고 단기기억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반복은 기억의 왕도다.
하지만 망각은 정보를 받아들인 직후에 급속히 진행된다. 정보가 아직 기억되어 있는 동안에 자꾸 반복을 거듭해 주어야만 하는데 그러려면 시간상의 어려움이 따른다.
‘속독반복 기억법’을 활용하면 반복 시간이 현저히 줄어, 다른 사람이 한번 학습할 시간에 10회 이상 반복해 학습할 수 있다. 한번에 모두 외우려고 할수록 뇌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아 기억력이 떨어진다.
속독반복 기억법은 되풀이해 읽기만 해도 저절로 외워지기 때문에 뇌의 피로를 줄여줄 것이다.
Tip. 1 펜필드의 측두엽 전기 자극
캐나다 신경외과 전문의 펜필드는 간질 환자의 뇌를 수술하는 과정에서 ‘측두엽에 전기 자극을 가하면 플래시백 현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했다. 플래시백이란, 의식 깊숙이 묻혀 있던 옛 기억의 단편들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다음은 펜필드의 이야기.
환자들은 자신이 과거에 보고 들었던 기억을 영화의 플래시백 기법처럼 완벽하게 ‘재체험’했다. 1933년 한 환자에게서 플래시백 현상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그 뒤로도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의혹은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어떤 여성은 측두엽에 전기 자극을 가하자마자, 정원에서 놀고 있는 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부엌에 있었는데, 아들의 안전에 위협이 될지 모르는 트럭 소리가 들려 순간 긴장했다고 말했다.
어떤 젊은 환자는 자신이 작은 마을에서 야구 시합을 관전하는데, 사내 아이 하나가 담장 아래에서 관객석으로 기어올랐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른 환자는 구민회관에서 관현악을 감상하고 있었다며 그날 연주된 여러 악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환자들은 측두엽 자극만으로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일의 세세한 부분가지 완벽하게 기억해냈다.
Tip. 2 외국어 공부에 효과적인 알파파 기억법
기억 컨트롤은 ‘인격 컨트롤’이라고도 한다. 인격 자체가 암시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한 말로 ‘사람이 바뀐다’고 할 정도로 기억 컨트롤을 완벽하게 소화해야 하는데, 이 방법은 외국어 공부에 특히 효과적이다.
먼저 알파파 상태로 들어간 다음 눈을 감고 자신에게 암시를 건다. 그리고 눈을 뜬 뒤 평소처럼 외국어를 공부하면 된다. 공부가 끝나면 눈을 감고 1부터 5까지 세고 일상으로 돌아온다.
Tip. 3 러시아 우주비행사들의 연상 기억법 훈련
우주비행사에게는 순간적인 기억 능력이 필요하다. 우주에서는 한번에 다양한 실험을 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에는 기억력을 훈련시키는 기관이 따로 있다고 한다. 기억력을 인간의 타고난 소질 중 하나로 여겨 그 능력을 더욱 단련시키려는 것이다. 그 곳의 훈련방식은 연상 기업법 중심이다. 그 기관에서 훈련받은 2명의 우주비행사는 촛불에 손을 갖다대고도 뜨거움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촛불이 뜨겁지 않다고 뇌에 기억시켰기 때문이다. 이것은 감각 컨트롤 훈련이다.
■ 일상 속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기억술
△ 껌을 씹는다
독일의 의학 심리학자 레들은 30세부터 70세까지의 남녀 17명을 대상으로 45분 동안 8명에게는 껌을 씹게 하고, 나머지 9명에게는 껌을 씹지 않게 하면서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을 마친 후 그들이 얼마나 집중했는지를 테스트한 결과, 껌을 씹었던 사람들의 집중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식사 때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으로부터 ‘밥을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는 훈계를 듣는데, 이는 턱을 사용하면 머리가 좋아지기 때문이다. 일본의 조사 결과에서도 이가 튼튼한 아이들의 지능이 대체로 우수했다고 한다.
△ 생선과 오렌지주스를 먹는다
아마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머리 좋아지는 음식’ 중 으뜸은 단연 생선이다. 영국 뇌영양학연구소의 마이클 글로포드는 ‘생선에 포함된 DHA가 두뇌활동을 활발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기억력을 높이려면 고기보다는 생선을 많이 먹어야 한다.
DHA는 값비싼 생선에는 별로 함유되어 있지 않은 반면, 꽁치나 고등어처럼 값싼 생선에 다량 들어 있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이 때 두뇌를 활성화시키는 영양소는 마그네슘과 칼슘이다.
아울러, 듀크대 키스커너스연구팀은 초등학교 5학년생 100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오렌지주스가 IQ를 높인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오렌지주스를 마신 그룹이 가짜 과즙을 마신 그룹보다 IQ 점수가 더 높았던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생화학자 폴링은 “정신 활동을 높이려면 비타민C를 반드시 섭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억력 향상에 좋을 음식으로 오렌지 주스를 비롯한 귤, 딸기, 바나나, 사과 등 비타민이 다량 함유된 과일을 많이 먹을 것을 권했다.
△ 단 것을 먹는다
영국 웨일즈스완지 대학 심리학부의 데이비드 벤튼은 설탕이 뇌 활동을 촉진시킨다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요컨대, 단 음식을 먹으면 뇌가 활성화되어 기억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 버지니아 대학의 폴 골드는 부신을 적출해 기억인자를 없앤 생쥐에게 포도당을 주사하면 기억력이 회복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것은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지만 사람에게도 같은 원리가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
벤튼은 60세 이상의 노인을 대상으로 포도당을 투여해 학습 기억의 정도를 조사하는 네 가지 종류의 지능시험을 실시했는데, 그 결과 네 가지 시험 모두에서 포도당을 투여하지 않았을 때 보다 기억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혈액 속의 포도당이 증가하면 뇌 속에서는 FGF(섬유아세포 증식인자)라는 물질이 급증하면서 뇌가 활성화 돼 기억력을 높이는 것이다.
△ 재스민 향을 맡자
좋은 향기를 맡으면 기억력이 촉진된다는 말이 있다. 캐나다 퀘벡 주 비숍대학의 한 연구팀은 향기가 언어기억을 높인다는 가설을 실험으로 검증해 냈다. 연구 결과, 랄프로렌 향수와 재스민 향 모두가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성분으로 확인됐다.
△ 클래식 음악을 듣자
1분에 60~64박자의 음악을 들으면 기억력이 촉진된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지 오래다. 특히 느릿느릿한 바로크 음악은 ‘두뇌계발 음악’이라 불릴 정도로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느린 박자는 ‘내면의 시간 흐름’을 늦추는 효과가 있다.
또 아이오와 주립대학의 한 연구팀이 조사한 실험에서는 강의 중 느릿느릿한 바로크 음악을 틀어 놓자, 학생들의 학습 능력은 24%나 촉진됐으며, 기억의 유지율은 26%나 향상됐다고 한다.
△ 크게 하품을 한다
하품은 일종의 심호흡이다. 하품은 뇌에 산소를 공급해줄 뿐만 아니라 근육을 이완시켜 무거워진 머리를 상쾌하고 가볍게 해주는 작용을 한다. 이 때 머리를 무겁게 혹은 맑게 하는 기능을 뇌간부의 망양체라는 부분이 담당하는데, 하품을 하면 그 부분이 적절하게 자극을 받아 두뇌가 활성화된다.
△ 기타 기억술
3초 리듬으로 호흡하라/ 왼손을 써라/ 기억하지 못하면 수치라고 생각하라/ 일어서서 공부하라/ 제한 시간을 정해놓고 공부하라/ 지식의 주변 정보까지 기억하라
20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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