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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일반기사[2003~2007]

[SK] 멘토링-SK 토티들의 정겨운 교육법

SK 토티들의 정겨운 교육법
나 홀로 멘티를 둘러싼 멘토들로 업무 능률 ‘UP’

멘토(Mentor)는 고대 그리스의 이타이카 왕국의 오디세우스 왕이 트로이 전쟁을 떠나면서 자신의 아들인 텔레마코스를 친구 ‘멘토’에게 맡긴데 서 유래했다. 당시 텔레마코스는 멘토에게 친구이자, 선생님이며 상담자 혹은 아버지가 되어 그를 잘 돌보아주었다. 그 후 멘토는 지혜와 신뢰의 의미로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주는 의미로 사용됐다. SK에도 멘토와 텔레마코스가 존재한다. 멘토링제도 하에 연을 잇고 사는 멘토와 멘티들. 그들을 만나보았다.

참석자
SK네트웍스 감사팀 상근감사위원 이철구 과장. 38세. <멘티>고순용.
SK텔레콤 강남영업센터 권태익 과장. 35세. <멘티>박준영, 김진아.
SK(주) 의약사업개발팀 최정임 사원. 26세. <멘토>이우승 과장.
SK커뮤니케이션즈 마케팅본부 e-마케팅사업팀 이은아 사원. 25세. <멘토>허정욱 대리.

#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 멘티입니다”

이철구 과장(이하 ‘이과’) 네트웍스는 올해 처음으로 ‘멘토링제도’를 도입했어요. 이전까지 제가 10년 간 막내 생활을 했죠. 그러던 중 올 초 신입사원이 1명 들어와서 멘토링을 시작한 거죠. 공식적인 활동은 지난 8월에 모두 종료됐지만, ‘한번 멘토는 영원한 멘토다’라는 신념으로 지금도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있죠.
권태익 과장(이하 ‘권’) 와~ 10년만에요? 대단하네요! 하하.
이과 제 별명이 감사팀의 귀염둥이였어요. 네트웍스에서 신입사원을 뽑긴 했는데, 감사팀에 신입사원이 발령 난 건 이번이 꼭 10년만인 거죠.
최정임 사원(이하 ‘최’) 우리 팀의 경우는 업무 특성상, 서울과 대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요. 서울팀에서는 제가 막내예요. 위로 경력직원분들이 좀 계시고. 올 1월에 입사했어요. 잘 부탁드려요.
이은아 사원(이하 ‘이’) 우리 팀 소개를 하자면, 쉽게 말해 광고영업팀으로 생각하시면 되요. 싸이월드와 네이트, 네이트온 등의 광고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총괄하고 있어요. 저도 올 1월 입사했고요. 저희가 공채 1기라 많은 귀여움을 받고 있답니다.
권 네. 저도 마케팅 영업을 하고 있고요. 저는 2000년에 경력직으로 입사했어요. 현재 강남영업센터에 속해 있죠.
이과 사실 멘토링 프로그램이란 게 뭐 별게 있나요. 그런데 멘토링 성공 요건 중 하나를 프로그램의 유무로 판단하기도 하죠.
권 저희 같은 경우는 영업 조직이다 보니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하드트레이닝을 시키곤 해요. 일단 제가 술을 좋아해서 그런지 술 좀 가르치고요. 하하. 우리는 업무 특성상 대외적인 관계가 많거든요. 사장님들을 많이 만나죠. 인간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을 특별히 교육하죠. 클라이언트들 각각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려고 애쓰는 거죠. 자신의 일만 잘하는 것 보다는 대외적인 업무에 대한 방향을 주로 잡아줘요. 또 덧붙여 말하자면, 우리도 e-멘토링이란 전산시스템이 있는데요. 자기소개를 삼행시 짓기로 시작해서 ‘업무일지’를 쓰게 하는 것 등 여러 가지가 있죠. 특히 제가 시행한 업무일지 작성은 꽤 고달픈 작업이죠. 하지만 1년이 지나고 보면 자신의 업무에 대한 ‘역사’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시작한 거예요.
이 우리도 영업팀이라 술을 많이 마시곤 해요. 사람 만나는 게 좋아서 지원한 부서거든요. 우리 멘토의 경우는 사실 지난해 10월경 신입사원 교육 때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될 거예요. 신입사원이다보니 업무의 정확도가 떨어지잖아요. 이런 부분에서 멘토께서 많은 얘길 해주셨어요. 정보의 부족을 멘토께서 채워주시곤 하죠. 많이 도와주셨어요. 거리낌 없이 대해주시고.
최 우리는 타계열사에 비해 정보 공유나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있는 건 아닌데요. 문과와는 달리 이공계는 각 부서에 학교 선배나 동기 등 지인이 있을 수 있거든요. 지인이 없다고 해도 전공이 비슷한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멘토링이 이뤄지죠. 다른 계열사 얘길 듣다보니, 아쉬운 감도 좀 있네요. 하지만 이런 자리를 빌려 다른 곳의 멘토링에 대해 알 수 있어 좋아요.

# “다른 계열사의 멘토링은 어떤 지 궁금했어요”

이 우리 회사는 IT 계열사이다 보니 직원 평균 연령대도 낮고 변화에 대한 대처 능력도 뛰어난 편인데요. 그래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곤 해요. 저희는 부서 배치 받고 바로 멘토링이 결성돼 월별 혹은 주별로 1회 이상 만남을 가졌어요. 한 주간 동안 서로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한 토론을 하는 거죠. 전 부서가 모여 정보 공유의 장을 마련하는 건데요.
권 와! 부럽네요. 우린 멘토와 멘티들이 한번 모일 기회가 없었는데요. 처음 시작할 때 모이고 아직 없죠.
이과 1:1 인간관계란 것이 처음엔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우린 각 부서별로 액션플랜을 공유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뭘 하고 뭘 느끼는 지 알 수 있게 되는 거죠. 월 1회 토티(멘토와 멘티를 줄인 말)모임을 갖기도 했죠. 굳이 토티관계가 아니라도 좋죠. 월 1회 이상 만나고 독서 증진을 위해 독서 세미나 개최 등 여러 이벤트를 열기도 했어요. 말이 세미나지 사실은 술자리죠. 회사에서 5만 원가량 지원했는데. 턱없이 부족하죠. 제 돈이 많이 나갔어요. 하하. 그런데, 다른 부서의 얘길 듣다보니 퍽 특이한 액티비티가 있었는데요. 멘토의 집에 멘티를 초대하는 것도 있었고, 생일자에게 축하 메일을 보내는 것도 있더라고요. 좋아 보였죠.
최 신입사원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겠네요.
권 맞아요. 사실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진행해야 하는 면이 있는데, 멘토링이란 게 반강제적인 게 좀 있죠. 많은 선배들이 줄줄이 있어도 멘티들이 자유롭게 선배들을 만나지 못하죠. 근데 회사에서 지원금 5만원을 줬어요? 하하. 많이 부럽네요.
이과 그래서인지 우리 멘티는 자기 동기들을 만나서 선배들을 가장 많이 안다고 자랑도 하더라고요. 타 회사의 경우를 봐도 영화보기, 물품구입 함께하기 등 좋은 액션플랜이 많더라고요.
이 아! 그래요? 우리도 그런 것 있어요. 멘토와 멘티가 매주 금요일에 점심을 함께 먹거나 매주 영화를 보기도 해요. 때때로 미술관에 가기도 하죠.
이과 올 5월경 우리 회사에서 우수한 멘토와 멘티를 선발했는데요. 저도 뽑혔어요. 하하. 그런데 거기 가서 보니 멘티가 부서를 옮겼는데도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멘토와 멘티가 있더라고요. 업무 외 개인적 유대관계가 형성된 거죠. 그런 팀이 몇 개나 되더라고요. 업무가 다른데도 만나서 얘기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권 그런 포상제도도 있군요?
이 우리도 포상 제도까진 없지만 자체에 많은 의미를 두죠.

# “멘토링의 성공은 곧 이직률 감소로 이어지죠”

이과 멘토링의 성공은 이직률이 감소한다는 데 있는 것 같아요. 멘토링의 목적이 이직률을 줄인다잖아요. 그걸 나쁘다고 볼 순 없을 것 같아요. 우리 회사는 신입사원들의 이직률이 높은 편이였거든요.
이 우리 회사는 아직 신입사원들 중 한 명도 나가지 않았어요.
최 저희도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있는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건 5년 차 대리님이 멘토링 마인드가 철저하셔서 제가 업무상 모르는 것에 대해 잘 챙겨주시고 힘이 된다는 점예요. 매우 고맙죠.
이과 어떻게 보면 결국 기업이란 것은 신입사원들을 ‘전략화’ ‘정예화’ 시켜 회사 수익률을 높이는 데 그 목적이 있잖아요. 멘토링은 그런 의미에서 좋은 제도죠. 선배들 동기들을 많이 소개시켜줘서 만나게 해주고 좋은 관계를 맺도록 도와주는 게 멘티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잖아요.
이 신입사원만의 고민이나 문제에 대해 다른 선배들에게 물어볼 수 없는 게 있잖아요. 그 때 마다 저의 멘토께 쉽게 물어볼 수 있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권 신입사원 입장에선 참 난해한 문제죠. 물어보기 쉽지 않죠. 맞아요. 눈치 잘 보고 행동해야 하는데……. 살아가는 방법, 아무에게나 물어볼 순 없잖아요. 힘든 부분이죠.
최 저도 고마움을 느낀 일례가 있는데요. 신입사원 교육 후 부서배치를 하는데 대전으로 배치가 된 거예요. 저는 서울로 될 줄 알고 있었는데요. 당황하다가 멘토께 전화했죠. 그랬더니 10분 만에 해결해 주시더군요. 무척 고마웠죠.
이 저는 업무 특성 상, 사람 만나면서 많이 배운 거 같아요. 멘토께서 여기저기 모두 데리고 다녔죠. 누굴 만나더라도 저를 데리고 다니셨어요. 신입사원 입장에서는 많이 배우게 됐죠.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됐고, 멘토께서 나중에 언젠가 그 분들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이기 때문에 항상 만나보라고 하셨어요.

# “멘토님, 고맙습니다!” “멘티들, 사랑한다!”

최 선배님과 술 한 잔 할 시간이 있었는데요. 우리 사업부의 연혁부터 업무 특성 등 온갖 이야기를 듣다보니 꽤 많은 감동을 받았어요. 나도 나중에 이런 좋은 선배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거죠. 멘티로서 받은 것을 잘 생각해 뒀다가 후배사원이 오면 나도 선배로서 뭘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할 거예요.
이 저는 멘토링 하면서 매우 감사했던 게, 제 얘길 들어줄 수 있는 선배가 있다는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고민이든 업무든 먼저 물어보고, 알아서 조율해주고……. 제 일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더라고요. 저도 멘토가 된다면 교육도 중요하지만, 뭔가 이야기를 많이 들어줄 수 있는 선배가 될 거예요. 아울러 기존 직원들도 멘토와 멘티가 정해져 있다면 회사 생활이 더욱 활력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드네요. 지속적인 교류죠.
권 멘티는 단수지만, 멘토는 복수라는 말이 있어요. 과거 선배가 해 준 말인데요. 제도가 있건 없건 그 이름만 달랐을 뿐이지 항상 멘토와 멘티제도는 있었다는 거죠. 가정과 사회생활에 있어 부모님과 형, 누나, 선후배 등 멘토와 멘티는 어느 곳에나 존재했다는 거죠. 또 그 선배는 그러셨죠. “너는 하얀색 도화지다. 그 도화지에 까만색 줄을 그으면 까만 도화지, 파랑색 줄을 그으면 파랑색 도화지가 된다. 각 선배마다 장단점이 있으니, 그 멘토들의 장점만 모아 도화지에 그려라. 그게 네가 살아가는 방법이 될 수 있다.”라고요. 감동이었죠.
최 저는 나중에 멘토가 되면 어떻게 해야 되겠다는 고민만 많이 했는데, 멘티로서 마음가짐도 중요한 것 같네요. 사실 멘토가 주위에 많은 것 같아요. 내가 아는 모든 선배사원들이 멘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권 자 이제 끝으로 우리 멘티들한테 인사나 한번 해 볼까요? 우리 멘티들! 박준영, 김진아. 경력이지만 신입으로 들어와 잘 적응해 나가는 걸 봤을 때 뿌듯함을 느낀다! 고맙다!
이과 고순용! 우리 아내가 너랑 사귀냐고 그러더라. 알지? 그리고 이철규 팀장님! 고생 많이 하셨어요!
최 허정욱 대리님. 직접적으로 말할 기회가 없었는데요. 항상 감사드리고 있어요. 고맙습니다!
이 이우승 과장님 그리고, 김영종 대리님! 신입사원 교육 끝날 때 캠프파이어하면서 많이들 울었던 것 기억하시죠? 항상 신경 많이 써 주시고……. 모두들 고맙습니다!

#에필로그
남자들은 경험했으리라. 입대하면 ‘사수 부사수’제도란 것이 있다는 것을. 입대 1년 후 대개 ‘상병’ 정도 되면 ‘아버지’라는 호칭을 얻으며 자연스레 후임병을 ‘아들’로 맞게 된다. 아들이 화장실 갈 때면 문 밖에서 기다리고, 밥 먹을 때도 식판에 음식을 담아 아들에게 건넸던 그 사랑, 이등병 때는 모른다. 상병이 되어야 비로소 군대 생활 1개월이 사회의 2년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사회생활도 마찬가지. SK 멘토링 제도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의미가 깊다.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의 신입사원들을 아장아장 걷는 아기 다루듯 하는 그 ‘보살핌’은 아마 ‘사랑’이 없으면 몸 밖으로 우러나오지 않는 ‘액션’들일 것이다.

부모님의 사랑을 아가페라 했다. 시간은 흐른다. 아가페의 의미는 누구에게나 Take에서 Give로 넘어가게 돼 있다. 사랑하자. 우린 한 가족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