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감한 고객들 모두 OK 할 때까지~”
소비자 접점에 선 SK의 마켓 리더들
눈이 내릴 것 같이 뿌옇게 그늘을 머금은 하늘가로 옅은 잿빛 노을이 물드는 저녁, 서울 강남역 약속 장소에 모인 12월의 ‘한잔합시다’ 주인공들은 이날따라 매섭게 부는 차가운 바람 탓인지 주머니에 손을 깊이 넣은 모습들로 등장했다. “안녕하세요?”라는 말은 실내에 이미 울려 퍼지기 시작한 ‘캐럴’에 잠시 묻혀 버렸으나, 4명의 입담은 술집 내부에 감도는 호박죽 향기에 더해져 더욱 크게 울렸다.
<참석자>
SK텔레콤 보라매지점장 최성림(44)
SK네트웍스 아이겐포스트 종로지점장 김태헌(38) 과장
SK네트웍스 에너지판매부문 서울중부지사 손진경 부장
SKC SKC플라자 명동지점장 이은희(33)
# Step 1. “만나서 반가워요”
최 지난해 11월 보라매지점으로 왔습니다. 현재 직원은 14명이고요. 주로 내방고객들을 맞지요. 현재 아들 하나에 딸 둘을 두고 있는 가장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손 지난 89년 입사했으니 벌써 15년 됐네요. 석유영업만 7년가량 하다가 주유소 영업소로 왔어요. 그룹의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요. 지난 2000년부터는 본사에 근무하다가 올 3월 중부지사로 오게 됐죠. 현재 인원은 10명이고, 제가 맡은 곳은 서울 강북과 구리, 남양주 등지입니다.
이 현재 SKC 음반 매장은 서울 명동, 용산 등 3개가 있고 직영점만 전국에 7개 존재해요. 지난 97년 용산 매장으로 입사해 강변 매장 오픈할 때 있었으니……. 벌써 7년 됐네요.
김 지난 96년 (주)선경 상호를 사용할 때 입사했습니다. 우연찮게 제가 SK에 근무하면서 사명이 세 번 바뀌게 됐는데요. 본사에서 수출 업무를 담당했었어요. 불황으로 인해 패션 쪽으로 오게 됐죠. 현재 아이겐포스트 대학로 점과 종로 점을 맡고 있습니다. 아이겐포스트는 현재 수도권에만 13개의 직영점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지방까지 합하면 총 70여개에 달하죠.
# Step 2. “밥은 꼭 먹어야 하지만 옷은 그렇지 않죠”
자기소개하고 나니 맥주가 나왔다. 지난 2002년 정부가 소규모 사업장의 맥주 제조를 승인해 누구나 맥주 생산이 가능해졌다. 이름하여 ‘하우스맥주’. 흔히 마실 수 없는 것이어서 그런지 오늘의 주인공들은 거품이 날아가기 전에 입안 가득 맥주를 담는 모습들이다. 처음이라 어색하고 서먹한 분위기는 곧 맛좋은 안주와 맥주로 인해 서서히 가시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자신의 업무를 조금씩 설명해 나가는 모습들.
김 뭐든 장단점이 있지요. 하나의 우물을 파든, 그렇지 않든 간에 뭐든 장단점이 있는 듯 합니다. 자칫 한우물을 파지 않았다는 불안감에 수박 겉핥기식의 업무 습득이 되면 안 되잖아요. 사실 저는 패션에 문외한이었거든요.
최 3~4년가량 바싹 긴장하고 업무를 배우면 누구나 어느 정도는 경지에 오를 겁니다. 바로 그 상태가 기본이 갖춰지는 과정이죠.
김 본사에 근무할 때 까만 007가방 있잖아요? 그게 멋있어 보여 수출 업무를 위해 까만 가방 메고 전 세계 곳곳으로 다녔거든요. 시장 개발한 시기였죠. 유럽을 메인으로 아프리카, 북미 등 안가본 데가 거의 없을 정도예요. 그러나 그런 업무는 소비자 접점에서 느낄 수 없는 뭔가가 있죠. 그런데 패션은 그렇지 않더군요. 바로 소비자와 면전에서 보고 느끼게 되니 또 다른 재미가 느껴지더라고요.
이 그렇죠. 매출을 하루하루 계산할 수 있고, 피부로 바로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매장이죠. 요즘 음반 업계는 무척 불황예요. 서울에서 가장 오래 영업했다는 ‘뮤직 랜드’도 12월까지만 하고 문 닫는다고 하데요. 신나라레코드가 문 닫았을 때는 큰 이슈였죠. 그러나 저희 SKC 명동매장은 지난해 보다 100%의 매출신장을 기록했어요. 왠 줄 아세요? 바로 한류열풍 때문예요. 일본 등 외국 관광객들의 영향이 컸죠.
최 SK텔레콤의 경우, 현재 신규 가입자가 매우 위축돼 있는 상태예요. 언론에서 보도된 바와 같이 현재 국내 휴대폰 시장은 포화 상태거든요. 내방객들도 약 30% 정도 줄어든 것 같아요. 우리 지점뿐 아니라 거의 모든 판매점들이 그렇다고 하네요. 그래서 저희는 현재 중고폰을 활성화해 매출 신장을 꾀하고 있어요.
손 SK 주유소는 전국에 약 3,800여개가 존재하는데요. 그 중 직영점이 약 700개 정도 됩니다. 주유소 업종은 불황을 좀처럼 타지 않아요. 덜 민감해요. 호황기에도 민감하지 않아 매출이 크게 증대되진 않죠. 최근 고유가로 인해 다소 줄긴 했지만 그렇게 크게 떨어지진 않았죠. 주유소 사장님들은 꽤 행복할 겁니다. 하하.
김 사실 SK 주유소는 마켓 리더잖아요. 그러한 마켓 리더들의 행동이 중요한 듯해요. 아이겐포스트의 경우는 독자 브랜드로 SK패션이전에 ‘스마트 학생복’이 있긴 했지만 마켓 리더라 볼 순 없거든요. 의류 업종은 경기에 매우 민감해요. 사실 밥은 먹지 않고 살 수 없지만 옷은 작년에 입은 것 또 입으면 되거든요. 유행도 매우 빨라 소비자 취향 잡는 것이 관건이죠.
최 유행이라는 게 참 오묘하죠. 자신만 하지 않으면 뒤떨어지는 것 같은 불안감 같은 게 아닐까요.
김 국민총소득 2만 불 시대를 외치긴 합니다만, 만약 그러한 시대라고 가정하면 오히려 ‘여유’가 생겨 유행을 쫓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죠.
이 음반도 마찬가지예요. 의류와 비슷하죠. 대학로 점의 경우, 소비자 층이 매우 다양해서 제3세계 음반들도 곧잘 팔렸는데, 명동에 오니 팔리는 것만 팔리더군요. 빈익빈 부익부죠.
손 주유소 소비층도 매우 다양해요. 가격 싼 곳을 좋아하는 손님이 있는가하면, 서비스나 판촉 물에 예민해지는 손님도 있죠. 리터당 100원 이상 차이가 나도 비싼 곳을 선호하는 손님도 있고. 실제 서울의 모 주유소에서는 리터당 평균치보다 300~400원 가량 높게 부르는데도 손님이 끊이질 않더군요. 당시 화제가 됐던 그 주유소 사장님 왈, “내가 속여서 장사한 것 아니지 않느냐”고 했죠. 다양성이죠. 가격자율화의 최대 효과를 누리는 곳이라 할 만 하죠.
# Step 3. “야! 사장 나오라고 해!”
330ml짜리 맥주잔을 두세 번 거쳐 갔을까? 안주는 별로 입에 대지 않고 훈훈한 실내 온기를 따라 맥주잔도 거침없이 목을 타고 넘어갔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슬슬 나오기 시작하는 에피소드들. 고객 접점에서 느끼는 그 내용들이 무척 재미있다.
손 사실 과거 L사나 S사에 근무하는 친구들이 매우 부러웠어요. 할인권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현재 SK도 할인권을 주어 임직원들은 주유할 때 리터당 100원 가량 저렴하거든요. 너무 좋죠.
김 저는 아내가 매우 좋아해요. 하하. 그런데, 주유소의 고객은 일단 방문하면 99%는 주유하잖아요. 실고객인 것이죠. 음반이나 옷은 그렇지 않아요. 또한 최근에는 ‘목적구매’로 많이 돌아서고 있죠.
손 주유소는 눈이 오면 손님이 절반으로 줄어들어요. 신입사원때 3일간 주유소에서 근무한 적 있는데요.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 3일째 되던 날 비가 오더라고요. 행복했죠. 하하.
최 텔레콤 매장의 경우 아이들의 데이터요금 과다 부과로 인해 클레임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는데요. 무척 난감하죠. 호기심 많은 아이들로 인해 부모님들이 항의하곤 해요. 많게는 100만원까지도 나오거든요.
이 놀랍네요. 저희는 달리 클레임이라고 할 건 없는데요. 한번은 어떤 손님이 흠집 낸 CD를 꺼내 보이며 환불해달라고 하더라고요. 대부분 친절하게 응대하지만 교환해주진 않아요.
손 고객 불만 해결은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죠. 가끔 3만원 불렀는데 5만원어치 주유했다고 항의하는 손님도 있지만요. 후후.
최 요금에 매우 민감하죠. 100만원이 적지 않은 금액이잖아요. 서로가 믿음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손 가장 속상할 때는 손님들이 ‘반말’ 할 때죠.
김 맞습니다. 한번은 손님이 ‘사장 나오라’며 소리를 치시더군요. 40대 초반쯤 돼 보이는 분이었는데 자신의 명품 의류가 아이겐포스트 의류와 함께 세탁해서 물들어버렸다는 것이었어요. 뭐 이따위로 옷을 만들었냐고 항의했죠. 역추적해본 결과, 그 분의 옷은 명품이 아닌 1만 원가량 되는 셔츠였죠. 웃고 넘어가야죠뭐. 하하.
손 어떤 손님은 3만원 주문했는데 직원이 기름 넣는 척만 하고 기름을 실제로 넣지 않았다고 억지를 부렸죠. 바로 CCTV로 확인시켜주니 아무 말 못하시더라고요. 때론 초상권 침해라 항의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요즘 많은 주유소에서 설치하고 있거든요. 그런 손님들은 대부분 ‘콜센터’에 전화하는데요. 그 분들 수고가 참 많은 것 같아요. 대부분 무마되거든요.
# 에필로그
근 2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비교적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고객 접점에서 느끼는 것을 공통분모로 삼았던 탓인지, 공동의 목소리가 제법 많았다.
이은희 지점장은 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사항을 ‘친절과 청결’로 꼽으며 자신이 먼저 ‘청소’를 하는 등 솔선수범한다고 했다. 손진경 부장은 진정한 파트너로써 도매업자를 생각하며 친절로써 소비자들을 대한다고 했고, 최성림 지점장은 ‘호텔’ 수준의 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헌 과장도 고객 접점의 최상층인 놀이동산을 직원들과 방문해 그들의 서비스 수준을 몸소 체험한다고 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사실 대한민국 모든 서비스 업종에서 행해야 할 마인드다. ‘고객이 OK할 때까지’라는 SK의 슬로건처럼 이들은 내년, 또 그 후년에 행할 ‘고객 예스 프로그램’을 이미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소비자 접점에 선 SK의 마켓 리더들
눈이 내릴 것 같이 뿌옇게 그늘을 머금은 하늘가로 옅은 잿빛 노을이 물드는 저녁, 서울 강남역 약속 장소에 모인 12월의 ‘한잔합시다’ 주인공들은 이날따라 매섭게 부는 차가운 바람 탓인지 주머니에 손을 깊이 넣은 모습들로 등장했다. “안녕하세요?”라는 말은 실내에 이미 울려 퍼지기 시작한 ‘캐럴’에 잠시 묻혀 버렸으나, 4명의 입담은 술집 내부에 감도는 호박죽 향기에 더해져 더욱 크게 울렸다.
<참석자>
SK텔레콤 보라매지점장 최성림(44)
SK네트웍스 아이겐포스트 종로지점장 김태헌(38) 과장
SK네트웍스 에너지판매부문 서울중부지사 손진경 부장
SKC SKC플라자 명동지점장 이은희(33)
# Step 1. “만나서 반가워요”
최 지난해 11월 보라매지점으로 왔습니다. 현재 직원은 14명이고요. 주로 내방고객들을 맞지요. 현재 아들 하나에 딸 둘을 두고 있는 가장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손 지난 89년 입사했으니 벌써 15년 됐네요. 석유영업만 7년가량 하다가 주유소 영업소로 왔어요. 그룹의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요. 지난 2000년부터는 본사에 근무하다가 올 3월 중부지사로 오게 됐죠. 현재 인원은 10명이고, 제가 맡은 곳은 서울 강북과 구리, 남양주 등지입니다.
이 현재 SKC 음반 매장은 서울 명동, 용산 등 3개가 있고 직영점만 전국에 7개 존재해요. 지난 97년 용산 매장으로 입사해 강변 매장 오픈할 때 있었으니……. 벌써 7년 됐네요.
김 지난 96년 (주)선경 상호를 사용할 때 입사했습니다. 우연찮게 제가 SK에 근무하면서 사명이 세 번 바뀌게 됐는데요. 본사에서 수출 업무를 담당했었어요. 불황으로 인해 패션 쪽으로 오게 됐죠. 현재 아이겐포스트 대학로 점과 종로 점을 맡고 있습니다. 아이겐포스트는 현재 수도권에만 13개의 직영점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지방까지 합하면 총 70여개에 달하죠.
# Step 2. “밥은 꼭 먹어야 하지만 옷은 그렇지 않죠”
자기소개하고 나니 맥주가 나왔다. 지난 2002년 정부가 소규모 사업장의 맥주 제조를 승인해 누구나 맥주 생산이 가능해졌다. 이름하여 ‘하우스맥주’. 흔히 마실 수 없는 것이어서 그런지 오늘의 주인공들은 거품이 날아가기 전에 입안 가득 맥주를 담는 모습들이다. 처음이라 어색하고 서먹한 분위기는 곧 맛좋은 안주와 맥주로 인해 서서히 가시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자신의 업무를 조금씩 설명해 나가는 모습들.
김 뭐든 장단점이 있지요. 하나의 우물을 파든, 그렇지 않든 간에 뭐든 장단점이 있는 듯 합니다. 자칫 한우물을 파지 않았다는 불안감에 수박 겉핥기식의 업무 습득이 되면 안 되잖아요. 사실 저는 패션에 문외한이었거든요.
최 3~4년가량 바싹 긴장하고 업무를 배우면 누구나 어느 정도는 경지에 오를 겁니다. 바로 그 상태가 기본이 갖춰지는 과정이죠.
김 본사에 근무할 때 까만 007가방 있잖아요? 그게 멋있어 보여 수출 업무를 위해 까만 가방 메고 전 세계 곳곳으로 다녔거든요. 시장 개발한 시기였죠. 유럽을 메인으로 아프리카, 북미 등 안가본 데가 거의 없을 정도예요. 그러나 그런 업무는 소비자 접점에서 느낄 수 없는 뭔가가 있죠. 그런데 패션은 그렇지 않더군요. 바로 소비자와 면전에서 보고 느끼게 되니 또 다른 재미가 느껴지더라고요.
이 그렇죠. 매출을 하루하루 계산할 수 있고, 피부로 바로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매장이죠. 요즘 음반 업계는 무척 불황예요. 서울에서 가장 오래 영업했다는 ‘뮤직 랜드’도 12월까지만 하고 문 닫는다고 하데요. 신나라레코드가 문 닫았을 때는 큰 이슈였죠. 그러나 저희 SKC 명동매장은 지난해 보다 100%의 매출신장을 기록했어요. 왠 줄 아세요? 바로 한류열풍 때문예요. 일본 등 외국 관광객들의 영향이 컸죠.
최 SK텔레콤의 경우, 현재 신규 가입자가 매우 위축돼 있는 상태예요. 언론에서 보도된 바와 같이 현재 국내 휴대폰 시장은 포화 상태거든요. 내방객들도 약 30% 정도 줄어든 것 같아요. 우리 지점뿐 아니라 거의 모든 판매점들이 그렇다고 하네요. 그래서 저희는 현재 중고폰을 활성화해 매출 신장을 꾀하고 있어요.
손 SK 주유소는 전국에 약 3,800여개가 존재하는데요. 그 중 직영점이 약 700개 정도 됩니다. 주유소 업종은 불황을 좀처럼 타지 않아요. 덜 민감해요. 호황기에도 민감하지 않아 매출이 크게 증대되진 않죠. 최근 고유가로 인해 다소 줄긴 했지만 그렇게 크게 떨어지진 않았죠. 주유소 사장님들은 꽤 행복할 겁니다. 하하.
김 사실 SK 주유소는 마켓 리더잖아요. 그러한 마켓 리더들의 행동이 중요한 듯해요. 아이겐포스트의 경우는 독자 브랜드로 SK패션이전에 ‘스마트 학생복’이 있긴 했지만 마켓 리더라 볼 순 없거든요. 의류 업종은 경기에 매우 민감해요. 사실 밥은 먹지 않고 살 수 없지만 옷은 작년에 입은 것 또 입으면 되거든요. 유행도 매우 빨라 소비자 취향 잡는 것이 관건이죠.
최 유행이라는 게 참 오묘하죠. 자신만 하지 않으면 뒤떨어지는 것 같은 불안감 같은 게 아닐까요.
김 국민총소득 2만 불 시대를 외치긴 합니다만, 만약 그러한 시대라고 가정하면 오히려 ‘여유’가 생겨 유행을 쫓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죠.
이 음반도 마찬가지예요. 의류와 비슷하죠. 대학로 점의 경우, 소비자 층이 매우 다양해서 제3세계 음반들도 곧잘 팔렸는데, 명동에 오니 팔리는 것만 팔리더군요. 빈익빈 부익부죠.
손 주유소 소비층도 매우 다양해요. 가격 싼 곳을 좋아하는 손님이 있는가하면, 서비스나 판촉 물에 예민해지는 손님도 있죠. 리터당 100원 이상 차이가 나도 비싼 곳을 선호하는 손님도 있고. 실제 서울의 모 주유소에서는 리터당 평균치보다 300~400원 가량 높게 부르는데도 손님이 끊이질 않더군요. 당시 화제가 됐던 그 주유소 사장님 왈, “내가 속여서 장사한 것 아니지 않느냐”고 했죠. 다양성이죠. 가격자율화의 최대 효과를 누리는 곳이라 할 만 하죠.
# Step 3. “야! 사장 나오라고 해!”
330ml짜리 맥주잔을 두세 번 거쳐 갔을까? 안주는 별로 입에 대지 않고 훈훈한 실내 온기를 따라 맥주잔도 거침없이 목을 타고 넘어갔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슬슬 나오기 시작하는 에피소드들. 고객 접점에서 느끼는 그 내용들이 무척 재미있다.
손 사실 과거 L사나 S사에 근무하는 친구들이 매우 부러웠어요. 할인권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현재 SK도 할인권을 주어 임직원들은 주유할 때 리터당 100원 가량 저렴하거든요. 너무 좋죠.
김 저는 아내가 매우 좋아해요. 하하. 그런데, 주유소의 고객은 일단 방문하면 99%는 주유하잖아요. 실고객인 것이죠. 음반이나 옷은 그렇지 않아요. 또한 최근에는 ‘목적구매’로 많이 돌아서고 있죠.
손 주유소는 눈이 오면 손님이 절반으로 줄어들어요. 신입사원때 3일간 주유소에서 근무한 적 있는데요.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 3일째 되던 날 비가 오더라고요. 행복했죠. 하하.
최 텔레콤 매장의 경우 아이들의 데이터요금 과다 부과로 인해 클레임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는데요. 무척 난감하죠. 호기심 많은 아이들로 인해 부모님들이 항의하곤 해요. 많게는 100만원까지도 나오거든요.
이 놀랍네요. 저희는 달리 클레임이라고 할 건 없는데요. 한번은 어떤 손님이 흠집 낸 CD를 꺼내 보이며 환불해달라고 하더라고요. 대부분 친절하게 응대하지만 교환해주진 않아요.
손 고객 불만 해결은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죠. 가끔 3만원 불렀는데 5만원어치 주유했다고 항의하는 손님도 있지만요. 후후.
최 요금에 매우 민감하죠. 100만원이 적지 않은 금액이잖아요. 서로가 믿음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손 가장 속상할 때는 손님들이 ‘반말’ 할 때죠.
김 맞습니다. 한번은 손님이 ‘사장 나오라’며 소리를 치시더군요. 40대 초반쯤 돼 보이는 분이었는데 자신의 명품 의류가 아이겐포스트 의류와 함께 세탁해서 물들어버렸다는 것이었어요. 뭐 이따위로 옷을 만들었냐고 항의했죠. 역추적해본 결과, 그 분의 옷은 명품이 아닌 1만 원가량 되는 셔츠였죠. 웃고 넘어가야죠뭐. 하하.
손 어떤 손님은 3만원 주문했는데 직원이 기름 넣는 척만 하고 기름을 실제로 넣지 않았다고 억지를 부렸죠. 바로 CCTV로 확인시켜주니 아무 말 못하시더라고요. 때론 초상권 침해라 항의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요즘 많은 주유소에서 설치하고 있거든요. 그런 손님들은 대부분 ‘콜센터’에 전화하는데요. 그 분들 수고가 참 많은 것 같아요. 대부분 무마되거든요.
# 에필로그
근 2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비교적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고객 접점에서 느끼는 것을 공통분모로 삼았던 탓인지, 공동의 목소리가 제법 많았다.
이은희 지점장은 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사항을 ‘친절과 청결’로 꼽으며 자신이 먼저 ‘청소’를 하는 등 솔선수범한다고 했다. 손진경 부장은 진정한 파트너로써 도매업자를 생각하며 친절로써 소비자들을 대한다고 했고, 최성림 지점장은 ‘호텔’ 수준의 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헌 과장도 고객 접점의 최상층인 놀이동산을 직원들과 방문해 그들의 서비스 수준을 몸소 체험한다고 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사실 대한민국 모든 서비스 업종에서 행해야 할 마인드다. ‘고객이 OK할 때까지’라는 SK의 슬로건처럼 이들은 내년, 또 그 후년에 행할 ‘고객 예스 프로그램’을 이미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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