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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일반기사[2003~2007]

[sk]이슈토크-이색자격증 소지자

노력의 증거물 ‘자격증’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에 대한 일종의 증거물”


90년대 수많은 재수생과 취업준비생들이 양산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이슈를 다뤘던 것이 ‘자격증’이었다. 굳이 고시 공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격증 하나 쯤 지갑에 넣어놓고 다니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낙오되는 듯한 인상을 풍겼던 것이 당시 분위기였다.
현재 영어 일어 등 어학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지금도 그 때와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 보인다. 업무와 연계해서 혹은, 독특한 자신의 취향에 부합코자 취득한 자격증이 날로 많아지고 있는 듯 하다. SK 사원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이색자격증을 갖고 있는 그들을 만나보자.

# SK증권 경영기획팀 차용진(33) 대리
1995년 지게차 면허
2000~2001년 증권투자상담사(1종, 2종)
2003년 인보험대리점자격증
2003년 손해보험대리점자격증
2004년 금융자산관리사


지난 2000년 7월에 입사했어요. 올해로 만 5년 됐네요. 지점에서 1년 근무하면서 자격증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죠. 어찌 보면 실무랑 연관성이 짙어 ‘업’으로 여기며 취득했어요.(웃음)
우리 회사 같은 경우, 자격증이 있으면 승진시험에서 과목 수를 줄여주는 등 이점이 많죠. 예컨대, 자격증 1개를 취득하면 1과목 면제라는 식으로요.
준비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어요. 제가 하고 있는 업무와 연관성이 많아 근무 자체가 공부가 될 때가 많죠. 한달 과정의 ‘사이버 강의’를 이수하기도 했고, 문제 풀이 등 기출 고사를 중점으로 연마했어요. 남들은 어렵다고들 얘기하지만, 제가 볼 땐 어느 기간 동안 공부하면 그리 어렵지 않은 시험이라고 생각해요.(웃음)
어차피 공부라는 것이 당시에 암기했던 것에 국한되어 문제가 출제되기 때문에 시간 지나면 모두 똑같이 잊혀지기 마련이잖아요.
전공은 사회학을 했어요. 그러나 경영학에 관심이 많아 대학생 때부터 틈틈이 익혀나갔죠. 앞으로는 금융(재무) 분야의 자격증인 CFA(Chartered Financial Analyst)를 취득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느낀 점을 말씀드리자면, 회사원이 직장에 근무하면서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거시적인 안목으로 보자면, 개인의 능력이 곧 기업의 능력이 될 것이므로 이러한 자기 개발에 대해 정부와 기업 차원의 지원이 보다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 차대리가 알려주는 ‘증권투자의 노하우’
개인 투자를 하지 말라는 겁니다. 거의 실패합니다. 지난 88년, 89년을 생각하면 안 됩니다. 다만, 요즘 호황기가 약 3년 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아요.
요즘은 간접식 투자 상품들이 많이 나오거든요. ‘적립식 펀드’라는 이름으로.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지난 99년 코스닥 시장이 불황에 빠졌을 때 개인 거래 비중이 거의 없었어요.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지고 있긴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들처럼 직접 투자에서 간접 투자로 많이 바뀌고 있는 추세랍니다. 몇 십억씩 한방에 벌어들이는 것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 SK(주) 직매2팀 유승수(30) 대리
1999년 투자상담사(1종, 2종)
2000년 국제무역사, 외환관리사, 금융자산관리사, 무역영어 1급
2001년 공인중개사
2003년 손해보험중개사
2004년 정보처리기사


저는 이미 입사 전 6개를 취득했어요. 그것이 면접에서 큰 효과를 나타낸 듯싶기도 합니다. ‘성실함’을 인정해 주신 것이라 여겨요. 퍽 기분이 좋죠. 자격증이라는 게 일정 수준 이상만 되면 취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름대로의 노력은 필요해요. 노력의 증거라는 것이죠.
저는 경영학을 전공했어요. 증권이나 무역, 보험과 관련된 자격증을 취득한 것도 다 이유가 있죠. 요즘은 추세가 자격증 취득보다 ‘어학’에 관심이 몰려 있는 게 사실입니다. 자격증만으로 입사가 보장되는 시기는 지나가고 있는 듯 합니다. 다만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해요.
현재 공인중개사의 경우,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기도 하는데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다는 데 있습니다. 매회 25만 명 가까이 시험을 치르거든요. 공인중개사의 경우 매일 3~4시간씩 공부해도 3~4개월은 족히 걸릴 분량이죠. 합격률이 매년 15% 내외는 됐었는데, 이번에 1%도 안돼 문제가 됐던 것이죠. 올 5월경에 재시험을 치른다고 하더군요.
앞으로 저는 토지나 부동산 등 감정평가사에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손해사정인도 관심 있고요. 직장과는 거의 무관한 분야이지만 매력이 다분해요. 그러나 감정평가사의 경우, 직장 생활을 하면서 공부하기에는 매우 힘듭니다. 하루 8시간씩 공부해도 1년 반 정도 지나야 시험 당락을 고려해볼 정도로 공부가 힘들다고 합니다. 과연 제가 취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웃음)

★ 유대리가 알려주는 ‘자격증 공부 잘하는 법’
일단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자격증 종류에 대해 파악한 후, 공부를 시작해야 합니다. 자격증 취득이라는 것보다 열정 등 마음가짐이 중요해요. 뭔가 자신에게 필요한 자격증이라면 취득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자신의 업무와 관련해 보다 넓게 세상을 바라보고 보다 깊게 공부하고 싶다면 자격증만 한 것이 없다고 봅니다. 계속 정진하는 마음,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현재 자격증 시험 자체가 상업적인 돈벌이로 전락하고 있는 듯 해 매우 아쉽습니다. 국가 공인 자격증뿐만 아니라, 민간단체에서도 우후죽순처럼 자격증을 신설하고 있거든요. 없는 것이 없을 정도죠. 이름이 비슷해 헛갈리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작년에 취득한 ‘정보처리기사’의 경우도 그래요. 특히 IT 분야가 더욱 그러한 듯 합니다.

# SK가스 재무팀 신민영(33) 사원
2003년 메이크업 아티스트


지난 93년 입사했어요. 벌써 11년차가 됐네요.(웃음) 처음에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 계기는 거의 모든 기업이 그렇듯이 여성이 결혼을 하게 되면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현실의 비애감에서 오는 일종의 선택이었어요. 그래서 평소 관심이 많던 ‘메이크업 아티스트’에 도전을 하게 됐죠.
준비기간은 보통 학원 수강을 6개월 정도 하는데요. 특수 분장은 추가로 3개월 정도 더 추가 되요. 필기와 실기시험 기간 등을 포함하면 대략 1년 정도 자격증 취득 소요기간이 나오는데요. 학원비만 180만원 정도 들죠. 꽤 비싸죠?(웃음)
학원비가 아깝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했어요. 덕분에 모미용 대회에서 4등을 하기도 했죠. 보통 메이크업 아티스트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면 연예인이나 모델 분장사나 웨딩 스튜디오에 취업하게 되는데요. 현재 수요는 매우 적절한 셈이죠.
현재 미용실은 토탈뷰티샵으로 변모하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수요도 꽤 증가되는 듯 합니다. 제가 학원 다닐 때 20대 초반 남성들도 종종 눈에 띌 만큼 금남의 벽도 허물어지고 있는 실정이죠.
자격증 취득 후 있었던 에피소드 하나 들려드릴까요? 한번은 이런 적도 있어요. 신부 화장을 프리로 나간 적이 있는데, 신부는 마음에 들어 하는데, 신부 어머님께서 항의를 하시더라고요. 곤욕을 치렀죠. 메이크업이라는 게 표준이 없어요. 각자 개성에 맞는 표현을 해야 하는데, 그 점이 어렵죠. 제 각각 보는 눈에 따라 달라 보이는 게 메이크업이거든요. 유행에 민감한 부분도 없지 않고요.
사실 제 꿈은 ‘한의사’예요. 한의대를 가서 꼭 한의사의 꿈을 이루고 싶지만, 꿈으로 남을까 걱정이네요.(웃음)

★ 신민영씨가 알려주는 ‘메이크업 잘하는 법’
메이크업을 우리는 흔히 얼굴만 화장하는 것으로 아는데 그렇지 않아요. 가슴과 목선, 팔까지 포함되죠. 화장을 잘하는 법은 특별한 방법이 없는 듯 합니다. 다만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잘 먹고 잘 자는 것, 그것이 최고의 방법이죠. 기본이 잘 가꿔져 있는 분은 굳이 메이크업을 화려하게 하지 않아도 매우 아름답습니다. 기초 피부 관리가 그 만큼 중요하다는 얘기죠.
굳이 메이크업 잘하는 방법을 꼽으라면, 화장법을 잘 모르는 분들은 눈 화장이나 파운데이션을 할 때 한 가지 색으로만 칠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렇게 하지 말고 여러 색을 펴서 그러데이션(Gradation)을 주면 보다 자연스러워집니다. 여러 색을 섞어 사용하는 것, 잊지 마세요. 요즘은 특별히 유행하는 색이 없으니 더 좋죠.

# 진지 토크(Serious Talk) ‘자격증’
유대리 사실 주말에 놀고 싶고 쉬고 싶은 마음이 누구나 있잖아요. 그런데도 공부한다는 게 쉬운 것은 아니죠.
차대리 그러나 알고 보면 자격증 취득이 어렵지 않은 것도 많아요. 반짝 공부로 취득할 수 있는 것도 있거든요. 단 몇 일만에 말예요.
유 국가 자격증도 있지만 민간 자격증도 있거든요. 자격증 공부라는 것이 공부할 때만 반짝 기억나고 쉽게 잊혀지잖아요.
차 자격증이란 게 책에 어딘가에 뭔가가 있다고만 생각해도 되는 것 같아요. 암기의 한계가 있거든요. 그것으로도 공부의 효율은 있다고 봅니다.
신민영 차대리님은 그래도 업무와 관련 있는 자격증을 따서 좋겠어요.
유 사실 현재 증권이 호황이라는데, 다소 자격증 공부로 인해 도움은 되기도 하죠. 공인중개사를 보면서 참 많이 공부했는데요. 수능인원이 연간 65만 명 정도 된다할 때, 공인중개사는 25만 명 정도 되요. 국가 공인은 공인중개사가 있고. 부동산권리분석사, 경매관리사 등은 민간 업체에서 합니다. 민간 자격증 전형료는 4~5만원 정도 하는데요. 공인중개사의 경우 매년 25만 명 정도가 응시하죠. 전형료는 국가 주최라 1만원 정도 합니다. 계산해 보세요. 25억 원 정도 되죠? 엄청난 액수죠. 어찌 보면 낭비라 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요사이 부동산 폐업도 많이 하거든요. 공인중개사를 두고 ‘장롱자격증’이라고도 해요. 너무 많은 인원이 취득하는 것이죠.
차 공인중개사는 일반인들이 법에 대해 무지함을 털어내는 방법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부동산 재테크에 대한 상식 습득에 꽤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아마 그 선에서 생각하는 것도 좋을 듯싶네요. 억지로라도 그러한 법적 절차를 알게 되잖아요. 시험이란 게 그런 것 같아요.
유 공인중개사는 공부 분량이 매우 많고 시험 문제도 어렵죠.
차 사실 제가 취득한 자격증은 사회 나가면 쓸모가 없는 것인데요. 메이크업아티스트는 그렇지 않아 보여요.
신 이것도 감각을 잃어버리면 다시 배워야 하는 점이 있어요. 각각의 사람들의 단점을 가려주고 꾸며줘야 한다는 데 어려운 점이 있죠. 분석하는 감각을 잃어버리면 안 되죠.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안 될 경우가 많아요.
차 신부 화장을 하면 정말 여자들이 변하던데요. 너무 달라요.
신 약 2시간 정도 하죠. 화장을 오래하지는 않아요. 신부 화장을 중요하게 여겨서인지 웨딩의 기본 메뉴죠. 아마 차대리님이나 유대리님도 결혼할 때 겪게 될 겁니다.(웃음)
유 사실 차대리님 말처럼 신민영씨야 말로 대단한 것 같습니다. 업무와 직접적으로 연관있는 자격증이 아니니까요. 업무와 연관이 있다면 어느 정도 수월한 부분도 있는데, 전혀 다른 분야의 것을 틈틈이 공부하고 자격증을 취득한다는 게 쉽지 않거든요.
신 그런면에서는 유대리님도 마찬가지죠. 대단하세요. 회사를 다니면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 같아요.
차 맞습니다. 그런 면에서 자격증이란 결국 자신이 만들어낸 시간 속에서 태어난 ‘보물’과도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모두 맞습니다. 하하하.

# 에필로그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태어나 처음으로 취득하는 자격증으로 ‘자동차운전면허’를 꼽을 것 같다. 자신의 손에 주민등록증 외에 또 하나의 이름이 적혀든 플라스틱 카드를 쥐었을 때의 그 느낌, 그 순간을 잊지 못할 만큼 감격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자격증만 수십 개를 취득해 먹고 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이색 자격증 취득으로 폭발하는 수요를 미처 따르지 못해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사람도 존재하는 시대다. 다소 말랑거리는 자격증이 아닌 딱딱한 자격증에 대해 눈길을 주고 싶지 않은 것이 사실이나, 업무와 연계해 필요하다면 취득해야 하는 세상도 이미 한쪽에 존재하고 있다.
어렵던 어렵지 않던,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 보기 위한 끊임없는 도전과 실패, 그리고 성공은 줄줄이 엮인 굴비 세트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함께 따라다니는 단어들.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자격증 하나로 능력의 모든 부분을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자격증은 분명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그들만의 피나는 노력의 대가라는 생각이 든다. 주말에 영화 감상이나 독서, 여행을 즐기지 않고 딱딱한 책상에 앉아 단어를 외우고 있었을 그들을 생각하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