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의 책임, 고통 분담은 맞벌이의 필수지요”
지난해 3/4분기 도시 근로자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301만9,000원으로 나타났다. 처음으로 300만 원 선을 돌파한 것. 주요 원인은 역시 맞벌이 부부가 늘어났다는 데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만큼 삶의 질이 좋아졌냐는 데 있다. 실제 살림살이는 더 어려워졌다. 학원비 등 자녀 사교육비와 영육아 보육료 부담은 날로 늘어난다.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SK 그룹 내에서 맞벌이를 하고 있는 직원을 찾아 솔직담백 토크의 시간을 가져봤다. 맞벌이 부부들에게 필수적으로 따라붙는 자녀 교육과 관련한 문제 등을 놓고, SK 가스 수펙스추진팀 조광재(35) 과장, SK 건설 홍보팀 최기영(32) 대리, SK C&C 박승화(33) 대리, SK제약 임상팀 개발실 정진아(34) 과장 등이 참여해 허심탄회한 시간을 가졌다.
<5월 한잔합시다 솔직담백토크 출연자>
조광재 과장 - 1996년 입사. 아내와 1녀(5세)를 두고 분당 거주.
최기영 대리 - 2002년 입사와 함께 결혼. 부인은 건축설계업 근무. 강동구 거주. 부인과는 초등학교 동창.
정진아 과장 - 1994년 입사. 결혼 6년차. 남편과 초등학교 동창으로 2003년 첫째 아이 출산.
박승화 대리 - 2001년 입사. 1998년 결혼. 자녀 2명.
고학력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증가함에 따라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있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1,900여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1.7%의 가구가 맞벌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2년보다 1.3% 늘어난 수치다.
한국의 여성이 자녀의 학비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한다는 말을 듣고 고개 돌릴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솔깃한 얘기다. 맞벌이로 인해 받는 남성과 여성들의 스트레스, 그 안에 내재돼 있는 부부 갈등, 혹은 행복. 양면성을 띨 수밖에 없는 맞벌이 부부에 대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 장면 1. “나의 사랑하는 아기야”
한정식 집에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초면인데도 어색해 하지 않는 분위기다. 유부남 유부녀 4명이 만난 자리라서 그럴까. 첫 대화의 주제는 역시 ‘가정’과 ‘아기’ 다.
박승화 대리(이하 ‘박’) 제가 예전에 다니던 직장이 애견 사료 제조업체였는데, 남편은 경쟁사에 근무하고 있었죠. 연애는 1년 정도 한 것 같네요.
정진아 과장(이하 ‘정’) 우리 집 아이는 친정아버님이 매주 서울에 오셔서 돌봐주세요. 고향이 대구인데요. 동생 자녀는 대구에서 어머니가 돌봐주시고, 우리 애들은 친정아버님께서 오셔서 돌봐 주세요.
모두 와~ 대단하시네요.
최기영 대리(이하 ‘최’) 저희 같은 경우는 아파트에 보면 위탁 보육원 같은 데 있잖아요. 월 70만원 정도 주고 맡겨요. 비싸지요.
여성들 그거 얼마 안 되네요. 얼마 안 되는 거예요. 70만원이면 싼 거예요.
조병재 과장(이하 ‘조’) 저는 출근이 빨라요. 아직 6시 반에 집에서 나와 사실 아기 돌 볼 틈이 있는 건 아니죠. 다행히 아내가 분당 근처에서 근무해 좋아요. 그래서 아침은 전쟁 같죠. 대신 주말엔 제가 주로 돌봐요.
박 그게 문제예요. 아기를 조금 돌보면서……. 그 의미가 아주 미미해요. 남자들의 얘기는 대체로 말예요. 제 남편은 저보다 일찍 퇴근해서 그런지 주로 아기를 많이 돌봐요. 몫이 크죠.
정 오늘 부모님이 대구로 내려가는 날인데, 제가 이런 약속이라도 있으면 남편이 그 몫을 해야죠. 아마 지금 집에 다른 날 보다 일찍 와서 애기 돌보고 있을 걸요?
# 장면 2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그런 것으로 생색내면 안 돼요”
초기의 분위기는 역시 여직원들이 주도했다. 할 얘기 많았(?)으리라. 기다렸다는 듯 속사포처럼 쏟아낸 이야기들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종류의 것들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찌 불만과 고민으로 들리리오. ‘나는 이만큼 행복합니다’ 라는 소리로 들린다.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라는 음악이 배경으로 깔리면 더 없이 좋을 뻔한 좋은 저녁 시간이다.
정 처음 1년간은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하나 더 낳자는 말이 쏙 들어갔죠. 부모님께 현재 용돈을 2배로 드리곤 있지만, 많이 죄송스럽죠. 부모님도 정년퇴직 후 ‘부업’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아 다행스럽긴 하지만요.
조 저희도 첫째가 5살인데 둘째 낳을 생각을 하지 않죠. 아내도 싫답니다. 너무 힘든 거죠.
박 저도 사실 힘들 때는 집에 있고 싶고 아기만 돌보고 싶을 때가 있어요.
최 제 아내는 출산 후 3개월 정도 쉬었는데 무척 지루해 하더군요. 직장 생활하다가 안하니까. 그래서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간 케이스예요.
박 주로 싸우는 이유가 그러한 거예요. 서로의 마음을 이해 못할 때죠. 피곤하고 힘들 때 주로 싸우게 되요.
정 맞아요. 여자의 역할을 높이 사줘야 해요. ‘네가 뭐 힘드냐’는 식으로 남편들이 말하는 데 매우 잘못된 거죠.
조 맞습니다. 역할 분담이 확실히 이뤄져야죠. 저희는 고생을 공유한다는 느낌으로 다가섭니다.
박 한번은 이런 적이 있었어요. 냉장고에 음식이 1주일 넘도록 그대로 부패된 걸 남편이 봤나 봐요. 그것을 제 탓으로 돌리더라고요. 그래서 이 모든 것들은 ‘공동의 책임’이라고 말했죠. 당신은 하숙집에 사는 것이 아니라고. 그랬더니 수긍하고 이제는 그런 것으로 싸우지 않아요.
정 남자들은 남의 일처럼 얘기하는 경우가 허다해요. ‘남편한테 어딜~’이라는 마인드……. 그게 문제죠.
박 맞습니다. 마음가짐을 바꾸니까 싸울 일이 많이 줄어들 긴 하더라고요.
조 저는 만약에 회식이 있을 때, 5시 50분 쯤 퇴근을 해서 아기를 찾아 집에 데려다 놓은 후, 다시 회식 자리로 가죠. 힘들지만 그게 합리적인 것 같아요.
모두 무척 합리적인 집이네~ 와~
# 장면 3. “맞벌이 부부네 아이랑은 놀지 말라고요?”
“회사 내에 맞벌이 부부가 몇 %나 될까요”라고 물었다. 정과장은 70% 이상 될 것이라고 말했고, 박대리는 나이가 많을수록 맞벌이 부부가 줄어드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에 반해 조과장은 20% 내외가 될 것이라고 말했고, 최대리는 절반 정도라고 답했다. 계열사별로 조금 다른가 보다. 그래도 맞벌이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하면 정확한가? 아니다. 늘어나고 있는 듯 하다. 분위기는 매우 밝다. 웃음은 끊이지 않고, 시원한 질문과 대답들이 줄줄이 오고 간다.
조 맞벌이를 하게 되면 여성의 직업이 무엇이냐가 큰 변수가 되는 것 같아요. 칼퇴근이 되느냐는 식으로 말이죠.
박 맞습니다. 요즘 아이를 둘 낳길 거부하는 가정이 많잖아요. 모두 그런 이유에서죠. 저희도 하나 낳고 안 낳으려고 했는데…….(모두 웃음) 요즘 아이들 친구 부모들이 그런데요. 직장에 다니는 엄마네 집 아이하고는 놀지 말라고. 충격이었어요. 애들이 버릇없이 자란다는 얘기겠죠.
조 저도 그런 면에서 아내에게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일하지 않을 바엔 그만 두라고 권해요.
최 저 또한 아이를 생각해 그만 두라고 하죠.
정 그런데 사실 맞벌이 부부가 경제력 때문에 그런다고는 하지만 보통 전업 주부들의 생활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더군요. 교통비 700원까지 꼼꼼하게 적으며 아껴 쓴다는 것이죠. 많이 벌어 많이 쓰는 게 아닌, 적게 벌어 적게 쓴다는 거예요.
박 우리 집 같은 경우는 결혼 초기에는 각자 경제권을 갖고 있었는데, 2년차에 제가 쥐게 됐죠. 그런데 머리가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남편이 관리해요. 돈은 양쪽에서 관리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것 같고요. 누군가 1명이 관리해야 할 듯싶어요. 그래야 돈이 모입니다.
# 장면 4. “부부 문제는 역시 대화로 풀어야죠”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식사를 마친 후 술이 적었는지 자리를 옮기자는 즉석 제의도 나왔다. 사실 회사 내에 맞벌이 부부가 없어 모두 끌려(?) 나온 듯 했지만 ‘정말 잘나왔다’는 말은 공통된 ‘리플’이었다. 4인 4색 가정의 이야기지만, 공통의 색은 모두 ‘행복한 핑크’ 내지는 ‘즐거운 초록’ 이다.
박 요즘은 결혼하고 임신을 해도 모두 직장에 잘 다니는 것 같데요.
정 아~ 정말 그래요. 요즘은 당연하게 여기고 있죠.
이때, 박대리가 남자들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결혼 전후 남자들이 잃고 얻는 게 뭐죠?”
최 저는 결혼 후에 아내가 그러더라고요. 다림질 해달라고. 그래서 제가 그랬죠. 다림질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고.
조 저도 제가 다려 입는데요.
박 전 남편에 대해 불만은 없어요. 그러나 제 자신에 대한 문제가 좀 남아 있어요. 원래 글로벌 비즈니스에 대한 꿈이 있었는데 사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잖아요.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한다는 현실에 절망했던 적이 있었어요.
최 저 같은 경우 사진을 좋아해서 결혼 전에는 사진도 많이 찍고 서로 좋아 했는데, 결혼 후 고가의 카메라 한 대만 들여놓아도 바로 작은 분란이 일어나죠. (모두들 웃음)
정 그런 것에 대해서는 ‘포기’란 단어가 조금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지 않으면 회복이 어렵지 않나요? 그래, 내가 하고 말자라는 식의 배려와 이해의 마음이 필요해요.
조 역시 해결 방법은 대화죠.
최 우리 부부도 애 앞에서는 절대 싸우지 말고 헤어지자는 말도 절대 하지 말자고 원칙을 세웠죠.
박 기혼남성은 딱 두 종류래요. 멀리 떨어져 있을 때 아내를 보고파 하는 남자와 아이를 보고파하는 남자. 자~ 님들은 어떠신지요?(웃음)
조 하하하. 시댁에 전화 자주 하세요?
정 저는 1주일에 한번은 꼭 해야 해요.
박 저는 생각날 때만 하는데요. 1주일에 한번요? 어휴~ 무슨 할 얘기도 뚜렷이 없고 할 때는 어쩌죠? 난감하시겠네요.
모두들 하하하.
# 장면 5. 에필로그
결혼을 하고 나서 맞벌이를 하니 좋은 점은 뭘까. 경제력 향상? 뭔가 그럴 듯한 대답이 나오길 기대했다. 천편일률적으로 모두가 ‘돈’ 때문에 대한민국의 경제 바탕을 이루고 있다면 왠지 우울할 것 같았다. 그러나 대답은 모두 첫 번째로 역시 ‘돈’을 꼽았다. 그러나 두 번째 대답이 참 좋다. 서로 경제생활을 하기 때문에 이해의 폭이 넓다는 것. 그리고 서로에게 너무 많이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인 마인드를 갖게 돼 좋다는 대답도 나왔다.
자영업을 제외하고 부부가 직장 생활을 한다는 것에 대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탁기에 세탁물을 넣고 짤 때 옷감이 밖으로 튀어나가지 않게 해야 하며, 물기를 꼭 짜야 하는 만큼 세탁물의 ‘균형’은 매우 중요하다. 부부는 옷감이고 세상은 세탁기다.
대한민국의 전 인구 셋 중 한 가구는 이미 맞벌이 부부로 살아가고 있다. 점차 늘어날지 줄어들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게 있다. 남들보다 경제적으로 더 풍요로워지기 위해 맞벌이를 한다는 대답보다 서로의 마음을 더 이해하기 위해서라는 대답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글_원창연(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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