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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일반기사[2003~2007]

[시선집중! 나눔의 현장] 삼성중공업 제12회 거제사랑 페스티벌

파란 조끼 땀방울이 곳곳에 스며 들다

2004년 4월은 경상남도 거제도의 큰 축제가 있는 달이다. 거제도에 거주하는 기업과 봉사단체들의 자원봉사 대축제가 벌어지는 때다. 거제시도 팔을 걷어 부쳤고, 부녀회의 바자회, 수지침 행사 등과 독거 노인들을 위한 집 수리 및 도색 작업이 곳곳에서 펼쳐졌다. 햇살이 가슴을 뻥 뚫고 지나가는 듯한 시원한 남해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지난 4월 17일, 그 봉사 현장을 찾았다.

바자회·수지침 무료 시술까지

거제도는 한국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이 큰 섬에 자리잡고 있는 대기업만 2개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 이들은 해마다 거제 사랑 페스티벌이란 명목으로 많은 봉사활동을 펼친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이 날 180여명이 참여하며 열띤 봉사 활동을 펼쳤다.

기자가 찾아간 지난 4월 17일 오전, 거제도는 이미 뜨거운 햇살로 그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 듯 했다. 하청면 석포마을 회관에 마련된 메인 무대에는 이미 100여명의 노인들이 음식과 함께 노래 자랑을 하고 있었고, 실내에서는 수지침 무료 시술 행사가, 밖에서는 부녀회의 의류 바자회가 성황리에 열리고 있었다.

이 날 행사에 참여한 삼성중공업 의정2부 박광식씨는 “오전 9시부터 약 10여명이 나와 행사를 돕고 있다”며 “이를 위해 약 2주간 준비 작업을 거쳤다”고 말했다.

오늘 행사는 하청면 석포마을을 중심으로 한내리 한곡마을, 한내마을, 小오비마을, 오비마을 등 총 5곳에서 열렸다. 워낙 큰 섬이라 봉사 활동 장소를 모두 순회하는 데만 2-3시간이 걸릴 정도다. 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리는 석포마을을 떠나 한내마을에 들어오니 삼성중공업 사회공헌단 김창규 과장이 반갑게 맞는다.

“사실 오늘 참여하는 인원을 정확히 집계할 수 없어요. 워낙 여러 곳에서 일이 진행되다 보니 집계조차 힘들죠. 회사 측에서 지원해준 자재와 페인트가 있지만 독거 노인의 집을 도색하려고 온 사우들이 고마울 뿐예요.”

땀을 뻘뻘 흘리며 이야기를 마치는 김과장의 눈매는 옆집 아저씨 같은 인상이다. 푸근해 보이는 모습을 보이곤 있지만, 봉사활동 현장에서 총 지휘하는 모습은 꽤 카리스마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내마을에서만 6곳 등 총 10여 곳의 집 지붕이 이 날 초록 빛으로 변했다. 그러한 작업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게 하려면 뭔가 특별한 노하우가 있어야 할 터. 김과장의 힘은 바로 그러한 체계적인 봉사 활동의 ‘노하우’에 있었다.

삼성중공업은 이 날 꽤 많은 작업을 했다. 오전 일과를 마치고 참여한 사우들은 대략 180여명선. 오후 5시까지 약 4시간 동안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며 시작한 업무 치고는 매우 일사분란했다. 지붕 도색, 문짝 보수, 지붕 수리, 가전제품 수리, 농기계 수리, 의료 봉사, 도배, 장판 교체, 밑반찬 지원, 이미용 봉사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조목조목 항목을 만들어 시행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그들이 불편하지 않게 만들기 위함이 그들의 머리 속을 꽉 채운 셈이다.


“부족함과 충분함의 조율이 관건”

제12회 거제사랑 페스티벌이라는 슬로건이 붙어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모였는가라는 의문에는 ‘아니오'라는 대답이 바로 나온다. 평소 삼성중공업은 마을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을 위해 매월 1회 방문한다. 자비 5만원씩 갹출해 그들에게 전달하고 말벗과 청소 등으로 그들에게 ‘살아있음’을 느끼게 만들어 준다. 이에 삼성은 거제도에서 매우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60-70여개의 봉사 단체가 삼성중공업 자체에 등록돼 있을 정도며, 대규모 협조 체계가 매우 잘 발달돼 있다.

“회사 창립 때부터 시작된 봉사활동으로 지난 과거에는 소단위 중심의 ‘개인 활동’이 주를 이뤘다면, 현재는 ‘대규모 협조 체제’가 확실히 형성된 느낌입니다. 사회 봉사란 모름지기 ‘조율’이라고 생각합니다. 봉사 활동 준비 단계가 가장 어렵듯이, 부족함과 충분함의 조율이 가장 큰 관건인 셈이죠.”

삼성중공업은 ‘뭔가 필요한 이들에게 뭔가를 채워줄 수 있는 기쁨’으로 원활한 봉사활동이 이뤄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항상 봉사 현장에 오면 마음이 포근하고, 남을 돕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옆에서 페인트를 칠하던 삼성중공업 한 사우는 “지난 태풍 매미로 엄청난 피해를 봤을 때 매일 150여명이 약 2주간 복구 작업에 투입돼 봉사 활동을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환하게 웃었다.

삼성중공업은 거제도에 거주하는 독거 노인과 소년소녀 가장 등 생활보호대상자의 명단을 거제시로부터 넘겨받아 자체 실사를 거친다. 그 후 적당한 거주자를 토대로 인원을 투입한다. 바로 이 점이 봉사 활동에 있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다. 필요한 부분을 제대로 채워준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 것. 가려운 곳을 적시적소에 긁어 줄 수 있는 안목은 짧은 시간 안에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사랑의 집짓기’ 행사를 연례 행사로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과 올 3월 두 차례에 걸쳐 이미 집 두 채를 지었다. 모 방송국에 소개됐을 만큼 그들의 활동은 지역에서 꽤 유명하다. 집 짓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어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집짓기 행사를 도모하고 있다.

삼성사회봉사단 <아름다운 세상만들기> 2004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