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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일반기사[2003~2007]

[삼성사회봉사단]그룹 '자전거 탄 풍경'과 함께 한 삼성SDI의 '사랑밭 재활원' 봉사 현장

[사랑을 나눕니다] 그룹 '자전거 탄 풍경'과 함께 한 삼성SDI의 '사랑밭 재활원' 봉사 현장 


"감정 표현 서툰 이들을 음악이 움직였네요"

지난 4월 7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에 위치한 '사랑밭 재활원'의 정문을 들어서자 부끄러운 듯 피어오른 목련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소곤댄다. 목련과 곳곳에 핀 진달래를 제외하면 다소 적막한 분위기의 재활원이지만, 오늘 만큼은 다르다. TV나 콘서트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자전거 탄 풍경(이하 자탄풍)'을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목련만큼이나 활짝 핀 회원들의 웃음꽃을 볼 수 있는 날이다. 지난 2001년 그룹 결성 후 '너에게 난 나에게 넌'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자탄풍'의 1일 무료 공연을 삼성SDI가 주선했다.

자전거 탄 풍경, 열악한 환경 속 '최고의 콘서트' 연출

정신지체 장애자들이 회원으로 있는 이 곳은 수도권에서 유일한 사회복귀종합훈련 시설이다. 지난 81년 정신요양복지시설로 출발했으나, 지난 95년 정신보건법에 의거, 정신장애인의 재활 치료와 사회복귀를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키 위해 기존의 재활 시설에서 훈련 시설로 변경 했다.

그래서인지, 회원들의 표정이나 모습이 매우 생동감 있다. 따뜻한 봄볕의 햇살을 받으며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누가 비장애인이고 장애인인지 모를 정도다. 사랑밭 재활원의 부원장 서규동씨는 "이 곳은 1년 단위 계약을 기본으로 본인의 동의가 없으면 들어올 수 없는 규칙이 있다"며 "사회와 병원의 중간 단계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사회와 보다 가까이 있는 듯한 느낌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삼성SDI는 월 1회 이 곳에서 자원봉사를 펼친다. 일을 해도해도 끝이 없다고 말하는 000팀의 000씨는 "오늘 처럼 외지인이 찾아와 공연까지 해준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사실 콘서트장에서나 TV로 그들을 보지 않는다면 비장애인들 조차 쉽게 가수를 접할 수 없다. 그런데, 오늘 그들을 직접 볼 수 있다고 하니 인근 중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도 모였다.

가수가 도착하자, 재활원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자전거 탄 풍경을 아느냐는 질문에 회원들은 "잘 몰랐는데 음악을 들어보니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오전부터 자탄풍의 노래가 재활원 곳곳에 스며들고 있었다.
송봉주, 김형섭, 강인봉 등 3명으로 구성된 자탄풍의 공연은 식당에서 진행됐다. 약 60여명의 인원을 모으려니 적당한 장소가 없어 급히 만들어 놓은 '무대'였던 것이다. 그러나, 삼성 SDI 측의 협조로 음향 시설이 만들어 졌지만, 사실 가수인 그들에게 있어 흡족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마이크 대가 없어 급히 강인봉씨가 여기저기 돌아다녀 결국 만들어 냈다. 강인봉씨는 공연이 시작되기 전, 한마디 했다.

"그룹 결성 이 후 재활원, 고아원 등 많은 곳을 방문했어요. 특히 오늘은 기분이 좋네요. 제가 삼성 30기거든요. 오랜만에 보니 어울릴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저희가 할 줄 아는 게 뭐 노래 밖에 없으니 노래 불러야죠. 좀 이따가 고철도 나른다고 하던데, 힘 좀 써야 겠네요.(웃음)"

노래는 총 8곡으로 이뤄졌다. 앵콜곡도 받았다. '그렇게 너를 사랑해'로 시작돼 '너에게 난 나에게 넌'으로 끝을 맺었다. 길지 않은 40분. 그러나, 그들에게 큰 힘과 기쁨을 안겨 줬을 40분이었다. 많은 박수와 카메라 플래쉬가 터졌다. 1미터도 안되는 거리에서, 그것도 콘서트장에서나 봤음직한 가수를 눈 앞에서 보고 아름다운 음악까지 들으니 회원들도 꽤 감정이 움직인 모양이다. 실제 회원 중 한 명은 표정이 굳어 있기도 했지만, 이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 광경을 지켜 본 사랑밭 재활원 관계자는 이들은 감정 표현이 매우 서툴다고 설명했다.
"공연 중 표정이 굳어있는 회원이 있어 '다음엔 이 사람들 오지 말라고 할까?'라고 물으니 대뜸 '안돼요'라고 하더군요. 표정은 굳어있지만 마음은 움직인 것이죠. 대체로 그래요. 표현이 서툴답니다."


매월 1회 자원 봉사 … 영농 작업부터 물탱크 청소까지

공연이 끝나고 본격적인 봉사가 시작됐다. 매월 1회 방문하는 삼성SDI '어울림'팀은 이 날 20여명이 참여했다. 이 날 하루에만 5개의 봉사 활동이 겹쳐 평소 40여명에 달하는 인원이 참여하긴 힘들었다고. 그러나, 그들의 자원 봉사는 빛을 발했다. 재활원 뒷 뜰에 펼쳐진 고철 더미를 모아 놓으니 먼지 날리던 폐가는 한결 깔끔해 보였다. 불과 30여분만에 이뤄진 작업 치고는 '전문가' 수준이었다. 그 만큼 많은 날을 함께 하며 호흡을 맞춰 손발이 척척 맞는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었다.

지난해에는 큰 맘 먹고 오랫동안 청소하지 않았던 '물탱크' 대청소를 단행했다. 30여명이 붙어 온갖 녹물로 범벅이 된 물탱크를 청소하고 나니 회원들은 "우리들이 이렇게 더러운 물을 여태 먹고 있었느냐"며 고마워 했다. 봄에는 밭갈이, 고추 심기, 씨앗 파종 등 영농과 관련된 일을 많이 하며, 실내 작업이 많은 겨울에는 내부 청소 등 시설 보수에 중점을 둔다. 주로 노력 봉사인 셈이다.

자금은 올 때마다 일정액을 지원하지만, 매번 넉넉치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마음 만큼은 돈으로 헤아릴 수 없다.
"평소 말이 없는 회원들이 자원 봉사를 마친 저희들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최고'라고 표현해 줬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오늘 처럼 가수들의 공연도 보고 봉사 활동까지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자원 봉사에 매번 참여하는 제조팀 전태인 대리의 귀띔이다. 많은 자원 봉사자들이 재활원 등을 찾아 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도 그들에게 있어 편견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자원봉사자들은 그러한 편견이 그들에게 세상의 벽을 만드는 큰 아픔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듯 했다.

삼성사회봉사단 <아름다운 세상만들기> 2004 봄호

본 기사는 삼성SDI 홈페이지에도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