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화적 간소화의 상징물 ... 한국의 숫자 三(3)
글/ 원창연(자유기고가)
봄이다. 그리고 3월이다. 3월을 겨울이라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다. 비록 영하의 날씨가 찾아와도 벌써 마음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푸른 잔디밭에 가 있다. 시인 윤동주는 '봄'이라는 시에서 "봄은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시내 가까운 언덕에서 풀포기처럼 피어난다"고 속삭였다.
다수, 창조력, 성장, 이원성을 극복한 전진운동, 표현, 통합을 의미하는 숫자 '3'의 신비함. 동양에서 각광받고 있는 숫자 '3'이 갖고 있는 문화성은 얼만큼 될까. 두 눈 크게 뜨고 도화지에 3을 그려넣어 오랫동안 바라보면 생각지 못했던 상(像)이 줄줄이 이어진다. 우리 생활 깊이 관여하고 있는 3은 사회 문화적으로 매우 다양하게 퍼져 우리네 인생을 옭아매기도 하고 해방시켜주기도 한다. 동양사에서 특히 주관성이 농후하게 배인 삼(3). 그것이 만들어내는 문화의 다양성을 살펴보자.
▶"369, 369, 1, 2, 3...!!"
369 게임을 아는가. 모르는 사람 거의 없을 듯 하다. 매년 봄, 3월이 되면 산으로 들로 바다로 워크샵과 MT라는 명분으로 초록의 물결에 빠지곤 한다. 여행이 주는 매력은 굳이 설명하지도 않을 만큼 평소 이야기 건네기 어려웠던 친구와 동료를 한 배로 묶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그런 곳에서의 담소 뿐 아니라 게임은 더더욱 동료애를 굳건히(?)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바로 이 369게임이 그런 것 중의 하나다. 워낙 대한민국 국민이 3이라는 숫자를 좋아해서 그럴까. 혹자는 TV 프로그램에서 시작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하나, 신빙성은 없다.
하여간 유래가 뭐 중요한가. 3이라는 숫자 안에서 하나가 된다는데. 3의 배수에 박수를 치고 10과 20 등의 숫자에 후렴구를 붙여주는 놀이가 바로 369다. 아직 못해본 사람은 해 보시라. 인디안밥 두어번에 바로 게임 방법을 깨우칠 테니.
▶트로이카(Troika)
트로이카는 원래 3을 의미하는 러시아어다. 그러나, 그 뜻이 바뀌어 혁명 전 러시아에서 널리 쓰인 두 바퀴 또는 네 바퀴의 삼두마차(三頭馬車)를 가리키는 말이 됐다.
국내에 트로이카라는 말을 전문적으로 사용하게 된 건 수십년 됐겠지만, 일반인의 뇌리에는 지난 60년대 연예계 3대 여배우가 있었으니, 바로 그들을 트로이카라 불렀다. 윤정희, 문희, 남정임이 바로 그들이다. 그 후에 유지인, 장미희, 정윤희가 바통을 이었다.
▶삼류
문화에 있어 3류라는 말은 숟가락으로 밥 떠 먹는 횟수만큼 많이 회자되는 말이다. 문화 뿐이겠는가마는, 사회적 반영에 있어 '3류 사회'와 '3류 문화'는 동시대적 공통분모이기도 하다. 얼마전 '넘버 3'라는 영화가 크게 히트하기도 했다. 3류 인생에 대한 여러 가지 패턴을 보여줬던 영화의 메시지는 숫자 '3'을 주제로 하진 않았다.
어떤 사회든 일류가 있고 이류가 있고 삼류가 있다는 가설을 통해 사회를 풍자했으나, 그것 또한 엄연히 인간이 만들어 놓은 기준점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러한 인식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 하다. 그런 점에서 문화 코드를 읽음에 있어 '3'이 갖는 의미는 매우 각별하다고 할 만 하다. 막바지에 다다른 밑바닥을 의미하면서도 자신은 이류조차도 되기 싫은 '저항적 상징물'은 아닐런지.
▶제3세계, 제3의 물결...
제3세계는 제1과 제2의 세계가 아닌 곳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제3세계는 과연 어디란 말인가. 음악분야에서 제3세계 음악이란 장르가 있다. 주로 음반시장의 메인이며 영어권 국가인 미국과 영국 등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를 대상으로 지칭하는 것인데, 제3세계 음악은 쉽게 접할 수 없음이 안타깝다. 여기에서 우리는 '비주류'라는 단어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문명 비평가이며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제3의 물결'이라는 말로 현대 문명은 현재 '제3의 변혁기'에 접어 들었다고 지적했다. 제3의 세계은 이분화된 현실 인식에서 비롯된 말일 것이고, 제3의 물결은 역사의 시간성에 입각한 풀이일 것이다.
▶天, 地, 人
만물을 지배하는 하늘과 땅과 사람. 인간은 물과 공기와 흙을 보고 세 가지 형태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고를 발전시켰다. 또 인간은 물체의 세 가지 상태(고체, 액체, 기체)와 피조물의 세 가지 집단(과일, 식물, 동물)을 발견했다. 인간은 식물에서 뿌리와 줄기와 꽃을, 과일에서는 껍질과 과육과 씨앗을 밝혀냈다. 태양은 아침과 점심, 저녁에 각각 다른 모습을 갖는다고 여겼으며, 실제 모든 경험은 길이와 높이와 넓이라는 공간 존재와 소멸로 표상될 수 있는 시작과 중간, 그리고 끝이라는 세 국면으로 진행돼 왔다.
완전한 전체는 정립과 반정립, 그리고 종합으로 이뤄진다. 색채의 혼합 또한 빨강, 노랑, 파랑의 삼원색에서 시작된다. 불교에서는 三性이라 하여 삼성의 입장에서 보여지는 세상은 공(空)일 뿐 아니라 진실한 유(有)가 될 수도 있다고 보았다. 세상의 있고 없음은 모두 삼성에 기초하고 있다는 말이다.
▶고스톱의 3점
고스톱은 민족 전통(?)의 놀이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사회적 문제를 종종 터뜨리기도 하지만 손쉽게 약간의 도박성을 띤 놀이도 이만한 것이 없다. 그렇다면 왜 고스톱은 3점으로 기본 점수를 만들어 놨을까. 단군 신화를 보면 3과 관련한 내용이 퍽 많다. 삼위태백, 천부인 3개, 환웅이 끌고 온 무리 3천명과 풍백, 우사, 운사 3인, 삼칠일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3은 신화에 자주 등장한다.
이처럼 우리 민족은 3을 남다른 의미로 생각했다. 3은 1과 2를 합해 만들어진 숫자다. 완벽에 가까운 수라는 의미다.
▶March(3월)
로마의 전쟁신인 'Mars'가 그 어원이다. 대개 전쟁은 봄(3월)에 시작했다. '전쟁의 용감한'이라는 뜻의 Martial이나 화성의 'Mars'도 여기서 비롯됐다. 로마력으로는 첫번째 달이다.
▶기타
우리가 흔히 부르는 '삼신할머니'는 아기를 점지하고 낳고 잘 자라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여기서 삼신은 세 명의 신을 가리킨다. 삼신상에는 밥과 국이 항상 세 그릇 차려져 있는 것이 좋은 증거다. 아기를 낳게 되면 삼칠일 동안 금줄을 치고 바로 이 삼신상을 차려 준다.
남해안에서는 배를 만드는 때가 3월이다. 배를 진수하고 선주가 3일 동안 배에서 잠을 잔다. 이렇게 해야만 사고 없이 풍어를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초상이 났을 때 死者밥 세 그릇을 차리는 이유도 죽은 이를 데려가는 저승사자가 세 명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3이 의미하는 것은 이 밖에도 무궁 무진하다. 점차 사회가 간략화 분업화 되면서 3은 완전에 가까운 숫자로 여겨지며 '간소화의 상징물'이 되고 있다. 3대 명소, 3가지 제안, 가위바위보, 세살버릇, 수염이 석자, 삼척동자 등등... 오랫동안 우리 입에서 입으로 이어져 내려온 3은 결코 적지 않음을 쉽게 인식할 수 있다.
글/ 원창연(자유기고가)
봄이다. 그리고 3월이다. 3월을 겨울이라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다. 비록 영하의 날씨가 찾아와도 벌써 마음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푸른 잔디밭에 가 있다. 시인 윤동주는 '봄'이라는 시에서 "봄은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시내 가까운 언덕에서 풀포기처럼 피어난다"고 속삭였다.
다수, 창조력, 성장, 이원성을 극복한 전진운동, 표현, 통합을 의미하는 숫자 '3'의 신비함. 동양에서 각광받고 있는 숫자 '3'이 갖고 있는 문화성은 얼만큼 될까. 두 눈 크게 뜨고 도화지에 3을 그려넣어 오랫동안 바라보면 생각지 못했던 상(像)이 줄줄이 이어진다. 우리 생활 깊이 관여하고 있는 3은 사회 문화적으로 매우 다양하게 퍼져 우리네 인생을 옭아매기도 하고 해방시켜주기도 한다. 동양사에서 특히 주관성이 농후하게 배인 삼(3). 그것이 만들어내는 문화의 다양성을 살펴보자.
▶"369, 369, 1, 2, 3...!!"
369 게임을 아는가. 모르는 사람 거의 없을 듯 하다. 매년 봄, 3월이 되면 산으로 들로 바다로 워크샵과 MT라는 명분으로 초록의 물결에 빠지곤 한다. 여행이 주는 매력은 굳이 설명하지도 않을 만큼 평소 이야기 건네기 어려웠던 친구와 동료를 한 배로 묶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그런 곳에서의 담소 뿐 아니라 게임은 더더욱 동료애를 굳건히(?)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바로 이 369게임이 그런 것 중의 하나다. 워낙 대한민국 국민이 3이라는 숫자를 좋아해서 그럴까. 혹자는 TV 프로그램에서 시작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하나, 신빙성은 없다.
하여간 유래가 뭐 중요한가. 3이라는 숫자 안에서 하나가 된다는데. 3의 배수에 박수를 치고 10과 20 등의 숫자에 후렴구를 붙여주는 놀이가 바로 369다. 아직 못해본 사람은 해 보시라. 인디안밥 두어번에 바로 게임 방법을 깨우칠 테니.
▶트로이카(Troika)
트로이카는 원래 3을 의미하는 러시아어다. 그러나, 그 뜻이 바뀌어 혁명 전 러시아에서 널리 쓰인 두 바퀴 또는 네 바퀴의 삼두마차(三頭馬車)를 가리키는 말이 됐다.
국내에 트로이카라는 말을 전문적으로 사용하게 된 건 수십년 됐겠지만, 일반인의 뇌리에는 지난 60년대 연예계 3대 여배우가 있었으니, 바로 그들을 트로이카라 불렀다. 윤정희, 문희, 남정임이 바로 그들이다. 그 후에 유지인, 장미희, 정윤희가 바통을 이었다.
▶삼류
문화에 있어 3류라는 말은 숟가락으로 밥 떠 먹는 횟수만큼 많이 회자되는 말이다. 문화 뿐이겠는가마는, 사회적 반영에 있어 '3류 사회'와 '3류 문화'는 동시대적 공통분모이기도 하다. 얼마전 '넘버 3'라는 영화가 크게 히트하기도 했다. 3류 인생에 대한 여러 가지 패턴을 보여줬던 영화의 메시지는 숫자 '3'을 주제로 하진 않았다.
어떤 사회든 일류가 있고 이류가 있고 삼류가 있다는 가설을 통해 사회를 풍자했으나, 그것 또한 엄연히 인간이 만들어 놓은 기준점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러한 인식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 하다. 그런 점에서 문화 코드를 읽음에 있어 '3'이 갖는 의미는 매우 각별하다고 할 만 하다. 막바지에 다다른 밑바닥을 의미하면서도 자신은 이류조차도 되기 싫은 '저항적 상징물'은 아닐런지.
▶제3세계, 제3의 물결...
제3세계는 제1과 제2의 세계가 아닌 곳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제3세계는 과연 어디란 말인가. 음악분야에서 제3세계 음악이란 장르가 있다. 주로 음반시장의 메인이며 영어권 국가인 미국과 영국 등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를 대상으로 지칭하는 것인데, 제3세계 음악은 쉽게 접할 수 없음이 안타깝다. 여기에서 우리는 '비주류'라는 단어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문명 비평가이며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제3의 물결'이라는 말로 현대 문명은 현재 '제3의 변혁기'에 접어 들었다고 지적했다. 제3의 세계은 이분화된 현실 인식에서 비롯된 말일 것이고, 제3의 물결은 역사의 시간성에 입각한 풀이일 것이다.
▶天, 地, 人
만물을 지배하는 하늘과 땅과 사람. 인간은 물과 공기와 흙을 보고 세 가지 형태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고를 발전시켰다. 또 인간은 물체의 세 가지 상태(고체, 액체, 기체)와 피조물의 세 가지 집단(과일, 식물, 동물)을 발견했다. 인간은 식물에서 뿌리와 줄기와 꽃을, 과일에서는 껍질과 과육과 씨앗을 밝혀냈다. 태양은 아침과 점심, 저녁에 각각 다른 모습을 갖는다고 여겼으며, 실제 모든 경험은 길이와 높이와 넓이라는 공간 존재와 소멸로 표상될 수 있는 시작과 중간, 그리고 끝이라는 세 국면으로 진행돼 왔다.
완전한 전체는 정립과 반정립, 그리고 종합으로 이뤄진다. 색채의 혼합 또한 빨강, 노랑, 파랑의 삼원색에서 시작된다. 불교에서는 三性이라 하여 삼성의 입장에서 보여지는 세상은 공(空)일 뿐 아니라 진실한 유(有)가 될 수도 있다고 보았다. 세상의 있고 없음은 모두 삼성에 기초하고 있다는 말이다.
▶고스톱의 3점
고스톱은 민족 전통(?)의 놀이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사회적 문제를 종종 터뜨리기도 하지만 손쉽게 약간의 도박성을 띤 놀이도 이만한 것이 없다. 그렇다면 왜 고스톱은 3점으로 기본 점수를 만들어 놨을까. 단군 신화를 보면 3과 관련한 내용이 퍽 많다. 삼위태백, 천부인 3개, 환웅이 끌고 온 무리 3천명과 풍백, 우사, 운사 3인, 삼칠일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3은 신화에 자주 등장한다.
이처럼 우리 민족은 3을 남다른 의미로 생각했다. 3은 1과 2를 합해 만들어진 숫자다. 완벽에 가까운 수라는 의미다.
▶March(3월)
로마의 전쟁신인 'Mars'가 그 어원이다. 대개 전쟁은 봄(3월)에 시작했다. '전쟁의 용감한'이라는 뜻의 Martial이나 화성의 'Mars'도 여기서 비롯됐다. 로마력으로는 첫번째 달이다.
▶기타
우리가 흔히 부르는 '삼신할머니'는 아기를 점지하고 낳고 잘 자라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여기서 삼신은 세 명의 신을 가리킨다. 삼신상에는 밥과 국이 항상 세 그릇 차려져 있는 것이 좋은 증거다. 아기를 낳게 되면 삼칠일 동안 금줄을 치고 바로 이 삼신상을 차려 준다.
남해안에서는 배를 만드는 때가 3월이다. 배를 진수하고 선주가 3일 동안 배에서 잠을 잔다. 이렇게 해야만 사고 없이 풍어를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초상이 났을 때 死者밥 세 그릇을 차리는 이유도 죽은 이를 데려가는 저승사자가 세 명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3이 의미하는 것은 이 밖에도 무궁 무진하다. 점차 사회가 간략화 분업화 되면서 3은 완전에 가까운 숫자로 여겨지며 '간소화의 상징물'이 되고 있다. 3대 명소, 3가지 제안, 가위바위보, 세살버릇, 수염이 석자, 삼척동자 등등... 오랫동안 우리 입에서 입으로 이어져 내려온 3은 결코 적지 않음을 쉽게 인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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