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원 저금통이 찾아준 천사의 미소
글 원창연(자유기고가)
‘어린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소파 방정환 선생은 어른들에게 “항상 어린이를 가까이 하고 자주 이야기하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주)에스원과 사회복지법인 한국어린이보호재단의 ‘한생명 살리기 캠페인’은 소파의 정신을 잇는 듯 하다. 골자는 이렇다. 매년 캠페인에 참여한 하나의 기업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명의 어린이 환자를 연결시킨다. 심장병을 비롯해 각종 소아질병으로 고생하는 어린이를 도와 꺼져가는 불씨를 다시 피어오르게 만드는 것이다. (주)에스원은 그 첫 번째 결실로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안주영 어린이 등 2명에게 새 희망을 안겨주게 됐다.
생후 15일만에 수술대 오른 주영이
지난 2003년 초. 지우영 과장과 김희경씨 등 에스원 총무팀은 우연히 (사)한국어린이보호재단(이하 ‘한보단’)의 캠페인을 알게 됐다. 심장병 어린이 돕기는 지난 80년대부터 전사회적으로 꾸준히 행해온 봉사 테마다. 성인이 아닌 어린이들에게 웃음을 주고, 그 부모님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에 많은 이들이 보람을 느꼈고, 뿌듯함을 느꼈다.
에스원도 이에 동참하기로 결정, 지난 2003년 (사)한보단의 행사 취지를 습득하고 곧바로 모금운동에 들어갔다.
“처음 모금에 들어갔을 때 저금통 1천여개가 배포됐었죠. 수거된 건 664개지만 모금액은 430만원을 넘었습니다. 여기에 임직원 봉사기금과 대축제때 받은 시상금 등을 합치니 심장병 어린이 2명을 살릴 수 있는 기금이 마련됐어요.”
에스원 총무팀의 말에 덧붙이자면, 심장병 어린이 한 명의 수술비용은 대략 350만원선이라고. 피부로 느껴지는 금액은 이보다 훨씬 크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부모의 심정은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고마움’ 그 자체다. 안주영 어린이를 찾아간 날, 하늘은 슬픔을 머금은 듯 뿌옇게 도색됐지만 부모님의 가슴은 파란 햇살을 맞은 듯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주영이 어머님은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 이미 눈물을 흘린 듯 했다. 그도 그럴것이, 주영이는 이미 수술대에 두 차례나 오른 상태. 태어난 지 하루만에 삼천판 폐쇄증이란 진단을 받고 전북 정읍에서 서울 삼성병원으로 이송됐다. 생후 15일 만에 단락수술 받는 등 두 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았으나, 담당의사는 “3차 수술을 위해 2차 수술을 해야 했다”고 수술 경위를 설명했다.
심장병 수술은 그리 간단치 않다. 한번의 수술로 완쾌되는 어린이가 있는가하면, 2차, 3차 혹은, 4차 등 끊임없이 질병과 싸워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주영이의 경우, 한번의 수술로 끝나지 않아 세 번째 수술까지 오게 된 것이다.
불행은 한꺼번에 밀려온다 했던가. 주영이가 수술대에 오른지 얼마 되지 않아 주영이 아버지가 쓰러졌다. 엎친데 덮친 격.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차에 일어난 상황이라 어머니는 정신을 놓을 수 밖에 없었고, 결국 (사)한보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 동안 1차 수술과 외래진료 및 각종 검사비로 많은 빚이 있고, 주영이의 병원비와 생활비, 빚을 갚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 오히려 빚만 늘리고 있었어요. 수술을 위해 돈이 필요하지만 수술비를 마련할 길이 없어 어머니는 눈물만 흘리더군요.”
김은령 사회복지사는 주영이 어머니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그러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했다. 세상에 나 혼자 동떨어져 있는 기분은 이러한 복지재단과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려는 기업, 저렴한 가격에 수술을 집도한 병원측으로 인해 떨쳐버릴 수 있다.
“소아질환 어린이 계속 도울 것”
(사)한보단 캠페인에 동참한 기업은 이미 50여개에 이르며, 총 120여명의 어린이가 수술대에 올랐다. 적절한 기준에 부합하는 가족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사실이지만, 목놓아 울고 있을 힘이 있다면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이들은 말한다.
눈이 충혈된 상태로 상경한 듯한 주영이 어머니는 “2차 수술때 주영이 옆에 입원했던 아이는 심장 수술받다가 뇌에 세균이 감염돼 뇌수술까지 받았다”며 “주영이가 잘 견디길 기원하는 마음 뿐”이라고 눈물을 글썽였다.
주영이는 이제 3월 중순, 수술대에 오른다. 이 책자가 발행됐을 무렵엔 이미 환하게 웃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평생 약을 아침 9시에 먹어야 하며 친구들과 맘껏 뛰어놀지 못할 수도 있다. 심장병 어린이들의 한결같은 바램은 ‘친구들과 맘껏 뛰어노는 것’이다. 뛰어 노는 것이 이토록 간절한 바램이 될 줄 그 누가 알았을까.
우리들의 마음을 조금만 열면, 조금만 뛰어도 손과 발, 입술이 파래지는 아이들에게 운동화를 안겨줄 수 있다.
에스원 총무팀 지영구 과장은 “앞으로 에스원은 이러한 심장병 어린이들을 위해 계속해서 캠페인을 펼쳐 나갈 것”이라며 “주영이를 비롯해 소아질병으로 고생하는 많은 어린이들의 ‘미소’를 빨리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Tip. 사회복지법인 한국어린이보호재단은?
1979년 설립된 한국어린이보호재단은 질병과 빈곤, 학대로 고통받는 어린이의 생존과 권리보호를 위해 탄생했다.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 지원 및 결손빈곤가정 어린이의 생계비, 학비 지원과 학대받는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국내 최초 일시보호시설과 24시간 신고전화를 운영 중이다. 지난 2002년까지 약 930여명의 심장병 어린이를 도왔으며, 약 3만여명의 결손, 빈곤 가정의 어린이들에게 생계비와 장학금을 지원했다.
(주)에스원과 펼치는 캠페인은 ‘한생명 살리기’로 한 기업과 하나의 어린이가 결연을 맺어 새생명과 희망을 찾아주는 어린이 사랑 행사다. 한편, 재단은 지난 2월 중국단동지역 부녀아동병원에서 이 지역 심장병 어린이 14명에 대해 검진을 실시, 국내에 초청해 무료 수술을 계획하고 있다. 02-336-5242. http://www.ilovechild.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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