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의 소리
-반대측 소리
인터뷰4 - 핵발전추방범부안군민대책위원회 김효중 교육국장
“현재 이 곳에 외지인은 없습니다”
에너지 절약 운동으로 핵 중심 전기수급구조 바꿔야
민주언론 만들어 주민화합 이끌어 낼 터
김효중 교육국장은 지난 7월부터 부안성당에 머물며 대정부투쟁을 벌이고 있는 핵심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덥수룩한 수염 아래로 비친 수더분한 인상이 부안에 터를 잡고 살아온 농촌 냄새를 그대로 풍겼다. 비교적 또박또박하고 간결한 어조로 답변에 임한 그는 대책위에서 ‘에너지 정책’과 관련한 업무를 중심으로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는 대책위의 파수꾼이다.
Q 오는 2월 주민 투표를 실시하기로 돼 있는데 예정대로 진행하는 건지요?
네, 그렇습니다. 처음하는 일이지만 해볼 것입니다. 정부에서 인정을 하건 안하건 주민투표는 시행될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의 문제입니다. 이미 70% 이상 주민들이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인한 스스로의 결집력을 보여줄 것입니다. 원래 이러한 주민투표도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하는 문제죠. 우리가 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정부의 자존심을 위해 우리가 한발 양보한 것 아닙니까.
Q 핵폐기물처리장 설립 반대 이유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생명의 소중함이지요. 저는 유기농을 하고 있습니다. 전기 없이도 살 수 있다고 봅니다. 이는 분명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핵발전의 시작은 선진국들의 핵무기 개발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이해될 수 없는 소지가 많습니다. 독일이나 영국, 스웨덴 등 이미 핵을 포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또한, 경제성도 없다고 봅니다.
일본 모지역도 처음에는 중저위폐기물만 처리한다고 해서 설립했다가 지금 세계 최대 폐기물장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20년, 30년 후에 이러한 처리장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르는 것입니다.
Q 찬성측 주민들은 원전센터가 들어서면 지역 경제 발전에 큰 몫을 담당한다고 믿고 있는데요.
경제성이 없습니다. 고준위처리물이 들어올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상시적인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영광에 5천명이상 견학을 이미 했는데, 경제가 매우 낙후돼 있었습니다. 시설 자체는 깨끗해서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지방자치정부는 재정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러나 국민들 호주머니는 더욱 가벼워졌답니다. 내 주머니가 중요한 것 아닙니까.
그리고, 영광원전센터 근무하는 사람들을 보면 생활권은 ‘광주’에 두고 있습니다. 영광의 경제를 위한일은 아니지요. 그들은 ‘수준이 안맞아서 함께 살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부안에 센터가 건립된다고 부안이 발전하리라는 얘긴 말도 안됩니다. 인구는 더욱 줄어들 것입니다.
Q 추후 원전센터가 다른 곳으로 결정된다면 대응책은?
부안의 문제가 해결됐다고 해서 우리의 문제가 끝나는 건 아닙니다. 우선 정부를 상대로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아울러, 군수에게도 책임을 물을 것이고요. 정신적 물질적으로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뼈저리게 느낀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언론이지요. 민주적 언론의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지역신문인 ‘부안21’ 창간준비호가 나온 이상, 이제 우리의 목소리를 여실히 담을 그릇을 마련할 것입니다.
Q 님비라는 비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러한 생각을 불식시키기 위해 에너지 절약 운동을 스스로 하면 그러한 생각은 사라지리라 봅니다. 이런 것을 실천함으로써 정부의 핵 중심 에너지 수급 구조를 바꿔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각 가정에서 절약 운동을 실천하고 태양이나 풍력 에너지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을 설치하면 해결될 것입니다.
Q 원전센터가 유치되든 안되든, 반목과 갈등으로 점철된 현재 부안 주민들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할 계획이십니까?
현재 반대측 주민이 절대 다수이기 때문에 그런 문제는 심하지 않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위도는 섬지역이기 때문에 원전센터 유치가 백지화 된다면 내륙과 위도 사이에 갈등은 상당 기간 남아 있을 수도 있죠. 부안 사람들은 순하고 착합니다. 언론에는 폭력적으로 보여졌지만 원래 그렇지 않습니다.
Q 폭력적이지 않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언론에 비춰진 시위는 모두 폭력으로 얼룩져 있었습니다.
네. 그랬죠. 그러나 그것은 벼랑 끝에 선 사람들의 행동이었습니다. 착한 본성이 있습니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래 격포대책위원회 임원들과의 인터뷰에서 자세히 언급하기로 한다) 사소한 마찰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있긴 하지만 많은 부류의 사람이 모이다 보니 일일이 통제할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대책위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는 얘기지요.
Q 찬성측 주민들이 지난 1월 5일 서울 집회때 화형식을 하기도 했는데요. 이 점에 대해서 당사자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그냥 웃던데요.(웃음) ‘우째 내 몸뚱이가 뜨겁더니 그런 일이 있었구만’이라고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크게 비중은 안둡니다. 그건 분명 김종규 군수가 주도한 과시적 쇼이고 언론플레이였다고 봅니다. 그리고, 당시 참가한 주민들 대다수가 부안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위도 주민 50여명, 부안사람 500여명 정도로 봅니다.(찬성측은 그 날 집회 인원이 1,500여명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Q 현재 부안성당에 머물고 있는 주민은 모두 몇 명이나 되나요?
초창기에는 15명 이상 됐는데요. 지금은 10여명 남아 있습니다. 모두 생업을 포기했지요. 농사꾼들이라 한해 쉬어도 큰 탈이 없을 것 같아서인지 모두들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Q 찬성측 주민들은 외지인과 대화를 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초창기에 외지인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집행부에 외지인은 없습니다. 실제적으로 귀농을 한 분들을 외지인이라 일컫는데 그건 문제가 있습니다. 이미 10여년간 부안에서 살았거든요. 그리고, 대화를 원한다면 대화에 응할 것입니다. 대책위는 산자부와 직접 만나고 싶습니다. 정부는 현재 주민끼리 해결하라고 하는데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현재 열쇠는 청와대에서 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정부에 하고 싶은 말씀은?
개인적인 이익을 떠나 큰 틀 속에서 이 에너지 문제를 들여다봤으면 합니다. 이 땅에서 에너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분들의 간절한 바램입니다. 정말 핵만이 살 길인가에 대해 전 국민이 고민해야 합니다. 그 동안 해왔기 때문에 밀어붙이기식 일방적 생각이 아닌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에너지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재고가 필요합니다. 국민들 스스로 ‘이건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라고 책임지는 자세로 인식돼야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인터뷰5 - 변산면 격포지역대책위원회 임원들
정부의 2조원 지원 “과자값에 불과”
“한국수력원자력(주), 부안지역언론에 월 5천만원 홍보비로 지원했다”
전경에 음료수 건네던 주민 방패로 이마 찍혀
촛불집회가 끝나고 변산반도로 향했다. 시각은 이미 10시를 넘어서고 있을 무렵, 격포에 다다르니 컴컴한 바닷가 풍경을 앞으로 환한 형광등 불빛이 작은 막사 안에서 흘러나왔다. 발길을 끄는 것은 분명 ‘핵없는 세상’이라는 문구였다.
사무실로 들어서니 대여섯명이 노란파커를 입고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격포지역에서 나고자란 토박이로 매일 자비로 구입한 버스로 주민들을 촛불집회장까지 이동시켜주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이다. 김육일 부위원장, 이기영, 정해수, 이병연 등은 “이 지역이 바로 반핵운동이 시작된 곳”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격포지역대책위원회의 목소리를 담았다.
이기영(이하 ‘기영’) 현재 주민들을 매일 부안성당까지 이동시키기 위해 버스를 최근 2대 구입했어요. 모두 자비로 구입한 것이죠. 총 5대로 나누어 타고 이동합니다. 매일 대략 180여명이 움직인다고 보면 되지요.
김육일 부위원장(이하 ‘육일’) 현재 위도 분위기로 봐서 찬성과 반대는 50:50입니다. 그러나, 마을에서 인정받는 사람들은 대부분 반대측 입장에 서 있습니다.
※이때, 격포대책위 정해수 인터넷실장이 말을 거든다.
정해수(이하 ‘해수’) 인터넷 홈페이지에 각종 사진과 동영상을 제작해 올리고 있어요. 주소는 www.gyokpo.net 입니다. 현재 30여명 정도가 자발적으로 자원봉사하고 있죠. 모두 지역 청년들이예요. 지난 2003년 7월 9일부터 하루도 안쉬고 있어요. 집에도 못들어가고... 1주일에 집에서 밥 먹는 날이 하루 정도 밖에 안될 겁니다.
Q 하루도 빠지지 않고 촛불집회에 참석하신다 했는데, 피곤하거나 몸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참석하기 귀찮을 때도 있을 듯 한데요?
기영 아뇨. 매일매일 참석하는 것이 기분 좋습니다. 사실 난 봉사라는 것과 거리가 멀었던 사람인데, 봉사가 이렇게 마음 즐겁게 해주는 것인줄 몰랐습니다.
해수 여기 나오는 사람들은 거의 가정과 생업을 포기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30-40대 젊은 청년들이 뭉쳐있기 때문에 힘도 있고 재력도 있지요. 성금도 자발적으로 거두는데, 돼지를 가져다 주시는 분도 있고, 쌀이나 떡도 몇가마니씩 기부하시는 분도 있어요.
이 정말 감동적인 것은, 얼마전 어느 할머니가 폐품 판 돈 3만원을 제게 맡기셨을 때 눈물이 다 나더군요. 한 여름에 운전하는 청년들 입에 사탕을 손수 까 넣어주시기도 합니다.
Q 핵폐기장이 들어서면 지역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치리란 기대도 있는데요.
이병연(이하 ‘병연’) 핵폐기장이 들어서지 않아야 이익입니다. 격포에서 위도까지 16.4km입니다. 지질학적으로 위도가 타당하다면 우리도 반대를 죽어라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이 곳은 맞지 않는다고 합니다. 군수가 유치 신청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유치된다는 건 말이 안되죠.
지역 경제에 플러스되는 요인이 3조원이라면 마이너스는 30조원에 이를 겁니다. 나이아가라 폭포 아시죠? 그거 하나로 그 지역의 관광수입은 어마어마합니다. 변산반도도 만만찮지요. 이러한 천혜의 관광지를 죽이자는 건지원... 정부가 2조원 지원한다고 했잖습니까? 과자값에 불과합니다. 변산의 가치는 2조원이상입니다.
해수 님비현상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우린 이미 겪었기 때문에 타지역 사람들에게 이러한 말을 안합니다. 지금 민심이 흉흉해서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이 매우 떨어졌습니다.
Q 폭력시위를 했다는 비난도 많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은?
해수 전경들과 대치했을 때 처음부터 우리가 폭력적으로 나간 것은 아닙니다. 전경들에게 날씨 더울 때 물도 떠다주고 음료수도 건네주고 했던 주민들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전경들이 방패로 주민 얼굴을 찍고...
피 흘리는 주민을 보고 눈 돌아가지 않을 사람 어딨습니까? 전경들은 헌법으로 보호를 받지만 우리 시위대는 그렇지 못하잖습니까. 저항 능력이 없는 노인들까지 피흘리는 것을 보니 ‘이게 무슨 법인가’라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또 제가 사진 담당이라서 잘 아는데요. 경찰들은 자기들이 찍은 사진으로 구속자를 감별해 냅니다. 손만 들고 있어도 내리치는 것으로 판단해서 구속시켜 버린단 얘기지요. 일례로, 한 주민이 사람들에게 ‘앉으세요’라며 두손을 들었는데 사진 속 두손 든 모습만 보고 경찰은 주동자로 몰아 구속시켰지요. 웃기지 않습니까? 그 분은 징역 4년에 처해졌죠.
※대화를 나누다보니 시간은 이미 11시를 넘기고 있었다. 임원들이 하나둘 빠져나가고 있을 때쯤, 격포의 한주민이라고만 밝힌 K씨가 중요한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격포 앞바다를 아십니까? 칠산앞바다라 일컫는 이 곳은 황금어장으로 어부들에게 사랑받는 곳이었어요. 영광굴비라는 것도 모두 이 곳에서 잡아다가 영광에서 건조시켜 ‘브랜드’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런데, 영광에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면서 어선들이 북상하고 있어요. 새만금과 영광발전소로 인해 어획량이 급감한 것이죠.
※이야기 중간에 그는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에게 큰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유인즉슨, 새만금 사태때 헬기로 그 곳을 방문하고 주민들이 첨예하고 대치했던 그 날 부안은 찾지 않았다는 것. 그는 폭력적으로 시위가 비춰진것에 대해 억울해 했다.
주민들이 처음에는 평화적으로 ‘앉아서 합시다’라며 계속 ‘앉자앉자’고 외쳤습니다. 그런데 그것으로 인해 많이 다쳤어요. 지금은 이 구호를 제일 싫어합니다.
억울합니다. 지역 신문이 부안에 4-5개가 있는데 모두 한수원(주식회사 한국수력원자력)에 홍보비로 월 5천만원씩 받았다고 합디다. 지금 2개월째 못받고 있다고는 합니다만... 모두 언론의 조작으로 폭력 시위로 보여진게 억울할 뿐입니다.
Q 지역언론의 금품수수가 확실합니까?
확실할겁니다. 새부안, 부안저널, 서림신문 등 부안 사태가 터지고 나서 어느날 집집마다 보지도 않을 신문을 배송하더군요. 그래서 우리가 일일이 걷어 반송했던 적이 있지요. 죽은 사람 앞으로도 보내더군요. 지금까지 아마도 3억원은 받았을 겁니다. 한수원에서 언론을 매수했다는 얘긴 공공연한 사실이지요.
대화는 끝났습니다. 내일이면 만 6개월째입니다. 군수가 대화하고 싶다면 그러한 망발을 하면 안되지요.
※김종규 군수는 지난해 9월 ‘저도 여러분과 같이 부안군을 사랑합니다. 돌을 던지고 싶으면 던지세요’라는 말을 해 주민들이 이에 격분, 내소사에서 전치6주의 폭행을 당한 바 있다.
이 곳은 지진도 몇 번이나 난 곳입니다. 정부에서는 그 때마다 ‘별 것 아니다’라고만 하는데요. 원전센터 들어설 곳에 이렇게 지진이 나는데 진정 문제가 안됩니까?
저는 핵폐기장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이 곳에 살 것입니다. 처가가 서울인데, 가족은 이미 서울로 보냈지요.
Q 격포 주민들도 일본에 견학을 다녀왔습니까?
다녀 온 사람들도 있겠지요. 위도 사람들은 거의 다 갔다고 들었어요. 거기서의 행태도 참 가관입니다. 거기 다녀온 사람이 그러더군요. 70세 노인에게 18세 일본 윤락녀를 붙여줬다고. 1인당 30만원씩 주기도 했다더군요.
위도 사람들의 경제성을 감안할 때 정부에서 3-5억원씩 지원한다고 했던 것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주식회사를 만들어 주식으로 배당한다고 하니까 주민들이 열받은 거죠. 제가 알기로는 위도발전협의회 정모씨는 10억원의 개인빚이 있다고도 합니다. 또, 찬성측의 어떤 인사는 하루아침에 모든 빚이 탕감됐다고도 하지요. 한수원의 계략이라고 봅니다.
※ K모씨는 늦은 시간까지 기자와 함께 하며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원래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라며 자신을 밝힐 뿐, 익명을 끝까지 요구해 더 이상 물을 수 없었다. 지역언론의 금품수수설과 견학 다녀온 주민들의 금품수수도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다. 다만, 산자부에서는 이에 대해 근거없는 이야기라고 짧게 말했다. 그렇다면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얘기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반대측 집회 및 행사 - 촛불집회(2004년 1월 7일. 167일째.)
“양심 팔아먹는 사람들 없어져야”
여름부터 이어진 민주화 성지 ... 찬성측 향한 ‘살생부’ 제작 예정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7월부터 이어져온 촛불집회는 계속되고 있다. 부안성당 앞마당에 오후 7시를 넘기자 한두명씩 주민들이 모이기 시작해 어림잡아 200여명은 모인 듯 했다. 제1부로 대체에너지와 관련한 영상물 상영이 있었고, 이어 김진원 위원장이 마침 1월 7일 오전 서울대학교 교수들의 발표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노란 파커를 입은 부안군 촛불집회 참가주민인 이영희(60)씨는 “지난해 7월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나오고 있다”며 “찬성측 주민들이 늘어난다해도 우리는 계속 반대운동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날 집회는 특히 전날 성당으로 이동 중 교통사고로 부안시내 모병원에 입원해 있는 33명의 주민들이 병원에서 이원으로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또한, 한 주민은 유행가 가사를 개사해 부르며 흥을 돋우기도 했고, 면단위 2대 대책위원회 최백규(48) 위원장의 임명식도 거행됐다.
집회 막바지에는 곳곳에서 답지한 성금을 읽어 내리며 집회의 근간을 알렸고, 한 주민은 인터넷에 올려진 한 주민의 글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끝으로 한주민이 연단에 올라 ‘살생부’를 언급했는데 그는 “일본과 프랑스 방문자나 전경에게 밥을 판 주민들은 살생부 명단에 오를 것”이라며 “13개 읍면을 통틀어 반대측 주민과 함께 하지 않는 주민들을 모아 명단을 제작한 뒤 각 가정에 1부씩 나눠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그들은 돈을 벌었으니 언젠간 떠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교수들 원전센터 유치에 대한 성명서 - 핵발전추방범부안군민대책위원회 김진원 위원장
시간이 지날수록 저들은 이 핑계 대다 저 핑계 대다 이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날이 많이 춥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서울대학교에 핵폐기장을 유치하겠다라고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는 자기 자신을 속이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원자력이라는 것은 절대적으로 위험하기 때문에 철저하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18년간 떠돌고 있는 핵폐기장 문제가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기자회견문 내용을 읽으니 한탄스러울 따름입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현재 자금력이 있기 때문에 저들은 정치인과 교수들을 주무르는 것입니다. 이런 것에 학자적 양심과 책임을 느끼고 이를 유치한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합니다. 단, 절차가 있습니다. 서울대학교가 교수 몇 명의 것입니까? 서울대학교를 구성하고 있는 이들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관악산은 서울대학교의 것이 아닙니다. 관악산이 과천까지 뻗어있습니다. 서울시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서 유치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기자회견만 하고 책임을 회피한다면 학자적 양심을 팔아먹는 이 교수들을 규탄하고 철저히 응징해 나갈 것입니다. 부안 주민들은 알고 있습니다. 4700만 국민들도 알고 있습니다. 전문가라는 이유로 플루토늄을 먹어도 된다는 망발을 하더니 이제는 안전성을 볼모로 본질을 호도하고 왜곡하는 학자들을 규탄합니다.
우리 이런 더러운 꼴 한두번 겪습니까? 언젠가 진실은 밝혀지게 돼 있습니다. 이들이 고개를 못들고 다니게 되도록 우리는 싸움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 기자의 눈 - 부안을 돌아보며
도올선생이 지난 1월 5일 MBC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6개월간 계약을 한 모양이다. 그 첫 방송의 주제가 ‘역사는 무엇인가’였는데, 이 날 방송에서 그는 역사학자 故홍이섭님의 말을 빌려 “역사는 역사기술의 역사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일제 식민지하 시절 식민사관에 묻혀 역사를 기술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곧, 서양의 관점에 동양사를 해석했으므로 고대, 근대, 현대라는 것도 어찌보면 무의미하다는 논리였다. 또한 그는 이러한 식민사관의 주요 쟁점의 그 첫 번째가 ‘분열’이고 두 번째가 ‘사대’라고 했다. 곧 분열은 내우(內憂)이며 사대는 외환(外患)을 가르킨다는 것.
지난 7개월간 긴 진통을 겪고 있는 부안사태를 보면서 기자는 때마침 시작한 도올선생의 강의를 눈여겨볼 수밖에 없었다. 분열을 초래한 식민사관의 산물은 아닌지, 사대(원전)만을 고집한 정부가 외환을 가져온 것은 아닌지 하는 것이었다.
집단이기주의니 님비니 하는 말은 이미 부안 주민들에게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단어로 격하돼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관악산에 원전센터를 유치하고자 성명을 발표한 그 날, 관악구청은 발끈하고 나섰다. 지식층으로써 뭔가 책임을 통감해 그러한 ‘제안’을 했을 터인데, 주민 동의 없는 유치는 있을 수 없다는 게 구청의 반응이었다.
‘누군가 해주겠지’하는 막연한 기대는 항상 소음을 만들어낸다. 무책임한 통치나 무절제한 외침 또한 그 누구에게라도 지지받을 수 없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소음은 감언이설을 만들어냈다. 귀가 얇아지는 것은 인지상정인가. ‘돈’과 결부되지 않은 일은 과연 이 세상에 없는 것일까.
이 시점에 기자는 부안 사태가 점차 해결 국면을 보이고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지칠 만큼 지쳐서 인지, 정부도 주민도 모두 조용히 대화에 응하고 싶다고 말한다. 주민투표를 통해 의견을 낼 반대측이나, 집회를 통해 ‘찬성의 목소리도 있소’라고 말하는 찬성측이나, 모두 매한가지다. 누구의 잘못을 말할 수 없는 시대다.
정부는 이미 핵폐기물이 만들어지고 있는 이상, 국민들이 전기료를 지금보다 3배 이상 납부하지 않는 이상, ‘핵’과 관련한 처리장은 ‘필요악’이라고 말한다. 근본적인 대책을 논해야 할 부분이다. 국민적 합의를 이룬다면 정부도 ‘핵’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했다. 국민 투표라도 해서 전기 수급 구조를 원천적으로 바꿔놔야 한다는 얘기다.
어찌보면 닮은 구석이 있다. 환경에 대한 중요성은 이미 같이 공감하고 있다.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평화로운 선택, 그것은 멀지 않아 보인다.
후세대에 그 누가 좋지 않은 환경을 남기고 싶겠는가. 그러나 현재 이러한 환경의 문제가 비단 ‘핵’ 뿐일까. 생각해 볼 문제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결정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우리는 후세대에 더욱 면목이 서질 않게 될 것이다.
지난 2003년 7월 20일 부안의 한 주민이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놓은 글로 장문의 글을 마감하려 한다.
『반핵운동에 대해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이에 대해 한 환경운동가는 다음과 같이 반박하고 있다.
“반핵운동의 논리를 살피지 않은 상태에서 현상적으로 드러나는 주민운동만을 가지고 지역이기주의라고 판단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또한 이 세대의 편의를 위해 수십만년 지속될 핵폐기물을 남기는 것은 세대이기주의이며, 도시 중심의 사회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아름다운 산천을 훼손하며 핵발전소와 핵폐기장을 짓는 것은 도시이기주의임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핵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는 32개국 가운데 핵발전소를 추가 건설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하여 일본, 중국, 인도 네 나라뿐이라고 하며, 독일, 네덜란드, 영국 등은 핵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고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우리의 핵정책도 과감한 전환이 절박한 시점에 와 있으며 국민들도 핵으로부터 오는 위험 불감증에서 벗어나 핵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월간 민정 2004년 2월호
[이슈를 찾아서] 부안 원전폐기물 사태 제3편
-반대측 소리
인터뷰4 - 핵발전추방범부안군민대책위원회 김효중 교육국장
“현재 이 곳에 외지인은 없습니다”
에너지 절약 운동으로 핵 중심 전기수급구조 바꿔야
민주언론 만들어 주민화합 이끌어 낼 터
김효중 교육국장은 지난 7월부터 부안성당에 머물며 대정부투쟁을 벌이고 있는 핵심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덥수룩한 수염 아래로 비친 수더분한 인상이 부안에 터를 잡고 살아온 농촌 냄새를 그대로 풍겼다. 비교적 또박또박하고 간결한 어조로 답변에 임한 그는 대책위에서 ‘에너지 정책’과 관련한 업무를 중심으로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는 대책위의 파수꾼이다.
Q 오는 2월 주민 투표를 실시하기로 돼 있는데 예정대로 진행하는 건지요?
네, 그렇습니다. 처음하는 일이지만 해볼 것입니다. 정부에서 인정을 하건 안하건 주민투표는 시행될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의 문제입니다. 이미 70% 이상 주민들이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인한 스스로의 결집력을 보여줄 것입니다. 원래 이러한 주민투표도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하는 문제죠. 우리가 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정부의 자존심을 위해 우리가 한발 양보한 것 아닙니까.
Q 핵폐기물처리장 설립 반대 이유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생명의 소중함이지요. 저는 유기농을 하고 있습니다. 전기 없이도 살 수 있다고 봅니다. 이는 분명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핵발전의 시작은 선진국들의 핵무기 개발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이해될 수 없는 소지가 많습니다. 독일이나 영국, 스웨덴 등 이미 핵을 포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또한, 경제성도 없다고 봅니다.
일본 모지역도 처음에는 중저위폐기물만 처리한다고 해서 설립했다가 지금 세계 최대 폐기물장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20년, 30년 후에 이러한 처리장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르는 것입니다.
Q 찬성측 주민들은 원전센터가 들어서면 지역 경제 발전에 큰 몫을 담당한다고 믿고 있는데요.
경제성이 없습니다. 고준위처리물이 들어올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상시적인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영광에 5천명이상 견학을 이미 했는데, 경제가 매우 낙후돼 있었습니다. 시설 자체는 깨끗해서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지방자치정부는 재정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러나 국민들 호주머니는 더욱 가벼워졌답니다. 내 주머니가 중요한 것 아닙니까.
그리고, 영광원전센터 근무하는 사람들을 보면 생활권은 ‘광주’에 두고 있습니다. 영광의 경제를 위한일은 아니지요. 그들은 ‘수준이 안맞아서 함께 살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부안에 센터가 건립된다고 부안이 발전하리라는 얘긴 말도 안됩니다. 인구는 더욱 줄어들 것입니다.
Q 추후 원전센터가 다른 곳으로 결정된다면 대응책은?
부안의 문제가 해결됐다고 해서 우리의 문제가 끝나는 건 아닙니다. 우선 정부를 상대로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아울러, 군수에게도 책임을 물을 것이고요. 정신적 물질적으로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뼈저리게 느낀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언론이지요. 민주적 언론의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지역신문인 ‘부안21’ 창간준비호가 나온 이상, 이제 우리의 목소리를 여실히 담을 그릇을 마련할 것입니다.
Q 님비라는 비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러한 생각을 불식시키기 위해 에너지 절약 운동을 스스로 하면 그러한 생각은 사라지리라 봅니다. 이런 것을 실천함으로써 정부의 핵 중심 에너지 수급 구조를 바꿔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각 가정에서 절약 운동을 실천하고 태양이나 풍력 에너지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을 설치하면 해결될 것입니다.
Q 원전센터가 유치되든 안되든, 반목과 갈등으로 점철된 현재 부안 주민들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할 계획이십니까?
현재 반대측 주민이 절대 다수이기 때문에 그런 문제는 심하지 않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위도는 섬지역이기 때문에 원전센터 유치가 백지화 된다면 내륙과 위도 사이에 갈등은 상당 기간 남아 있을 수도 있죠. 부안 사람들은 순하고 착합니다. 언론에는 폭력적으로 보여졌지만 원래 그렇지 않습니다.
Q 폭력적이지 않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언론에 비춰진 시위는 모두 폭력으로 얼룩져 있었습니다.
네. 그랬죠. 그러나 그것은 벼랑 끝에 선 사람들의 행동이었습니다. 착한 본성이 있습니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래 격포대책위원회 임원들과의 인터뷰에서 자세히 언급하기로 한다) 사소한 마찰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있긴 하지만 많은 부류의 사람이 모이다 보니 일일이 통제할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대책위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는 얘기지요.
Q 찬성측 주민들이 지난 1월 5일 서울 집회때 화형식을 하기도 했는데요. 이 점에 대해서 당사자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그냥 웃던데요.(웃음) ‘우째 내 몸뚱이가 뜨겁더니 그런 일이 있었구만’이라고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크게 비중은 안둡니다. 그건 분명 김종규 군수가 주도한 과시적 쇼이고 언론플레이였다고 봅니다. 그리고, 당시 참가한 주민들 대다수가 부안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위도 주민 50여명, 부안사람 500여명 정도로 봅니다.(찬성측은 그 날 집회 인원이 1,500여명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Q 현재 부안성당에 머물고 있는 주민은 모두 몇 명이나 되나요?
초창기에는 15명 이상 됐는데요. 지금은 10여명 남아 있습니다. 모두 생업을 포기했지요. 농사꾼들이라 한해 쉬어도 큰 탈이 없을 것 같아서인지 모두들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Q 찬성측 주민들은 외지인과 대화를 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초창기에 외지인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집행부에 외지인은 없습니다. 실제적으로 귀농을 한 분들을 외지인이라 일컫는데 그건 문제가 있습니다. 이미 10여년간 부안에서 살았거든요. 그리고, 대화를 원한다면 대화에 응할 것입니다. 대책위는 산자부와 직접 만나고 싶습니다. 정부는 현재 주민끼리 해결하라고 하는데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현재 열쇠는 청와대에서 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정부에 하고 싶은 말씀은?
개인적인 이익을 떠나 큰 틀 속에서 이 에너지 문제를 들여다봤으면 합니다. 이 땅에서 에너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분들의 간절한 바램입니다. 정말 핵만이 살 길인가에 대해 전 국민이 고민해야 합니다. 그 동안 해왔기 때문에 밀어붙이기식 일방적 생각이 아닌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에너지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재고가 필요합니다. 국민들 스스로 ‘이건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라고 책임지는 자세로 인식돼야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인터뷰5 - 변산면 격포지역대책위원회 임원들
정부의 2조원 지원 “과자값에 불과”
“한국수력원자력(주), 부안지역언론에 월 5천만원 홍보비로 지원했다”
전경에 음료수 건네던 주민 방패로 이마 찍혀
촛불집회가 끝나고 변산반도로 향했다. 시각은 이미 10시를 넘어서고 있을 무렵, 격포에 다다르니 컴컴한 바닷가 풍경을 앞으로 환한 형광등 불빛이 작은 막사 안에서 흘러나왔다. 발길을 끄는 것은 분명 ‘핵없는 세상’이라는 문구였다.
사무실로 들어서니 대여섯명이 노란파커를 입고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격포지역에서 나고자란 토박이로 매일 자비로 구입한 버스로 주민들을 촛불집회장까지 이동시켜주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이다. 김육일 부위원장, 이기영, 정해수, 이병연 등은 “이 지역이 바로 반핵운동이 시작된 곳”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격포지역대책위원회의 목소리를 담았다.
이기영(이하 ‘기영’) 현재 주민들을 매일 부안성당까지 이동시키기 위해 버스를 최근 2대 구입했어요. 모두 자비로 구입한 것이죠. 총 5대로 나누어 타고 이동합니다. 매일 대략 180여명이 움직인다고 보면 되지요.
김육일 부위원장(이하 ‘육일’) 현재 위도 분위기로 봐서 찬성과 반대는 50:50입니다. 그러나, 마을에서 인정받는 사람들은 대부분 반대측 입장에 서 있습니다.
※이때, 격포대책위 정해수 인터넷실장이 말을 거든다.
정해수(이하 ‘해수’) 인터넷 홈페이지에 각종 사진과 동영상을 제작해 올리고 있어요. 주소는 www.gyokpo.net 입니다. 현재 30여명 정도가 자발적으로 자원봉사하고 있죠. 모두 지역 청년들이예요. 지난 2003년 7월 9일부터 하루도 안쉬고 있어요. 집에도 못들어가고... 1주일에 집에서 밥 먹는 날이 하루 정도 밖에 안될 겁니다.
Q 하루도 빠지지 않고 촛불집회에 참석하신다 했는데, 피곤하거나 몸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참석하기 귀찮을 때도 있을 듯 한데요?
기영 아뇨. 매일매일 참석하는 것이 기분 좋습니다. 사실 난 봉사라는 것과 거리가 멀었던 사람인데, 봉사가 이렇게 마음 즐겁게 해주는 것인줄 몰랐습니다.
해수 여기 나오는 사람들은 거의 가정과 생업을 포기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30-40대 젊은 청년들이 뭉쳐있기 때문에 힘도 있고 재력도 있지요. 성금도 자발적으로 거두는데, 돼지를 가져다 주시는 분도 있고, 쌀이나 떡도 몇가마니씩 기부하시는 분도 있어요.
이 정말 감동적인 것은, 얼마전 어느 할머니가 폐품 판 돈 3만원을 제게 맡기셨을 때 눈물이 다 나더군요. 한 여름에 운전하는 청년들 입에 사탕을 손수 까 넣어주시기도 합니다.
Q 핵폐기장이 들어서면 지역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치리란 기대도 있는데요.
이병연(이하 ‘병연’) 핵폐기장이 들어서지 않아야 이익입니다. 격포에서 위도까지 16.4km입니다. 지질학적으로 위도가 타당하다면 우리도 반대를 죽어라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이 곳은 맞지 않는다고 합니다. 군수가 유치 신청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유치된다는 건 말이 안되죠.
지역 경제에 플러스되는 요인이 3조원이라면 마이너스는 30조원에 이를 겁니다. 나이아가라 폭포 아시죠? 그거 하나로 그 지역의 관광수입은 어마어마합니다. 변산반도도 만만찮지요. 이러한 천혜의 관광지를 죽이자는 건지원... 정부가 2조원 지원한다고 했잖습니까? 과자값에 불과합니다. 변산의 가치는 2조원이상입니다.
해수 님비현상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우린 이미 겪었기 때문에 타지역 사람들에게 이러한 말을 안합니다. 지금 민심이 흉흉해서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이 매우 떨어졌습니다.
Q 폭력시위를 했다는 비난도 많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은?
해수 전경들과 대치했을 때 처음부터 우리가 폭력적으로 나간 것은 아닙니다. 전경들에게 날씨 더울 때 물도 떠다주고 음료수도 건네주고 했던 주민들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전경들이 방패로 주민 얼굴을 찍고...
피 흘리는 주민을 보고 눈 돌아가지 않을 사람 어딨습니까? 전경들은 헌법으로 보호를 받지만 우리 시위대는 그렇지 못하잖습니까. 저항 능력이 없는 노인들까지 피흘리는 것을 보니 ‘이게 무슨 법인가’라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또 제가 사진 담당이라서 잘 아는데요. 경찰들은 자기들이 찍은 사진으로 구속자를 감별해 냅니다. 손만 들고 있어도 내리치는 것으로 판단해서 구속시켜 버린단 얘기지요. 일례로, 한 주민이 사람들에게 ‘앉으세요’라며 두손을 들었는데 사진 속 두손 든 모습만 보고 경찰은 주동자로 몰아 구속시켰지요. 웃기지 않습니까? 그 분은 징역 4년에 처해졌죠.
※대화를 나누다보니 시간은 이미 11시를 넘기고 있었다. 임원들이 하나둘 빠져나가고 있을 때쯤, 격포의 한주민이라고만 밝힌 K씨가 중요한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격포 앞바다를 아십니까? 칠산앞바다라 일컫는 이 곳은 황금어장으로 어부들에게 사랑받는 곳이었어요. 영광굴비라는 것도 모두 이 곳에서 잡아다가 영광에서 건조시켜 ‘브랜드’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런데, 영광에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면서 어선들이 북상하고 있어요. 새만금과 영광발전소로 인해 어획량이 급감한 것이죠.
※이야기 중간에 그는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에게 큰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유인즉슨, 새만금 사태때 헬기로 그 곳을 방문하고 주민들이 첨예하고 대치했던 그 날 부안은 찾지 않았다는 것. 그는 폭력적으로 시위가 비춰진것에 대해 억울해 했다.
주민들이 처음에는 평화적으로 ‘앉아서 합시다’라며 계속 ‘앉자앉자’고 외쳤습니다. 그런데 그것으로 인해 많이 다쳤어요. 지금은 이 구호를 제일 싫어합니다.
억울합니다. 지역 신문이 부안에 4-5개가 있는데 모두 한수원(주식회사 한국수력원자력)에 홍보비로 월 5천만원씩 받았다고 합디다. 지금 2개월째 못받고 있다고는 합니다만... 모두 언론의 조작으로 폭력 시위로 보여진게 억울할 뿐입니다.
Q 지역언론의 금품수수가 확실합니까?
확실할겁니다. 새부안, 부안저널, 서림신문 등 부안 사태가 터지고 나서 어느날 집집마다 보지도 않을 신문을 배송하더군요. 그래서 우리가 일일이 걷어 반송했던 적이 있지요. 죽은 사람 앞으로도 보내더군요. 지금까지 아마도 3억원은 받았을 겁니다. 한수원에서 언론을 매수했다는 얘긴 공공연한 사실이지요.
대화는 끝났습니다. 내일이면 만 6개월째입니다. 군수가 대화하고 싶다면 그러한 망발을 하면 안되지요.
※김종규 군수는 지난해 9월 ‘저도 여러분과 같이 부안군을 사랑합니다. 돌을 던지고 싶으면 던지세요’라는 말을 해 주민들이 이에 격분, 내소사에서 전치6주의 폭행을 당한 바 있다.
이 곳은 지진도 몇 번이나 난 곳입니다. 정부에서는 그 때마다 ‘별 것 아니다’라고만 하는데요. 원전센터 들어설 곳에 이렇게 지진이 나는데 진정 문제가 안됩니까?
저는 핵폐기장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이 곳에 살 것입니다. 처가가 서울인데, 가족은 이미 서울로 보냈지요.
Q 격포 주민들도 일본에 견학을 다녀왔습니까?
다녀 온 사람들도 있겠지요. 위도 사람들은 거의 다 갔다고 들었어요. 거기서의 행태도 참 가관입니다. 거기 다녀온 사람이 그러더군요. 70세 노인에게 18세 일본 윤락녀를 붙여줬다고. 1인당 30만원씩 주기도 했다더군요.
위도 사람들의 경제성을 감안할 때 정부에서 3-5억원씩 지원한다고 했던 것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주식회사를 만들어 주식으로 배당한다고 하니까 주민들이 열받은 거죠. 제가 알기로는 위도발전협의회 정모씨는 10억원의 개인빚이 있다고도 합니다. 또, 찬성측의 어떤 인사는 하루아침에 모든 빚이 탕감됐다고도 하지요. 한수원의 계략이라고 봅니다.
※ K모씨는 늦은 시간까지 기자와 함께 하며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원래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라며 자신을 밝힐 뿐, 익명을 끝까지 요구해 더 이상 물을 수 없었다. 지역언론의 금품수수설과 견학 다녀온 주민들의 금품수수도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다. 다만, 산자부에서는 이에 대해 근거없는 이야기라고 짧게 말했다. 그렇다면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얘기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반대측 집회 및 행사 - 촛불집회(2004년 1월 7일. 167일째.)
“양심 팔아먹는 사람들 없어져야”
여름부터 이어진 민주화 성지 ... 찬성측 향한 ‘살생부’ 제작 예정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7월부터 이어져온 촛불집회는 계속되고 있다. 부안성당 앞마당에 오후 7시를 넘기자 한두명씩 주민들이 모이기 시작해 어림잡아 200여명은 모인 듯 했다. 제1부로 대체에너지와 관련한 영상물 상영이 있었고, 이어 김진원 위원장이 마침 1월 7일 오전 서울대학교 교수들의 발표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노란 파커를 입은 부안군 촛불집회 참가주민인 이영희(60)씨는 “지난해 7월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나오고 있다”며 “찬성측 주민들이 늘어난다해도 우리는 계속 반대운동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날 집회는 특히 전날 성당으로 이동 중 교통사고로 부안시내 모병원에 입원해 있는 33명의 주민들이 병원에서 이원으로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또한, 한 주민은 유행가 가사를 개사해 부르며 흥을 돋우기도 했고, 면단위 2대 대책위원회 최백규(48) 위원장의 임명식도 거행됐다.
집회 막바지에는 곳곳에서 답지한 성금을 읽어 내리며 집회의 근간을 알렸고, 한 주민은 인터넷에 올려진 한 주민의 글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끝으로 한주민이 연단에 올라 ‘살생부’를 언급했는데 그는 “일본과 프랑스 방문자나 전경에게 밥을 판 주민들은 살생부 명단에 오를 것”이라며 “13개 읍면을 통틀어 반대측 주민과 함께 하지 않는 주민들을 모아 명단을 제작한 뒤 각 가정에 1부씩 나눠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그들은 돈을 벌었으니 언젠간 떠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교수들 원전센터 유치에 대한 성명서 - 핵발전추방범부안군민대책위원회 김진원 위원장
시간이 지날수록 저들은 이 핑계 대다 저 핑계 대다 이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날이 많이 춥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서울대학교에 핵폐기장을 유치하겠다라고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는 자기 자신을 속이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원자력이라는 것은 절대적으로 위험하기 때문에 철저하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18년간 떠돌고 있는 핵폐기장 문제가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기자회견문 내용을 읽으니 한탄스러울 따름입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현재 자금력이 있기 때문에 저들은 정치인과 교수들을 주무르는 것입니다. 이런 것에 학자적 양심과 책임을 느끼고 이를 유치한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합니다. 단, 절차가 있습니다. 서울대학교가 교수 몇 명의 것입니까? 서울대학교를 구성하고 있는 이들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관악산은 서울대학교의 것이 아닙니다. 관악산이 과천까지 뻗어있습니다. 서울시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서 유치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기자회견만 하고 책임을 회피한다면 학자적 양심을 팔아먹는 이 교수들을 규탄하고 철저히 응징해 나갈 것입니다. 부안 주민들은 알고 있습니다. 4700만 국민들도 알고 있습니다. 전문가라는 이유로 플루토늄을 먹어도 된다는 망발을 하더니 이제는 안전성을 볼모로 본질을 호도하고 왜곡하는 학자들을 규탄합니다.
우리 이런 더러운 꼴 한두번 겪습니까? 언젠가 진실은 밝혀지게 돼 있습니다. 이들이 고개를 못들고 다니게 되도록 우리는 싸움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 기자의 눈 - 부안을 돌아보며
도올선생이 지난 1월 5일 MBC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6개월간 계약을 한 모양이다. 그 첫 방송의 주제가 ‘역사는 무엇인가’였는데, 이 날 방송에서 그는 역사학자 故홍이섭님의 말을 빌려 “역사는 역사기술의 역사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일제 식민지하 시절 식민사관에 묻혀 역사를 기술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곧, 서양의 관점에 동양사를 해석했으므로 고대, 근대, 현대라는 것도 어찌보면 무의미하다는 논리였다. 또한 그는 이러한 식민사관의 주요 쟁점의 그 첫 번째가 ‘분열’이고 두 번째가 ‘사대’라고 했다. 곧 분열은 내우(內憂)이며 사대는 외환(外患)을 가르킨다는 것.
지난 7개월간 긴 진통을 겪고 있는 부안사태를 보면서 기자는 때마침 시작한 도올선생의 강의를 눈여겨볼 수밖에 없었다. 분열을 초래한 식민사관의 산물은 아닌지, 사대(원전)만을 고집한 정부가 외환을 가져온 것은 아닌지 하는 것이었다.
집단이기주의니 님비니 하는 말은 이미 부안 주민들에게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단어로 격하돼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관악산에 원전센터를 유치하고자 성명을 발표한 그 날, 관악구청은 발끈하고 나섰다. 지식층으로써 뭔가 책임을 통감해 그러한 ‘제안’을 했을 터인데, 주민 동의 없는 유치는 있을 수 없다는 게 구청의 반응이었다.
‘누군가 해주겠지’하는 막연한 기대는 항상 소음을 만들어낸다. 무책임한 통치나 무절제한 외침 또한 그 누구에게라도 지지받을 수 없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소음은 감언이설을 만들어냈다. 귀가 얇아지는 것은 인지상정인가. ‘돈’과 결부되지 않은 일은 과연 이 세상에 없는 것일까.
이 시점에 기자는 부안 사태가 점차 해결 국면을 보이고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지칠 만큼 지쳐서 인지, 정부도 주민도 모두 조용히 대화에 응하고 싶다고 말한다. 주민투표를 통해 의견을 낼 반대측이나, 집회를 통해 ‘찬성의 목소리도 있소’라고 말하는 찬성측이나, 모두 매한가지다. 누구의 잘못을 말할 수 없는 시대다.
정부는 이미 핵폐기물이 만들어지고 있는 이상, 국민들이 전기료를 지금보다 3배 이상 납부하지 않는 이상, ‘핵’과 관련한 처리장은 ‘필요악’이라고 말한다. 근본적인 대책을 논해야 할 부분이다. 국민적 합의를 이룬다면 정부도 ‘핵’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했다. 국민 투표라도 해서 전기 수급 구조를 원천적으로 바꿔놔야 한다는 얘기다.
어찌보면 닮은 구석이 있다. 환경에 대한 중요성은 이미 같이 공감하고 있다.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평화로운 선택, 그것은 멀지 않아 보인다.
후세대에 그 누가 좋지 않은 환경을 남기고 싶겠는가. 그러나 현재 이러한 환경의 문제가 비단 ‘핵’ 뿐일까. 생각해 볼 문제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결정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우리는 후세대에 더욱 면목이 서질 않게 될 것이다.
지난 2003년 7월 20일 부안의 한 주민이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놓은 글로 장문의 글을 마감하려 한다.
『반핵운동에 대해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이에 대해 한 환경운동가는 다음과 같이 반박하고 있다.
“반핵운동의 논리를 살피지 않은 상태에서 현상적으로 드러나는 주민운동만을 가지고 지역이기주의라고 판단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또한 이 세대의 편의를 위해 수십만년 지속될 핵폐기물을 남기는 것은 세대이기주의이며, 도시 중심의 사회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아름다운 산천을 훼손하며 핵발전소와 핵폐기장을 짓는 것은 도시이기주의임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핵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는 32개국 가운데 핵발전소를 추가 건설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하여 일본, 중국, 인도 네 나라뿐이라고 하며, 독일, 네덜란드, 영국 등은 핵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고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우리의 핵정책도 과감한 전환이 절박한 시점에 와 있으며 국민들도 핵으로부터 오는 위험 불감증에서 벗어나 핵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월간 민정 2004년 2월호
[이슈를 찾아서] 부안 원전폐기물 사태 제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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