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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일반기사[2003~2007]

경찰 운영 혁신을 위한 지역경찰제 ‘순찰지구대’

[ okGGM 일반기사 ] 
“파출소 없어진 지 오래 됐습니다”
2003년 8월 ‘순찰지구대’ 전면 시행 ... 각종 부작용 나타나

   

☞ 밤 12시 파출소 현장, ‘아침 9시에 오세요’


지난 2003년 8월 1일 대한민국의 모든 파출소가 새롭게 태어났다. 이른 바 ‘순찰지구대’다. 경찰운영의 혁신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며 탄생한 ‘지역경찰제’는 현재 시행 6개월을 맞았다. 파출소라는 이름이 ‘치안센터’로 변경된 것.


지능화 및 기동화, 광역화되는 현대 범죄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종전의 소규모 파출소 중심의 경찰 활동을 3-4개 파출소 구역을 한데로 묶은 광역기시스템으로 개편한 것이다. 즉, 종전의 관할 구역을 없애고 더 많은 경찰관이 더 많은 구역을 ‘함께 순찰하고 함께 대처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순찰지구대의 탄생에 대한 필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2001년 4월 파출소 3교대제 전면 시행 이후 경찰관 충원이 되지 않아 인력 부족이 심화됐고, 소규모 파출소 단위로 과도하게 인력이 분산돼 현장 대응력이 약화되는 등의 지적이 날로 높아졌습니다. 또한, 2004년부터 치안보조인력인 ‘의경’을 단계적으로 감출할 예정이어서 뭔가 새로운 대안이 필요했습니다.”


그 대안으로 기존 파출소를 순찰지구대로 바꾸게 됐다. 우선 순찰지구대는 ▶기본형(도시형)-파출소를 3개 기준 구역으로 묶어 순찰지구대를 설치, 인력 및 장비를 집중 운영하며 파출소에는 1-4명의 민원담당관을 배치해 치안서비스센터화 한다. ▶농촌형-파출소장은 지구대 사무소장을 겸직하고 지역경찰활동을 강화하며, 근무자들은 파출소에서 현지 교대를 실시 치안 공백을 방지한다. ▶특수형(특수파출소)-특수한 치안수요가 있는 지역으로 현 파출소 체제 및 인원 등을 그대로 유지한다. 단, 파출소 업무를 독자 수행하게 되지만 순찰지구대에는 편입돼 운영된다.


현재 대한민국의 치안 수준은 세계적이다. 그 만큼 강력 범죄 검거율도 비교적 높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범죄 유형은 날로 포악해지고 강력해 지고 있다. 집단 폭력에 대한 ‘공권력이 무기력하다’는 말은 어제 오늘 들은 얘기가 아니다.


이러한 민원에 대해 경찰도 심사숙고 했다. 선진국의 치안 실태에 대해서 발빠르게 파악하며 ‘순찰지구대’라는 것을 개발해 냈다. 그러나, 이 제도 시행으로 약 20% 정도 외근인력이 늘어났다. 또한, 지난 50여년간 국민들의 치안센터로 인식돼 온 ‘파출소’라는 이름이 없어지면서 지역 주민들의 막연한 불안감이 커졌다. 그리고 3교대로 근무 강도가 높아짐에 따라 중간관리층인 경위, 경사급의 사기저하도 큰 우려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찰청은 지난 2003년 6월 한달간 시범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은 ‘합격점’. 그럼 결과부터 일단 살펴보자.


경찰청에서 지난해 7월 내놓은 시범 운영 분석 자료에 의하면, ‘현장 대응력이 강화됐고, 강절도범 검거율도 상승했다’고 나타났다. 공무집행방해사범이 전년 6월 동기간 대비해 약 6%정도 줄었으며, 강도범과 절도범도 각 17%, 27%로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또한, 순찰지구대에 대한 선호도 조사에서도 63.3%가 ‘적극 지지’하는 등 긍정적 반응을 나타냈으며, 도시지역은 근무여건의 개선돼 좋았고(48%), 농촌지역은 2인 기동순찰 및 대응력 강화(42%)면에서 좋았다라고 밝혀졌다.


또한, 경찰청이 지난해 11월 전국 서장급 이상 지휘관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86% 이상 ‘순찰지구대 제도가 치안효과에 도움이 된다’고 나타났다. 실제 일선 경찰관도 “여러 대의 순찰차가 하나의 강력 범죄를 공동 대처할 수 있어 위기 관리면에서 매우 뛰어난 제도임엔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연 경찰청의 조사결과대로 시민들은 더 많은 치안 유지에 만족해하고 있을까? 이 같이 파출소가 ‘순찰지구대로’ 개편된 것을 시민들은 알고 있을까? 치안부재의 현장 사례가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 압구정동에서 웃지못할 사건이 하나 터졌다. 20대 여성을 태운 택시기사가 강도로 돌변, 여성에게 금품을 요구하자 틈을 노린 여성이 택시에서 내려 파출소로 달려갔다. 당연히 경찰관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온 힘을 다해 뛰었다. 시간은 새벽 2시.


파출소로 뛰어들어가 문을 열려고 한 순간, 문은 열리지 않았다. 잠겨있었다. 파출소가 새벽 2시에 문을 잠궈 놓을 수 있을까? 밤 11시까지만 운영된다는 사실을 그녀는 몰랐던 것이다. 그녀를 뒤쫓아온 택시기사는 폭행 후 결국 핸드백을 빼앗았다.


이 사건과는 달리 어처구니 없는 사고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김모씨는 밤 11시 이후 파출소가 문을 닫는다는 것에 착안, 새벽 4시경 충북 청주시 모치안센터에 잠입했다. 현관 열쇠박스를 부수고 들어간 것. 그는 아무도 없는 파출소가 마냥 신기한 듯, 책상 서랍에 있던 진압봉을 들고 유유히 나와 강도 행각을 벌였다.


☞ 경찰관들, “눈의 핏기를 없애고 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순찰지구대’가 이제 시행 5개월여 밖에 안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얼만큼의 더 많은 치안부재현상이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반면, 경찰청의 조사 결과대로 범죄자 검거율이 높아지는 등 치안이 더 강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점 하나만은 명확하다. 야간에 파출소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든든했던 인근 주민들은 이제 불안에 떨고 있다.


일선 경찰관들도 불만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문제점을 제기했다가 타깃이 될 것을 염려해 조용히 지내는 형편이다. 실제 광주의 모 경찰관이 지역경찰제에 대한 문제점을 인터넷에 올렸다가다 불구속 입건되고 파면 조치된 사례가 있다.


사단법인 반부패국민연대는 지난해 10월 이러한 사건을 ‘2003년 9월 부패뉴스 1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일선 치안센터(옛 파출소) 경찰관의 말은 이 사건에 힘을 실어준다.


“지구대 시행 3개월여만에 근무 환경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으로 돌아간 것이죠. 12시간 근무하고 24시간 휴식하는 형태 말입니다. 지구대가 시행되고 나서 ‘변형 3교대’라는 것이 나와 다소 위안을 삼기도 했는데 다시 예전 근무 형태로 돌아가 피로감을 해소할 수 없어 답답할 뿐입니다. 제대로 된 말을 윗선에 올릴 수 없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경찰 조직의 현실입니다.”


변형 3교대라는 것은 한 주는 낮에만, 한 주는 밤에만 근무하는 것을 말한다. 즉, 1주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근무하고, 2주차는 오후 9시부터 그 다음날 오전 7시까지 근무하는 형태다. 근무시간 중간에 비는 2시간은 휴식 시간이다. 편하게 휴식할 수 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경찰청은 지난해 11월 제도를 대폭 수정했다. 일선 경찰관들은 3개월 사이 혼선을 빚는 정책에 대해 불만이 높다. 휴식도 1시간으로 줄었다. 일명 ‘가(假)수면’이라 하여 이는 ‘의자에 앉아 쉬라’는 뜻이라고.


실제 모지구대 한 경찰관은 “지구대 근무에 겨우 적응했는데 또 다시 석달만에 근무형태를 바꿔 혼란스럽다”며 “치안센터에서 2시간씩 쉴 수 있었던 야간휴게제를 없애는 대신 시차제 형태로 1시간씩 상황대기 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휴식을 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변형 3교대 시행시 주간근무를 할 때면 나름대로 가족과 친지, 친구들과 어울려 ‘스트레스 해소’할 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 경찰관도 사람이다. ‘국민의 지팡이’ ‘친절 봉사’라는 말을 일단 배제하고 보자면 그들도 ‘개인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인 셈이다.


일선 경찰관들 ‘눈의 핏기’를 없애 주자고 만들어 낸 지구대 제도가 다시금 그들의 핏기를 돌게 만든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몸이 피곤하면 일단 ‘친절’도 제대로 된 ‘친절’이 아니며, 각종 범죄에 대해 지능적으로 대처하는 ‘능동화’가 아닌 시키는 대로 마무리하는 ‘수동화’가 될 뿐이다.


이에 대해 일선 경찰관은 “기존 파출소 단위로 운영될 때의 ‘동료애’는 이제 거의 볼 수 없다”라며 “퇴근 후 소주 한잔 마시는 낙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20여명이 넘는 지구대 인원들과 친목을 도모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다는 얘기다.


현재 근무형태는 12시간 근무에 24시간 휴무다. 수치로 봐선 대략 ‘휴식 시간이 많다’고 할 수 있으나 실제는 그렇지 않다. 예컨대, 제1일차 오전 9시 출근해 오후 9시에 퇴근한다. 바로 취침. 제2일차 오전에 일어난다. 그리고, 그 날 오후 9시에 출근을 해야 한다. 술한잔 걸칠 수 있는 여건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낮시간에 취미생활을 할 수도 있겠으나, 여건상 TV보는 것이 유일하다. 낮에 만날 수 있는 친구가 몇이나 되겠는가. 집안의 대소사 참여도 ‘월차’라는 것이 있어 적용된다고 하지만, 각종 행사나 동료의 휴가 중이라면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는 물론, 순찰팀에 해당되는 얘기다. 즉, 발로 뛰는 일선 경찰관들의 근무 여건이다. 주간에만 상근 근무하는 민원담당관이나 소장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러한 일선 경찰관들의 근무 환경에 대해 경찰청 방범국 방범기획과에서는 “근무방법에 대한 것은 각 지역 서장의 재량”이라며 “각 지방청별, 혹은 지구대별로 변경 시행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각 지구대별로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실제 인력과 시간을 감안할 때, 탄력적이고 혹은 개별적으로 자유스럽게 운영하는 지구대가 과연 몇이나 될까.


모든 제도에는 장단점이 있을 수 있다. 시행착오 끝에 제대로 된 길을 간다면 그것은 격려해야 한다. 이제 겨우 4-5개월 밖에 안된 제도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도 비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지구대 제도는 철저한 사전 조사 없이 시행된 느낌이 역력하다. 50여년간 이어져 온 ‘파출소’라는 일반명사를 없애는 데 경찰은 과연 얼만큼의 시간을 할애했는가. 시행된 지 3개월여 만에 많은 문제점이 나타난다고 하여 제도를 부분 수정이 아닌 대폭 수정?보완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경찰청은 “출범 3개월을 맞은 지구대 조기 정착을 위해 시행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과감히 개선할 것”이라며 야간 휴게제를 폐지하고 시차제 교대, 근무교대 순환주기 단축을 내용으로 하는 지역경찰제 보완지침을 마련해 각 지방경찰청에 전달했다.


지난해 6월 이 제도를 시범 운영하면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음을 인식, 각종 자료를 분석하면서 시행을 늦추더라도 많은 연구를 했어야 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급박한 출범과 시행 6개월도 안돼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는 순찰지구대. 수십년전부터 내려온 ‘인력부재현상’은 여전하다.


“제도 변경보다는 인력 보강이 가장 큰 해결 과제”라고 말할 만큼 그들의 ‘피곤함’은 ‘국민의 지팡이’를 자처할 수 없게 만든다. 실핏줄 서린 눈으로 범죄 현장에 달려오는 그들. 두뇌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미흡하게 대처하게 만드는 원천적 문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말이 있듯, ‘국민의 안전이 먼저냐, 경찰관의 피로회복이 먼저냐’는 말이 떠오르는 시점이다.


만약, 이 글을 보고 있는 독자가 실제 테러를 당하거나 범죄의 대상이 됐다고 가정해 보자. 새벽녘 잠을 자고 있다가 강도를 당할 수도 있고, 퍽치기 등 강탈을 당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건은 밤 11시 이전에 해결해야 한다. 아니면 오전 9시까지 파출소 앞에서 기다려야 한다.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 근무하는 민원담당관이 ‘퇴근’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2인 1조로 운영되지만 퇴근은 11시다.

밤 11시 이후에는 무조건 전화를 해야 한다. ‘치안센터’로 직접 전화하면 각 지구대로 착신전환이 돼 무전으로 ‘순찰차’에 하달된다. 파출소로 달려가 봤자 아무도 없다. 순찰 중인 경찰관들이 가끔 파출소에 들러 1시간씩 휴식을 취할 뿐, 야간에는 파출소 문을 열쇠로 잠그고 상주하지 않는다. 교통사고가 났거나 범죄에 노출됐을 때, 시간이 야간이라면 무조건 길바닥에서 기다리거나 지구대까지 달려야 한다. 지나가는 순찰차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휴대폰이 없거나 인근에 공중전화도 없다면? 지구대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어리석은 질문일지 모르나, 이것이 현실이다.


현재 시행 중인 순찰지구대의 상황을 요약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파출소 3-4개를 묶어 지구대로 편입. 기존 파출소는 ‘치안센터’라는 이름으로 개칭. ▶순찰지구대 편성은 지구대소장(3명), 민원담당관(1-3명), 순찰팀(3개팀)으로 구성 ▶지구대소장은 각 치안센터를 수시로 방문 체크하며, 민원담당관은 2명이 1조가 되어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교대 근무. 민원담당관은 대체적으로 연령순으로 ‘경사’급에서 결정. ▶순찰팀 등 일선 경찰관들의 근무시간형태를 시행 후 3개월여만에 종전으로 되돌림. ▶강력범죄 등 관할 구역내 범죄 공동 대처할 수 있어 치안 유지에 큰 도움 됨. ▶각종 문제점 수정 보완 중 ▶경찰청 조사 결과에 의하면 치안 유지에 상당한 도움 됨. ▶일선 경찰관들, 제도 변경 보다는 인력 보강 및 시설 개선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


월간 民政(2004년 1월)
[이슈를 찾아서] 경찰 운영 혁신을 위한 지역경찰제 ‘순찰지구대’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