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kGGM 일반기사 ]
“입주자대표회의는 주민위해 일하는 대표들 맞소?”
제2편 SK건설이 받은 추가부담금 60-70억 어디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敵을 만들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적이 없는 사람은 진정한 친구도 없다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적어도 같은 울타리내에서 원수지간으로 산다는 건 지극히 불행한 일이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퇴색된 것은 이미 오래. 살가운 말한마디 건넬 수 없는 단절된 21세기 주거문화는 어찌보면 아파트라는 것이 등장하여 만들어낸 산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고기 굽는 냄새에 이끌려 눈인사로 숟가락 하나 더 놓고 담소를 나누던 우리네 정겨운 모습은 이제 정녕 사라지는 것일까.
‘월간 民政’ 재발간의 첫 기획특집은 불행하게도 활기찬 새시대의 희망섞인 외침을 다루지 못하고, 이러한 물음표를 들고 나서게 됐다. 어느 날 우연히 알게 된 서울시 동대문구 전농동SK아파트의 분란을 보면서 이 사회의, 혹은 이 시대의 아픔이 구구절절하게 배어 있는 듯 하여 서글픔마저 일었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아픔을 위해 처방을 내려주는 ‘언론’의 사명감으로 다가간 것은 사실이지만, 취재 과정에서 그들의 풀리지 않는 많은 문제점을 보면서 처방보다는 사실 전달에 주력해야 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쉽게 생각하면 작은 동네의 싸움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들의 문제를 사회의 단면이라고까지 칭하고 싶진 않다. 그러나, 경제가 밑바닥을 치고 온갖 부정부패가 난무하고 권력이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시점에 살다보니, 이 시대와 어찌나 닮은 구석이 많던지...
현재 전농동 SK 아파트는 입주자대표회의 집행부와 부녀회의, 관리사무소, SK건설 등 풀리지 않는 문제가 실타래처럼 꼬여 있다. 평화적 대화는 단절된 지 오래고, 각종 소송과 완력으로 가슴에 피멍만 키우고 있을 뿐이다. 그들을 찾아 그들의 소리를 듣고 동맥경화를 앓고 있는 이 아파트의 문제가 무엇인지 소상히 알리고자 한다.
☞ 사건의 절정
■ 입주자대표회의 입장
입주자대표회의에서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다. 모든 것이 월권행위라는 설명이다. 2003년 1월 1일부터 주민들에 의해 선출된 동대표들인 자신들을 친목단체인 부녀회에서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입주자대표회의 불신임 결의를 한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전농SK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김금봉 감사는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서명을 받았는지 모르겠으나 괴문서임에 틀림없다”며 “이는 법적 효력이 없는 것으로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물러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물러나더라도 명예롭게 모든 상황이 정리된 후에 물러날 것이다”라며 “제대로 된 주민들의 서명 날인이 아니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입주자대표회의와 부녀회는 업무중지 가처분 신청과 명예훼손 소송을 쌍방간 걸어놓은 상태로 법정 계류 중에 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나름대로 생업을 등지고 살아가는 무보수 봉사 단체다. 관할 시와 구에서 인정하는 입주자대표회의의 임원들은 해당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점 및 수익 등 제반 사항에 대해 책임을 지며, 업무를 수행할 권리와 의무를 지니게 되는 셈이다.
전농SK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인수자 부회장은 “주민들을 위하는 게 도대체 뭔지 생각해 봐야할 문제”라며 “주민들에게 피해를 줘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또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진행 중이었던 하자보수문제에 대해 부녀회가 중간에 나서서 왜 일을 ‘소송’까지 가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농SK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김금봉 감사는 “현재 청산인으로 등록돼 있는 분이 이영재씨와 이영진씨다”라며 “현재 청산은 모두 끝난 상태”라고 말했다. 즉, SK건설과의 결산은 모두 끝난 상태로 조합원도 이미 해체된 상황이라는 것.
그는 또 “부녀회에서 SK와 유착관계니, 돈을 먹었니 하는데 자장면 한그릇 얻어먹었으면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털어놓으며, “이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명예훼손소송을 부녀회를 상대로 냈다”고 말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을 김금봉 감사가 들려줬다.
“처음부터 SK건설과 소송까지 가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부녀회에서 선정한 하자보수조사업체인 G업체의 대표명이 등기부등본에 나와 있지 않았으며, 출처도 모를 만한 업체로 선정 의혹이 가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주민들은 현재 ‘하자’에 대한 정의를 모르고 있습니다. 형광등 나간 것이 어떻게 ‘하자’라고 할 수 있습니까? 소송이 고법, 대법원으로 가면 갈수록 금액이 지출되어 주민들의 손실 피해는 커집니다.
저희는 하자보수조사업체 G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G업체의 소송대리인 박00 변호사와 맺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원인무효소송’을 걸었습니다. 특히, 박00 변호사는 현재 SK와의 소송을 위해 입주자대표회의 이호완 회장과 갑,을의 계약자 관계인데, 입주자대표회의 업무중지가처분신청의 부녀회 소송 대리인으로 겸임하고 있으니 개탄스러울 따름입니다.
결국 현재 판사의 결정으로 업무중지가처분신청 소송의 부녀회측 변호사는 기존 박00 변호사에서 다른 변호사로 바뀌었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죄가 있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법의 심판을 기다릴 뿐입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현재 의결권이 없는 친목단체인 부녀회가 자신들의 의사 결정없이 업무 진행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3년차 하자적출문제에 대해서도 지난 2003년 5월 각 세대별로 모두 조사를 마치고 SK건설 측에 공문을 보냈으며 비록 기한을 넘기긴 했으나 2003년 8월 답신을 받았다고 했다.
SK건설로부터 ‘2003년 10월부터 2004년 4월까지 크랙(금이 간 부분)에 대한 하자를 보수해 주겠다’는 답장이 온 것. 그러나, 부녀회는 이 모든 사항이 지지부진하게 일처리를 하는 입주자대표회의의 업무 태만이라고 말한다.
전농SK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김금봉 감사는 “모든 것을 화해와 협력으로 용서를 빌면 지금이라도 소송을 취하해 살기 좋은 단지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가 그리 만만치 않아 보인다. 조합 시절부터 많은 문제점을 안고 지낸 전농SK아파트는 현재까지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모든 사태에 대해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으며 조합시절 총무로 재직했던 현 전농SK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이영재 총무를 만나보려 했으나, 직접 만나는 것을 회피해 만날 수 없었다.
한편, 전농SK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이호완 회장은 “모든 게 내가 미흡해서 일어난 일”이라며 “사실 나는 회장 자격이 없다”고 업무 실수에 대해 부분적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또 “임원 구성에 대해 묻지 말라”고 구성원 선발에 대해 함구했다.
■ 부녀회 입장
2003년 7월 6일까지 답변을 받아야 하자보수가 이뤄지는 시점에 SK건설의 답변도 없고 하자적출보증기한을 넘길 것 같아 부녀회는 직접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1, 2년차 하자보수는 이미 보증보험에 입주할 당시 들어놓은 금액이 모두 날아간 상태고, 3년차라도 자신들이 나서 사용해야 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자신들의 재산권에 대해 정당하게 행사한다는 생각에 시작한 것.
아파트 집안 내벽에 금이 가고 정화조에서 냄새가 나며 엘리베이터가 수십번 고장이 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SK건설의 비성실함에 새로운 부녀회 임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그들의 불성실함도 문제지만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동대표들이 원망스러웠다.
박정은 회장은 “동대표들이 조금만 나서서 일을 진행했더라면 이러한 사태까지 초래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부녀회는 즉각 임시회의를 소집해 하자적출조사업체를 직접 찾아나섰다. SK에 법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선조사 후납금을 내걸었던 G업체의 조건이 좋아(선불로 조사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주민이 대다수였고 조사비용 컸기 때문에) 그들을 선정, 하자적출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고 곧이어 하자적출문서를 작성해 G업체에서 선임한 박00 변호사를 통해 정식으로 소송에 들어갔다.
바로 이 점이 동대표들이 월권행위라 일컫는 부분이다. 전농SK아파트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에 대한 의사결정은 입주자대표회의 고유의 권한임을 상기, 강하게 비판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부녀회의 입장은 다르다. “지난 2003년 10월 전체 1,830세대 중 1,530세대에게 ‘입주자대표회의 불신임에 대한 승인’을 받았습니다. 일일이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그들의 해체를 주장했으나 그들은 먼저 명예훼손을 내걸며 소송을 걸고 이를 승복할 수 없다기에 맞소송을 걸었지요.”
현재 SK와 소송 중인 하자적출문제에 대한 모든 제반 서류는 박00 변호사를 통해 부녀회로 전달되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할 일을 부녀회에서 하고 있는 것이다. ‘월권행위가 아니냐’는 물음에 그들은 “이미 아파트 관리 규정상 2/3 이상의 찬성을 얻어 입주자대표회의 임원을 해체시켰기에 그들은 이제 임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들을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다.
“관리사무소 용역업체 Y도 현재 계약이 2년 단위로 이뤄지고 있는데 제1기 입주자대표회의 총무였던 분이 Y업체 출신이며, 현재 제2기 총무인 분은 조합 단체 시절 총무였던 분이 맡고 있습니다. 모두 불신할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또 있다. SK건설에서 정기적으로 녹(돈)을 먹고 있지 않느냐는 의혹이다. 뭔가 뒤가 구리지 않고서야 부녀회 자신들이 직접 나서서 SK건설과 싸우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이 얘기는 즉, 의결권도 없는 부녀회가 직접 나설 만큼 입주자대표회의의 무능력함을 비판하는 것이다. 2003년 초 전농SK아파트 관리용역 Y업체와 입주자대표회의, 부녀회는 하자적출보수문제에 대해 SK에 공동대처하기로 합의하고 ‘이행합의서’라는 것을 마련했다.
그러나, 2003년 6월 18일 임시회의때까지도 입주자대표회의와 Y업체는 아무런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지 않았다. 만료기한인 2003년 7월이 다가오자 위기감을 느낀 부녀회원들은 뒷짐만 지고 있는 입주자대표회의를 마냥 믿고 기다릴 수 없었다. SK건설과 소송이라도 걸어 직접 하자보수를 받고자 했던 것. 만료기한을 넘기면 자비를 들여 주민이 직접 하자보수를 해야했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부녀회는 관리용역업체와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다.
전농SK아파트 부녀회 박정애 간사는 “SK와 유착이 돼 있는 지 없는 지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주민의 대표로 뽑아놓은 입주자대표들이 왜 뒷짐만 지고 ‘이행합의서’대로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과정에서 하자적출보수조사 전문 업체인 G업체을 부녀회가 선정했고, G업체에서 지정한 박00 변호사는 현재 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박00 변호사는 하자적출문제에 대한 소송 대리인 역할을 수행하고자 부녀회장이 아닌 입주자대표회의 이호완 회장과 계약을 맺기도 했다.
또한 부녀회는 청산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모두 입주자대표회의 임원들이 잇권에 개입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1,830여세대에서 나오는 연간 관리비용 용역비 외형이 약 30억원에 이른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전농SK아파트 부녀회 박정애 간사는 “청산인이 SK로부터 돈을 받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며, 최근 SK로부터 월 30만원씩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 입주자대표회의는 부녀회 6명을 상대로 ‘명예훼손’으로, SK건설과의 소송도 입주자대표회의를 거치지 않고 결정된 사항임을 주장하며 ‘원인무효’ 소송을 걸어놓은 상태다.
전농SK아파트 부녀회 신춘자 총무의 설명이 뒤를 이었다.
“지난 2002년 7월 2억원이상의 폐열회수기 설치공사 계약을 체결하면서 약 5천만원이 싼 업체는 제외하고 약 2억6천960만원을 제시한 업체와 계약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입니다. 전농SK아파트 관리규약 <제10조1항7호>에 의하면 단일 공사비가 5천만원이 초과할 때는 반드시 주민 과반수의 동의를 얻도록 명시하고 있으나 대표회의에서는 2억원이 넘는 공사를 수주하면서 주민의 동의 없이 단독으로 결정해 체결했습니다. 이를 부녀회에서 강력히 항의해 결국 4천만원 인하해 계약한 적도 있습니다.”
이에 부녀회는 결국 입주자대표회의의 권한을 인정할 수 없어 주민 동의를 얻어 불신임 결의를 하게 됐고, 하자적출문제에 대한 법정 소송도 직접 나서서 하게 됐던 것이다.
부녀회 임원들은 “소송을 누가 하던 모두 주민을 위해 일하자는 것인데,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권 없는 부녀회가 나섰다고 ‘원인무효소송’을 건다는 게 말이 됩니까? 나서기 전에 먼저 일처리를 깔끔하게 했으면 됐을 일”이라며 흥분했다.
전농SK아파트 부녀회 박정은 회장은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소감을 피력했다.
“우리의 재산을 우리가 보호하자는 게 잘못된 것이라면 할 말 없습니다. 무능력한 입주자대표회의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직접 나서서 SK건설로부터 받아내야 할 것은 받아내야 했지요. 주민의 대표로 있는 분들이 주민을 대표하지 않고 하자적출에 대해 뒷짐만 지고 있는 입주자대표회의가 개탄스러울 뿐입니다. 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분들이 조용히 앉아 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그래서 SK건설과 유착관계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된 것입니다.”
한편, 부녀회는 입주자대표회의의 김금봉 감사에 대해 “그는 오래전 뇌물수수로 인해 집행유예를 받은 적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2003년 7월, 전농SK아파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돈거래가 있었는가?
현재 전농SK아파트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태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조합 구성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부분에 대해 함구로 일관하고 있는 이영재 총무로 인해 자세히 알 수 없음을 미리 밝혀 두는 바이다.
전농SK아파트 부녀회는 청산부분에 대해 “현재 이영재 총무는 청산인으로 등록돼 있어 그 동안 청산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많은 업무를 추진 중에 있다”며 “월 120만원을 받고 있으며 조합원시절 이사 6명도 현재 판공비로 월 30만원씩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녀회는 또 “그들이 매월 받아가는 돈이 어디서 왔는지, 얼마나 남았는지 등을 아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영재 총무는 간신히 연결된 전화통화에서 “모든 것을 밝힐 수는 없는 일”이라며 “현재 청산을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합원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배당금은 거의 없는 형편이며 2000년 당시 IMF로 인해 상가 미분양 등 적지 않은 적자가 나서 오히려 SK건설에 채무를 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몇 가지 질문을 더 던지기도 전에 전화를 “끊자”고 말해 더 이상 자세한 상황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2003년 7월 6일. 이 날짜는 2000년 7월 입주가 시작된 전농SK아파트의 3년차 하자보수보증 만료기한일이다. 이 날이 지나고 나면 주민들은 자비를 들여 자신의 아파트 하자보수를 해야 한다. 1, 2, 3년차의 하자보수비용은 천차만별이다. 기자가 확인한 결과, 주로 거실 벽, 욕실바닥, 주방 등 실내에서 발생하는 1년과 2년차의 하자보수비용과 엘리베이터 등 공동거주구역에서 발행하는 3년차 하자보수비용은 크게 차이가 났다.
1년과 2년차 시절, 주민들은 전농SK아파트내에 상주하고 있는 ‘하자보수팀’에 직접 신청을 해 몇 가지 하자보수를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당시 하자보수는 작고 미미한 부분이었다.
실제 하자보수신청을 했던 한 주민은 “실제 욕탕이 기울어져 있어 곰팡이가 슬며 욕탕 바닥의 기울기가 달라 물이 고여 하자보수신청을 했더니 이는 3년차때 신청하는 게 아니라 2년차때 했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해 하자보수를 못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말하자면 1년, 2년, 3년차 등 해마다 하자보수신청하는 부분이 다른 것이다. 예컨대 엘리베이터 등 공동거주지역에 해당하는 것은 3년차에 신청한다. 시기를 놓치면 보증받을 수 있는 부분이 소멸돼 버린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입주자대표회의에서는 “1, 2년차 시절 SK건설 측에서 상주한 직원이 있어 매번 처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녀회는 “엘리베이터의 경우 연 36회이상 고장이 발생하는 데도 입주자대표회의에서는 뒷짐만 지고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는 현재 부녀회에서 앞장서 엘리베이터 문제는 거의 모든 동을 수리해 지금은 비교적 원만하다고.
각종 민원이 발생하고 하자보수해야 할 부분이 많아지자,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용역 Y업체, 부녀회는 ‘이행합의서’라는 것을 작성하여 2003년 6월 20일까지 접수된 하자에 대해 시공회사에 처리 요청 및 처리결과를 각동 게시판에 공시하기로 결정하고 서명 날인했다.
그러나, 부녀회가 이행합의서대로 업무를 진행하지 않은 관리용역업체와 입주자대표회의를 강하게 비판하는 것이 바로 이 사태의 골자다. 뭔가 SK건설과 유착관계에 있으니 주민을 볼모로 업무 시한을 넘겨 진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발언이다.
그렇다면 왜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용역업체는 수수방관한 것으로 주민들에게 비춰진 것일까. 왜 불신을 만든 것일까. 그래서 부녀회가 나설 만큼 사태를 악화시킨 것일까. 부녀회 박정은 회장은 “부녀회가 직접 나서서 소송 준비를 하니 SK에서 부랴부랴 크랙부분에 대해 하자보수해 주겠다는 답변서를 보내 온 것으로 안다”며 “이는 이전까지 소극적이었던 SK와 대표자회의간의 유착이라는 소리 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제1기 입주자대표회의의 소극적 활동으로 1년과 2년차 시절 하자보수신청기한을 넘긴 주민들은 이제 부녀회를 찾아갔다. 자신들의 재산권 권리를 당당하게 행하고자 3년차를 넘기기 전에 직접 손을 걷고 부녀회와 함께 나선 것이다. 더 이상 입주자대표회의의 근무태만과 관리용역업체를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부녀회에서는 1년, 2년차 시절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았던 관리용역 Y업체의 유임도 문제화 하고 있다.
부녀회는 “전농SK아파트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고 지내던 관리용역업체의 근무 태만을 보고도 ‘재유임’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처사”라며 입주자대표회의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모든 것이 유착 관계에 있다는 논리다.
결국 부녀회는 초기 부담금이 없는 ‘선조사 후납입’을 내건 G업체를 선정했고, 그들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SK건설과 법정 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 사건의 결말
■SK건설은 과연 무엇을 한 것일까.
기자의 취재 과정에서 입주자대표회의와 부녀회 임원들을 모두 만나보았다. 다만, 조합원 시절부터 총무로 재직하며 가장 많은 부분에 대해 알고 있을 듯한 전농SK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이영재 총무를 만나보지 못한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대략적인 문제를 놓고 보면 이 사태는 분명 ‘하자적출문제’와 근무태만했던 ‘입주자대표회의의 해임건의’라 할 수 있다. 이 두 문제는 서로 맞물려 있다. KBS 시사프로에서도 두 번이나 다룰 만큼 문제가 많았던 조합원 시절의 문제까지 설명하려면 꽤 장문의 기사가 될 지도 모른다.
‘이행합의서’대로 하자문제에 대해 서류를 제출키로 했던 관리용역업체는 6월 20일이 다 돼서야 ‘전문용역업체’에 하자보수조사를 맡겨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입주자대표회의에서도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부녀회의 입장에서 보면 시간이 없었다. 15일이 지나면 하자보수처리가 3년 만기로 끝이 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마음이 조급해진 부녀회는 직접 하자보수조사전문 G업체를 선정했고, 그 업체에서는 당연히 소송이 들어가야 하는 만큼 변호사를 선임했다. 부녀회의 말에 의하면, “SK건설은 1년, 2년차때 그 어떤 하자보수에 대해서도 수수방관하다가 소송이 들어가고 나서 각종 하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며 법정에서 판사에게 제출할 증거자료 마련에 급급했다”고 말했다.
그 증거자료란 것은 하자보수처리에 대한 ‘고객만족 설문조사’ 형식의 문서라는 것. 만료시한을 넘기고 난 후 SK건설은 법정 증거 자료를 위해 하자보수신청을 한 주민들에게 설문조사를 받고, 별도의 설문조사도 받아갔다는 것이 부녀회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SK건설은 반대로 입주자대표회의를 두고 “하자보수신청이 없었기에 하자보수를 해주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할 만 하다. 그러나, 부녀회는 “입주자대표회의에 찾아가 건의를 해도 항상 되돌아오는 대답은 ‘알아서 할 터이니 신경쓰지 말라’는 것이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전에도 SK건설은 2000년 7월 15일 전농SK아파트 주민들이 입주하기 전 하나의 공문을 주민들에게 보냈다. 이 공문에는 ‘IMF와 상가 미분양으로 인해 조합과 시공사간에 약정한 공사비에서 약 94억원정도가 부족하게 되어 조합원별로 부담해야 할 금액이 있다’고 적어놓았다. 조합원 약 1,100가구에게 보낸 이 공문은 24평부터 42평까지 400만원에서 720만원 정도의 가구별 부담액을 명시해 놓았다. 계좌번호도 평화은행 060-**-****-***으로 적어놓았다. 대략 계산해도 60-70억원에 이르는 큰 금액이다.
또한, “이 부담액을 납부하지 않으면 입주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입주지정기간 이후에서 연체이율 17%를 적용하게 된다”고 적혀있다. 이에 대해 전농SK아파트 한 주민은 “당시 이 금액을 부담하지 않으면 실제 입주하지 못했다”며 “이 자금의 사용 내역에 대해서 아는 이가 없다”고 말했다.
취재 과정 중 드러난 사실이지만, 이 모든 부분을 차치하고서라도 시기적으로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이 하나 있다. 2000년 대선자금으로 100억을 만들어 민주당과 한나라당에 건넨 SK그룹은 진정 검찰의 조사 결과대로 100억원이 SK해운의 분식회계로 만들어낸 금액일까?
건설교통부 주택정책과 한 관계자는 “조합원 규약에 물가변동분에 대한 명시가 있어 추가부담금이 발생할 수도,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1,830세대를 건설할 당시 건축비를 충분히 산정했기에 추가부담금은 없을 것이라는 조합 측의 말이 뒤바뀌어 왜 추가부담금이 들어가야 했는지, 1,830세대의 건축비를 산출해보면 과연 SK는 적자를 봤을까?
■ 입주자대표회의 VS 부녀회
갈등과 번민만을 낳으며 현재에도 많은 소송을 계류 중인 전농SK아파트 두 단체는 어찌보면 정치의 축소판이자 이 시대의 아픔일 수도 있다. 한 동네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문제인 듯 하다. 해마다 수만 가구의 아파트가 준공되는 현실을 비춰볼 때, 이러한 문제는 ‘남의 일’로 치부할 것이 아닌 것이다. 바로 내게 일어날 수 있는 문제이며 가까운 이웃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지도 모르는 문제다.
어느 아파트라도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납부하라는 금액이 어디로 흘러가는 지, 그 사용처는 제대로 알고 있는지, 아파트 주민을 위해 행해지는 각종 사업과 업무들을 그들이 잘 수행하고 있는 지에 대해 관심이 없으면 전혀 알 수 없는 것들인 셈이다.
이러한 점에서 전농SK아파트의 문제는 이 사회의 문제라 할 수 있을 듯 하다. 입주자대표회의가 부녀회를 고소하고, 부녀회는 입주자대표회의를 고발한다. 아파트 가격 하락이 염려되어 오는 스트레스는 이미 버린 지 오래다. 앞으로라도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서로 맞서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대표회의대로, 부녀회는 부녀회대로 할 말이 있다. 모두의 말이 설득력이 있으나, 근본적인 문제에서 놓고 볼 때 ‘주민의 안정’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문제에 대해 동대문구청은 중재에 나서지 않았던 것일까? 동대문구청 주택관리과 한 직원은 “수차례 중재에 나섰으나 사태의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인근 아파트에도 이러한 경우가 많다”고 짧게 말했다.
전농SK아파트 부녀회 박정은 회장은 “그 동안 한번도 대화에 나서지 않던 입주자대표회의 임원들이 10월 17일에 사태 해결을 위해 대화에 나선 적이 있다”며 “이를 알고보니 10월 16일 부녀회 임원들을 모두 고소해 놓은 상태에서 이뤄진 행태”라고 개탄했다.
이 후 그들의 대화는 없다. 소송과 비판으로 얼룩진 전농SK아파트. 과연 어디로 가는 것일까. 주민을 위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무보수 봉사로 임하는 입주자대표회의와 부녀회. 두 단체 모두 주민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 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 에필로그
취재과정 중 알게 된 문제점을 토대로 의문시 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정확한 사안에 대해 언급을 피하는 입주자대표회의의 이영재 총무로 인해 많은 사실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명확한 의문점은 남는다. 몇 가지 짚어본다.
첫째, SK건설은 1,830세대나 되는 아파트 단지에서 조합원을 상대로 가구당 400-700백만원의 추가부담금을 갹출했다. 필히 갹출했어야 했는가? 갹출했다면 이 금액의 사용처를 알려주었는가? 현재 이 금액이 남아있지는 않는가?
둘째, 입주자대표회의의 승인하에 하자보수조사 G업체는 SK건설에 소송을 걸고자 박00 변호사와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하자보수라는 최종 목적을 위해 합심해야 할 부분에서 현재 입주자대표회의는 G업체와 맺어야 할 계약을 변호사와 맺었기 때문에 이는 무효라고 주장하며 ‘원인무효소송’을 걸었다. 시간 끌기인가? 그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셋째, 현재 조합원 청산에 있어 많은 부분을 조합원들이 모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부분에 대해 조합원 시절 총무였고 현재 입주자대표회의 총무로 재직 중인 이영재씨가 함구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영재씨가 청산인 자격으로 등록돼 있다는 점을 상기, 현재 ‘SK측에 넘겨줘야할 채무가 있다’고 했는데, 그 액수는 얼마이며 어떤 식으로 조성된 금액인지 밝힐 수는 없는 것인가?
넷째,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리용역업체와 부녀회와 함께 작성한 하자보수문제에 대해 공동대처하기로 한 ‘이행합의서’대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섯째, 부녀회는 주민의 동의를 얻어 입주자대표회의 불신임 결의안을 입주자대표회의에 제출했는데, 입주자대표회의는 “부녀회장이 주민 공금을 반환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부녀회장을 배임수뢰혐의로 고발했다. 고발할 만한 사유가 있었는가?
여섯째, 관리용역 Y업체는 입주자대표회의와 함께 SK건설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이유가 뭔가?
월간 民政(2004년 1월)
[기획특집] 전농SK아파트 제2편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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