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kGGM 일반기사 ]
레드 마케팅의 핵심은 “대~한민국!”
세계 속 ‘Made in Korea'의 위상 높아져
지난 6월,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열린 2002 한일 월드컵. 월드컵의 현장에서 한번쯤 소리 높여 ‘대한민국’을 응원했던 국민이라면 ‘빨간 티’ 하나 쯤은 소유하고 있을 것이다. 이 티가 바로 전세계에 대한민국을 대대적으로 홍보케 하고 레드마케팅의 불을 지핀 핵심이었다. 사상유례없는 대규모 길거리 응원의 상징이었던 붉은 악마의 모습은 기업들의 홍보 수단으로 이어져 큰 빛을 발했다.
☞ 기업들의 레드마케팅 홍보 - 외형적 효과
가을 신상품 붉은 색 ‘주종’
서울에 사는 김성익(회사원. 32)씨는 오는 10월 결혼식을 앞두고 경기도 일산 가구단지를 찾았다. 그런데, 봄에 찾았을 때보다 색상의 종류가 많아졌음을 느꼈다. 평상시 브라운으로 상징되던 가구들의 패턴이 올해는 레드 계열 색상이 즐비하게 진열돼 있었던 것. “국내 가구 업체들 뿐만 아니라, 월드컵 이후에 레드 마케팅을 이용하려는 기업들이 많이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금기시 됐던 색상인데. 어쨌든 다채로운 색상을 보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 좋은 점도 있겠죠.”
1조2천억원의 가을 혼수 시장을 놓고, 한샘 리바트 보루네오가구 에이스침대 등 국내 가구 업체들은 붉은 색상의 가구를 앞다퉈 내놓고 있어 월드컵 이후 계속 이어지고 있는 ‘레드 마케팅’의 불을 지피고 있다. 보루네오가구는 강한 붉은 색 계통의 차이니스 레드컬러인 ‘레드 트렌드’ 장롱을 내놓고 지난 7월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부엌가구 업체인 에넥스도 가을 혼수시장을 앞두고 ‘2002 레드’ 상품을 내놓았는데, 이 제품은 상판을 제외한 가구 전체가 붉은 색으로 디자인 돼 있다.
리바트는 ‘SL2420’과 ‘SL8510’이라는 붉은 색 소파를 새롭게 출시했다. 붉은 색상이 은은하게 나타나도록 가죽을 특수코팅한 소파와 함께 출시한 ‘디아망떼’, ‘벨벳허니’ 등의 장롱도 체리색상과 닮아 있다. 한샘은 붉은 색상 중심의 부엌가구 견본품을 만들어 직영 매장에 전시한 뒤 소비자 반응을 파악해 가을 신상품의 색깔을 정하기로 했다.
한여름밤을 달궜던 월드컵의 열기가 낙엽지는 이 가을까지 들리는 듯 하다. 그러나, 레드 마케팅의 원조는 붉은 악마를 적극 후원했던 통신 업체들이다. 국내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SK 텔레콤은 월드컵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지 않았다. 공식 파트너에게 월드컵 경기장과 그 주변에 자사 광고판을 설치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지만, SK 텔레콤은 주 서비스 대상이 아직 국내에 한정돼 있다는 이유로 참여하지 않은 것.
그러나, SK텔레콤은 이번 월드컵으로 그 어떤 기업보다 큰 홍보효과를 누렸다. 한국을 대표하는 이동통신업체란 것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바로 붉은 악마 였던 것이다. SK텔레콤의 이러한 후원은 공익성 캠페인이라는 명목과 국가적 행사임을 주지시켜 전 세계인들에게 ‘대한민국 이동통신’이라는 명제를 기억하게 만들었다. 붉은 악마의 “상업적 이용을 자제해달라”는 요구도 겸허히 받아들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광화문, 대학로의 단체 거리 응원전과 붉은 악마들의 응원구호를 CF에 연결시켜 전 국민에게 “대~ 한민국!”을 직접적으로 교육(?)시키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월드컵이 열리는 기간 내내 스피드011과 함께 ‘Be the Reds'의 구호가 걸린 붉은 티셔츠는 2천만장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의 판매고를 올렸다. SK텔레콤은 이같은 광고에 50억원을 투입했지만, 이는 기존 스피드 011 광고를 내리고 대신 실행한 것이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들지 않았다. 월드컵이 폐막된 지 약 3개월이 지난 지금도 SK텔레콤은 지난 6월 결성한 ’포스트월드컵 프로젝트팀‘을 발족시켜 놓아 후속 마케팅 전략에 월드컵을 이용하고 있다. 레드 마케팅의 후속타는 비단 SK텔레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KTF는 얼마전 애국심에 호소하는 내용의 광고 ‘독도편’을 내놓았으며, 삼성전자도 월드컵 기간 동안 40인치 이상의 디지틀 대형 TV가 큰 호황을 누린 것을 감안, 레드 마케팅의 핵심 전략으로 이용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월드컵 열기에 힘입어 일반 가정에서도 대형 TV의 소비가 늘어났다”며 “혼수 시즌인 가을까지 레드마케팅의 일환으로 디지틀 TV의 판매량이 늘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동차도 빨간색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색깔 이미지가 강하고 다소 선정적인데다가 소방차를 연상시켜 그 동안 큰 인기를 모으지 못했던 ‘빨간 자동차’가 월드컵 이후로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 대우자동차는 최근 마티즈나 칼로스 등 빨간색의 승용차를 찾는 고객이 늘고, 영업점에서도 전시용 차량으로 빨간 색 모델을 갖춰놓는 등 ‘레드 트렌드’ 틀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일선 영업소에서도 “이달 계약된 경차 비스토 4대 중 3대가 빨간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중소형차는 흰색, 대형차는 검은색‘이라는 고정관념은 깨져 대형차도 흰색이나 아이보리색 등이 많이 팔리기는 하지만 중장년층은 아무래도 빨간색을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패션업체인 제일모직은 하반기 상품기획이 끝난 ‘FUBU’의 제품 중 붉은 색을 10% 정도 늘리기로 했으며 쌈지는 의류에 태극 무늬를 활용키로 했다. 현대백화점도 태극 무늬를 넣은 여성용 수영복을 판매 했으며, 지난4월부터 이용액의 0.2%를 축구발전기금으로 적립하고 있는 비씨카드도 온라인 모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 대한민국 마케팅 - 내면적 효과
수출 증가의 계기로 삼아야
거의 모든 기업들이 월드컵을 어떻게 하면 자사에 이용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세계 60억명의 인구가 올림픽 보다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는 통계가 이를 방증한다. 별 연관이 없는 기업에서 조차도 월드컵을 향해 마케팅의 화살을 쏘아댔으나,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기업들도 상당수 된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들의 레드 마케팅은 ‘대한민국 마케팅’에 비하면 세 발의 피로 여겨질 만 하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선전으로 인해 4강이라는 신화를 이룬 것도 한 몫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유럽의 강호를 하나 둘 꺽을 때마다 유럽의 국민들은 오히려 한국 제품에 대해 하나 둘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실제 한국과 4강전을 펼친 터키에서는 한국이 비록 패했지만, 가전제품과 자동차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세계 언론이 격찬한 한국의 길거리 응원문화도 붉은 색을 대한민국과 매치시켜 놓은 중요한 매갯거리임에 틀림없다. 그 동안 금기시 되어 왔던 붉은 색의 힘을 세계에 각인 시켜 대한민국의 저력을 세계 만방에 떨쳤던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월드컵에서 보여준 한국의 이 같은 열정적 이미지가 기술력이 결합될 때 그 가치는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 세계는 월드컵에서 보여준 한국인의 저력을 재평가하고 있으며, 외국인 투자자들에게까지 그 열기가 번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 레드 마케팅을 이용해 기업들의 이익을 도모한다면, 수치로 환산 할 수 없는 세계 시장에서의 ‘Made in Korea’는 분명 국가적으로 이익을 도모케 된 것이다. 레드 마케팅은 결국 대한민국의 마케팅으로 더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KOTRA 파리 무역관은 “한국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상승세를 보이면서 홍보 효과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으며, 포르투칼 리스본 무역관도 “높아진 국가 이미지가 상품 이미지와 연결돼 수출 증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 해외시장에서 값싼 제품으로 치부됐던 한국 상품들의 입지가 커지고 위상이 높아져 ‘고급 제품’으로 변신하고 있다는 것. 실제 LG는 국가 위상 제고와 함께 해외에서 ‘고급LG’ 이미지를 전파하는 데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이렇듯 “대~한민국!”을 외쳤던 700만명의 길거리 응원단의 저력은 일개 축구 국가대표팀을 응원했던 것이 아니다. 전 세계 곳곳에 대한민국을 알리고 있는 상품을 응원했던 것이다. 세계인들의 가슴을 울린 대한민국은 이제 수출 증가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월간 비즈니스저널 게재(2002년 10월)
[기획특집] - 레드마케팅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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