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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일반기사[1999~2002]

[기획특집]“과연 외국인노동자 없이 국내 노동시장이 평온할까”

[ okGGM 일반기사 ] 
“과연 외국인노동자 없이 국내 노동시장이 평온할까”
정부 ‘내년 3월까지 강제 추방’ 발표… 온 나라가 ‘들썩’

 
지난 90년대부터 한국에 유입되기 시작한 외국인 노동자의 숫자는 정확히 산출된 바 없다. 다만, 지난 5월 불법체류자들의 자진신고 기간에 접수된 25만 명의 숫자만 헤아릴 뿐이다. 조선족 동포까지 포함시키면 이들의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불법체류자로 간주되고 있는 현실과 국내 기업들의 노동력 부족 현실을 감안하면 이들을 마냥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에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상하에 걸쳐 집중 보도한다.


외국인 노동자 분석 및 현황(上) - 외국인노동자 실태
외국인 노동자 분석 및 현황(下) - 정부의 대책 및 국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 외국인 노동자의 신분


외국인 노동자의 법적신분은 그들이 한구에 입국하기 위해 발급받은 사증(Visa)에 의해 규정된다. 즉 그들의 신분은 합법적인 취업이 가능한 체류자격의 소지자와 산업기술연수사증을 발급받은 자, 미등록 노동자 등 세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외국인 노동자 중에서 재외동포를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이 간행하는 ‘출입국관리통계연보’에서는 1991년부터 ‘한국계 외국인’을 독립된 범주로 처리하고 있다.


법무부에서 내놓은 ‘출입국관리통계연보(1987~1998)’를 살펴보면, 한국의 전체 외국인노동자 수는 1987년 이후 서서히 증가하다가 1989년부터 1992년에 급증 추세로 변화한다. 그러나 1993년 경기 저하로 외국인노동자 수가 일시적으로 감소하나, 1994년에는 1992년 수준을 회복하며, 1995~1996년에는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반도체 수출 증가로 인한 경기 호황과 관련 있어 보인다.


1997년은 외국인 노동자 수가 최고를 기록한 해다. 그러나, 제조업 부문의 산업기술연수생의 도입이 동결됐으며, 동남아시아로부터 밀어닥친 경제 불안의 여파로 그 증가 추세는 현저히 저하됐다. 더욱이 그 해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1998년 외국인 노동자 수는 급격히 감소했다.


신분별 규모의 추이를 살펴보면, 합법취업자 수는 1987년부터 1993년까지 거의 일정한 규모를 유지했다. 1994년~1996년 호황기에 급증하여 1997년까지 그 증가 추세가 유지됐다. 그러나 IMF를 겪으면서 1998년에는 다소 감소했다.


한편, 산업기술연수생 수는 1991년 산업기술제도를 실시한 이후 1997년까지 급증했으나, 1998년에는 정부의 추가 인력수입 중단 조치로 인해 감소 추세로 돌변했다. 미등록노동자수도 국내의 경기변동과 정부의 불법체류자 단속 강도와 밀접한 관련을 유지하면서,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고 있다.


미등록노동자 수가 감소한 1993~1994년과 1998년은 경기 침체와 정부의 강력한 불법체류자 단속이 병존하던 시기다. 특히 1998년에는 국내 경기의 침체로 외국인 노동자의 취업 기회가 줄어들었으며, 한국정부는 ‘불법체류 범칙금 면제 기간’을 두 차례나 설정해 미등록노동자의 귀환을 촉진했다. 그 결과 미등록 노동자 수가 크게 감소했다.


☞ 외국인 노동자의 취업부문


외국인노동자는 생산직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에 주로 취업하고 있다. 산업기술연수생은 상용근로자 10명이상 사업체에 주로 취업하는 반면, 미등록 노동자는 10명 미만의 사업체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95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에서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기업규모별 취업자 분포에서 외국인 사업기술연수생들은 상요근로자수 50~100명 기업에 29.8%, 21~50명 기업에 29.4%, 101~200명 기업에 18.9%, 201명 이상 기업에 5.7%가 취업하고 있다고 보고됐다. 산업기술연수생의 78.1%가 상요근로자 21~200명 중기업에 취업하고 있는 셈이다.


미등록노동자의 취업현황은 정부 혹은 공공기관에 의해 공식적으로 조사된 바가 없다. 그러나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설동훈 교수가 내놓은 자료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미등록노동자가 가장 많이 취업하고 있는 업체는 종업원 수 10~29명의 소기업으로 재중동포 미등록노동자의 31.7%, 기타 외국인 미등록노동자의 54.8%가 취업하고 있다. 미등록노동자는 종업원 수 10명 미만의 업체에 취업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재중동포 미등록 노동자의 43.9%, 기타 외국인 미등록 노동자의 27.1%가 영세 사업체에 취업하고 있다. 1995년 12월 31일 현재 산업기술연수생 수가 3만8812명이고 미등록노동자 수가 8만1866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등록노동자가 상용 근로자 수 10명 미만 영세업체의 인력난 완화에 기여하는 바는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미등록노동자의 고용에는 산업기술연수생처럼 상용근로자 수 10% 내외라는 상한선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미등록노동자 고용업체의 외국인노동자 비율은 비교적 높은 편이다. 이는 ‘높은 이탈률’때문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미등록 노동자를 고용한 업체의 기업당 외국인노동자 비율은 14~27%로 산업기술연수생을 고용한 업체의 4~12%보다 훨씬 높다. 미등록노동자를 고용하는 업체들은 영세?소규모인 경우가 많으므로,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외국인 노동자 고용비율이 높다고 말할 수도 있다. 영세계업은 내국인 노동자를 유인할 만한 임금?고용안정성?노동조건?복지혜택을 갖추고 있지 못해 생산직 인력난이 가장 심각한 상태에 있으므로, 미등록노동자 고용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업종 별로 살펴보면 외국인 노동자는 생산직 인력난이 심한 노동집약적 업종에 주로 종사한다고 볼 수 있다. 산업기술연수생은 생산직 인력난이 심한 업종에 골고루 투입됐으므로, 이들이 취업한 업종의 분포는 생산직 인력난 정도와 거의 일치한다고 보면 타당하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외국인 산업기술연수 백서(1996)’를 살펴보면, 산업기술연수생 수는 섬유분야가 1만4710명(22.4%)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은 자동차?트레일러가 6315명(9.6%), 고무?플라스틱 6239명(9.5%), 조립금속 6204명(9.4%), 기계?장비 5048명(7.7%), 영상?음향?통신장비 4187명(6.4%)의 순으로 나타났다.


산업기술연수생을 받아들인 연수업체 수도 업종별로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업종별 업체당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의 수는 평균 4.05명으로 대부분의 업종에서 큰 편차가 없지만, 신발 제조업만 5.22명으로 다소 많은 편이다. 그것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제2차 산업기술연수생을 도입하면서 신발 업종 연수업체의 규모에 제한을 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등록노동자들이 주로 취업하는 업종은 재중동포와 기타 외국인에 따라 뚜렷이 구분된다. 재중동포들은 외모면에서 내국인과 전혀 구분되지 않을 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은 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높은 업종에 종사한다.


남자들은 건설 노무자로, 여자들은 식당 종업원이나 건설 노무자 및 가정부로 일하는 비율이 단연 높다. 재중동포 미등록노동자의 경우, 건설업 취업자가 39.7%, 음식?숙박업 취업자가 17.5%에 이른다. 그런데, 건설업은 겨울철 공사가 진행되지 않는 계절적 업종인 관계로 이들은 겨울 동안 제조업이 각종 서비스업에 종사하게 된다.


비제조업종에 취업한 미등록노동자의 경우는 농림수산업에 종사하는 비율이 4.8%고, 도소매?음식?숙박업 2.9%, 가사서비스업 2.4%, 광업과 건설업이 각각 1.0%로 조사됐다.(전북대 사회학과 설동훈 교수 조사) 지역별로 살펴보면, 외국인노동자의 취업지역은 미등록노동자들이 처음 유입된 1980년대 후반에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한정돼 있었으나, 곧 전국으로 확산됐다.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이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도로써 2만2133명(33.6%)이고, 그 다음은 대구로 7304명(11.1%), 인천 6375명(9.7%), 경상남도 5880명(8.9%), 경상북도 5735명(8.7%), 서울 4296명(7.7%), 부산 3,727명(5.7%), 충청남도 3368명(5.1%), 충청북도 2429명(3.7%)의 순으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경기?인천의 수도권 지역에 전국의 과반수에 해당하는 3만2804명이 배치됐고, 섬유와 신발 제조업이 발달한 대구?경북?경남 지역에 산업연수생수가 상대적으로 많다. 또한, 산업기술연수생이 수도권 지역에 적은 것은 상대적으로 영세한 규모의 기업이 많이 분포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경기도와 서울을 중심으로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의 부당 노동행위 사례가 많이 보고 되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와는 달리, 미등록노동자의 취업지역분포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 그러나, 생산직 인력난이 심한 지역에는 어디에서나 외국인 미등록노동자가 발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산업기술연수생보다 훨씬 폭넓은 지역에 분포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996년까지 산업기술연수생은 제조업에만 취업하고 있었기 때문에 도시와 도시근교의 공단지역에 주로 분포하는 데 반해, 미등록노동자는 각지의 건설공사현장, 농촌의 양계장, 양돈장, 어촌의 어장, 광산지역의 갱도에서도 일하고 있다.


한편, 수도권지역에 외국인노동자가 취업하고 있는 업체의 소재지는 집중돼 있는 것이 아니라 매우 광범위하게 분산돼 있다. 외국인노동자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곳은 서울에서 구로공단과 영세 제조업체가 밀집해 있는 지역인 면목동, 신내동, 중곡동, 장안동, 성수동, 망우동 등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인천, 부천, 시흥, 안산, 의왕, 성남, 동두천 등 도시뿐 아니라, 포천, 양주, 파주, 여주, 광주, 화성, 김포, 남양주, 가평, 용인, 안성 등 농촌지역에서도 외국인노동자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월간 비즈니스저널 게재(2002년 9월)
[기획특집] - 1. 외국인노동자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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