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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일반기사[1999~2002]

[기획특집]외국인 노동자 분석 및 현황(上) - 외국인노동자 실태

[ okGGM 일반기사 ] 
“과연 외국인노동자 없이 국내 노동시장이 평온할까”
정부 ‘내년 3월까지 강제 추방’ 발표… 온 나라가 ‘들썩’

 
지난 90년대부터 한국에 유입되기 시작한 외국인 노동자의 숫자는 정확히 산출된 바 없다. 다만, 지난 5월 불법체류자들의 자진신고 기간에 접수된 25만 명의 숫자만 헤아릴 뿐이다. 조선족 동포까지 포함시키면 이들의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불법체류자로 간주되고 있는 현실과 국내 기업들의 노동력 부족 현실을 감안하면 이들을 마냥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에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상하에 걸쳐 집중 보도한다.


외국인 노동자 분석 및 현황(上) - 외국인노동자 실태
외국인 노동자 분석 및 현황(下) - 정부의 대책 및 국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 정부의 외국인력제도 개선방안


지난달 3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는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산업연수생 폐지와 고용허가제 도입, 불법 체류자 사면 등을 담은 ‘외국인력제도 개선방안’의 보고서를 들고 김대중 대통령에게 전달하고자 청원서를 냈다.


KNCC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과 정당한 노동권리의 보장을 위해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노동허가제’나 ‘고용허가제’의 전면 실시가 절실하다”며 “특히 불법체류자의 강제추방 계획을 철회하고 이들에게 사면조치를 취함으로써 산업현장의 안정화를 가져오는 것이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지난 7월 18일에 발표된 정부의 ‘외국인 인력제도 개선대책’에 반대하며 성직자 30여명이 ‘이주노동자 강제추방반대 및 산업연수생 폐지를 위한 성직자 단식 기도회’를 열고 있다. “산업연수생도 노동자가 분명한데도 연수생이라는 이름으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등 가혹한 노동 상황을 만들고 있다”며 “연수생들이 ‘불법체류’라는 딱지를 붙이면서까지 이탈하는 데는 이러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들은 산업연수생 제도를 폐지하고 ‘외국인노동허가제’ 실시를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논점이 생기는 것일까. 외국인노동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는 없는 것일까. 불법체류자로 만들어 강제 추방 시키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일까.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김해성 상임대표는 정부가 내놓은 외국인인력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개악’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일단 그가 내놓은 이유는 세 가지. 그 첫 번째는 산업기술연수생제도를 폐지하지 않고 오히려 확대 유지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제도는 실제 노동을 하는 노동자에게 연수생이라는 이름을 붙여 저 임금으로 착취하는 현대판 노예제도에 불과하다. 연수생들은 한국에 올 때부터 1000여만 원씩 지급하고 이 땅에 오고 있다. 연수생 8만여 명 중 5만여 명이 저임금을 벗어나기 위해 불법체류자로 나선다. 이탈을 막기 위해 여권압수는 물론 외출과 통화금지, 감금노동과 강제저축 등 인권유린이 극에 달했다”


대법원은 현재 연수생도 노동자 신분이기 때문에 산업재해 보상과 퇴직금 등을 지급하라고 잇따라 판결하고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정부가 연수생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이 제도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이익집단의 의도를 눈감아 주겠다는 얘기가 된다.


둘째, 불법체류자로서 자진신고를 한 25만여 명에 대해 내년 3월말까지 출국시키겠다고 하며 강력 단속을 예고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이들이 출국을 한다해도 갑자기 빠져나간 인력공백으로 인해 생산이 마비될 것이고 기업주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질 것은 뻔하다는 풀이다.


셋째, 내년 3월까지 나가기로 자진 신고를 했지만 1000만원씩 지급하고 입국한 그들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했거나 환자인 경우 무조건 나가라고 하는 것은 비윤리적 행위임에 틀림없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기만적이고 비인간적인 연수생 제도를 즉각 철폐하고 법률제정을 통해 노동허가제를 실시하는 한편, 자진신고를 한 이들을 양성화하여 노동허가의 첫 번째 대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개선방안에 대해 찬성의 목소리도 들린다. 중소기업연구원 심우일 연구위원은 “현재 국내 외국 인력 33만 명 중 26만여 명이 불법체류자로써 정부가 내놓은 방안에 대해 중소기업에서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반기는 상황이다”라며 “정부의 외국인력정책차원에서 작은 전환점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불법체류자 자진신고 결과를 보면 총 26만여 명의 불법체류노동자들 중 9만2000명(35%) 정도가 중국 동포들로 분석됐다. 이는 외국인력 수입제도의 근간인 산업연수제도는 불법체류자의 양산과 인권 침해의 원인으로 많은 비난을 받아오고 있다.


이에 대해 심위원은 “이러한 문제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산업연수제도에 있는 것이 아니고 외부적 환경이 그 문제다”고 지적한다.


첫째,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의 부재가 그 원인이라는 것. 추방의 위험이 없는 우리나라는 현재 동남아국민들이 가장 일하기 원하는 국가로 선택되고 있다. 둘째, 합법적인 산업연수생에게 인권침해가 일어날 소지가 없는데도 불법체류자들의 신분사의 약점을 이용한 일부 악덕업주들이 문제라고 말한다. 산업연수생들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악덕업주들을 만나 이탈해 다른 취업 채널을 찾게 된다. 악순환의 연속인 셈이다.


심위원은 “외국인력 정책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산업연수제도냐, 고용허가제냐의 논란보다는 불법 체류자에 대한 대책이 먼저 수립돼야 한다”며 “그러나, 적극적인 불법체류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동포에 대해 추방은 너무 가혹하다는 국민적 정서 때문이다”고 말한다.


법원의 판결도 지난해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재외동포법은 2003년까지 무조건적으로 개정돼 재중, 재유럽, 재미교포 상관없이 동등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현재 판결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발표한 이번 조처는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불법체류자와 중국동포, 중소기업 인력난 문제를 풀기 위한 고민 끝에 나온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배경


“내년 3월까지 불법체류자를 모두 추방한다 해도 앞으로 5년간은 더 체류할 겁니다. 그 동안의 고생을 물거품 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그렇게 해야 합니다”


외국인노동자의 집에 거주하고 있는 A씨(인도. 33)는 지난 2000년 3월 산업연수생 자격으로 한국에 왔다. 코리아드림의 꿈을 가슴에 안고 입국한 그는 한때 불법체류자로 막노동을 해 모은 500만원을 일하던 식당 주인에 빌려줬다가 사기를 당했다. 한국을 경멸하던 그였지만 다시 한국행을 택하게 된 것은 별다른 길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산업연수생으로 재입국했지만, 1년도 채 안돼 다시 불법체류자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50만원의 임금으로는 송출수수료 850만원을 제때 갚기가 불가능했습니다.”


현재 그는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100만원 남짓한 월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유입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지난 97년 경제위기를 맞이하기 전까지 한국경제는 초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네 마리의 작은 용’, ‘아시아의 다음 거인’ 등으로 칭송받으며 한국은 동아시아의 기적으로 세계인들에게 각인되고 있었다. 95년 기준으로는 한국의 경제 규모가 세계 12위였다는 보고(world bank 1995)와 한국의 국민총생산 증가율이 연 9%를 상회한다는 통계는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기 충분했다.


1인당 국민총생산도 같은 해 1만 달러를 초과하며 한국은 생산의 전지구화와 세계노동시장의 성립이라는 근본적 구조변화 과정 속에서 자본유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노동력 송출국에서 유입국으로 지위 상승을 경험하게 됐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 노동자가 유입되기 시작한 지난 1980년대 후반은 강력한 노동운동과 그로 인한 임금 상승이 이루어진 때와 정확히 일치한다. 1987년 이후 노동운동은 국내 대기업 생산직 노동자의 임금을 급속히 상승시켰고, 동시에 내국인 노동자의 이른바 ‘3D직종 기피현상’이 빚어지게 됐다.


그 결과 저임금 노동력에 의존했던 3D업종의 중소기업은 극심한 인력난을 겪게 됐다. 이처럼 생산직 인력난이 만성화된 국내 노동시장 상황은 외국인노동자를 한국으로 유인한 기본적 계기가 됐다.


이후부터는 외국인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한국으로 몰려왔다. 이 무렵 추진된 한국 정부의 북장정책에 의해 재중동포는 한국방문 사증을 매우 쉽게 발급받게 됐고, 필리핀?방글라데시?네팔?파키스탄?스리랑카 출신의 외국인노동자도 한국 정부의 출입국 규제 완화로 별 어려움 없이 입국하게 됐다. 방문?관광 등 단기사증을 발급받고 입국한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취업하는 현상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기업은 그 때까지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적이 전혀 없었으나, 극심한 생산직 인력난 때문에 그들에게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었다. 한국 정부도 중소기업의 생산직 인력난에 대처한다는 명목으로 미등록노동자를 사실상 방치했고, 1991년부터는 산업기술연수생을 수입하기에 이르렀다.


월간 비즈니스저널 게재(2002년 9월)
[기획특집] - 1. 외국인노동자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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